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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개혁은 '독이 든 성배'... 尹이 내민 잔, 민주당 마실까 엎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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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4일 연금개혁안을 공개하면서 이제 공을 넘겨받은 국회의 시간이다. 하지만 여야 대치국면을 감안하면 예단하기 어려운 이슈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연금 가입자 부담이 커지는 만큼 정치적으로 누군가는 치명상을 감수해야 한다. 해외에서는 역풍을 맞아 정권이 흔들리는 경우도 있었다. 수권정당을 노리는 더불어민주당도 마찬가지다. 윤석열 대통령이 내민 독이 든 성배를 함께 마실지, 아니면 잔을 엎을지 결정해야 할 때다. 판은 깔렸고 정치권의 치열한 수싸움이 시작됐다.
연금개혁의 요체는 고통분담이다. 현재 국민연금은 '내는 돈보다 받는 돈이 더 많은'(수익비 1.6~4.3배) 구조다. 하지만 저출생 고령화에 따른 기금고갈을 막으려면 가입자의 이득이 줄어들기 마련이다. 당장 민주당은 정부의 개혁안에 대해 "더 내고 덜 받는 안"이라며 반발한다.
하지만 과거 진보 정부에서도 방향은 엇비슷했다. 개혁을 완성하지 못했을 뿐이다. 김대중 정부는 보험료율을 3%에서 9%로 높이고 소득대체율은 70%에서 60%로 낮췄다. 노무현 정부는 소득대체율을 40%까지 줄였다. 문재인 정부는 정부의 통일된 방안 없이 국민연금 개혁안을 '4지 선다'로 제시해 비판을 받았다. 어쨌든 보험료율은 인상하는 내용을 담았다.
국민의힘은 겉으로 "연금개혁을 꼭 성사시키겠다"고 공언한다. 반면 속내는 복잡하다. 당 연금개혁특위 소속 한 의원은 본보에 "국내외를 막론하고 연금개혁을 한 정부치고 다음 선거에서 정권 교체가 안 된 사례가 거의 없다"며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프랑스 마크롱 정부는 연금개혁을 단행했다가 대규모 폭동을 맞닥뜨렸다. 그 결과 지난 7월 총선에서 원내 1당 자리를 내줘야 했다. 니카라과 정부는 2018년 30명 넘게 숨지는 유혈 사태를 견디지 못하고 개혁안을 철회했다.
불과 넉 달 전 임기가 끝난 21대 국회에서 여야는 연금개혁을 논의하다 막판에 무산됐다. 소득대체율 불과 1%포인트 차이를 좁히지 못해 합의에 실패했다. 당시 경험은 정부가 제시한 개혁안의 처리 전망을 더 어둡게 하는 요인이다.
국회 연금개혁특위 민주당 간사를 지낸 김성주 전 의원은 본보 통화에서 "대통령실이 막판에 걷어찬 것 아니냐"며 "이번엔 연금개혁안에 자동안정화 장치나 세대별 차등 보험료 인상 같은 무리한 내용까지 추가된 만큼 타결이 가능할지 회의적"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야당도 마냥 외면하기는 어려운 처지다. 이번 개혁안이 좌초되면 국민연금은 2055년쯤 기금이 소진된다. 특히 민주당이 차기 대선에서 정권을 잡고자 한다면 연금개혁이야말로 반드시 돌파해야 하는 최우선 과제다.
이에 야권 일각에서도 "어차피 해야 할 숙제라면 윤석열 정부가 부담을 지게 하는 것이 낫다"는 목소리가 없지 않다. 정부 여당이 기대하는 부분이다. 21대 국회 연금개혁특위 국민의힘 간사였던 유경준 전 의원은 통화에서 "큰 욕심은 내려놓고 모수개혁과 함께 구조개혁을 일부라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동시에 "세대별 보험료 차등 인상 같은 과제는 되면 좋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며 과욕을 경계했다.
관건은 일단 여야가 연금개혁의 방향성에 합의할지에 달렸다. 21대 국회 연금개혁특위 위원장을 맡았던 주호영 국회 부의장은 "연금이 고갈돼 '내기만 하고 못 받는 것 아니냐'는 청년들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개혁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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