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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경증환자 응급실 오지 말라지만… "뇌출혈도 큰 증상 못 느낄 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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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를 앞두고 커지고 있는 응급실 대란 우려에 대한 정부 대응책의 핵심은 경증 환자의 응급실 이용 제한이다. 다음 달 중순부터 비응급 경증환자가 응급실을 이용하면 본인부담률을 90%로 높이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환자단체와 의료계는 그러나 "주말, 야간에 경증환자가 찾을 의료기관이 부족하고 환자 스스로 중증인지 경증인지 판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응급실 대란의 책임을 환자들에게 떠넘기지 말라"고 반발하고 있다. 국민 다수가 실손보험에 가입한 마당에 비용 측면에서 응급실 문턱을 높이는 건 실효성이 떨어지는 만큼 보다 효과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5일 보건복지부는 응급실을 이용한 경증 환자가 전공의 이탈 사태 이전인 2월 1주 차 8,285명에서 3일 기준 6,258명으로 줄었다고 밝히며 경증 환자의 응급실 방문 자제를 거듭 당부했다.
정부가 지난달 말 내놓은 '추석 대비 응급의료 특별대책'의 핵심 내용도 경증환자 분산이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지난 2일 '응급의료 등 비상진료 대응 관련 브리핑'에서 "대형병원 응급실은 중증·응급환자 위주로 진료하도록 하겠다"며 "9월 20일 전후로 경증환자 응급실 본인부담률을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경증·비응급 환자가 응급의료기관을 내원했을 때 진료비 본인부담률을 현행 50~60%에서 90%로 올리는 내용의 국민건강보험법 시행규칙 개정안은 지난달 말 입법예고를 마쳤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환자가 경증인지 중증인지 판단하는 것은 응급현장에 출동한 119 구급대원도 헛갈리는 경우가 많다"면서 "응급실을 대체할 의료기관이 부족한 상황에서 정부 요구는 환자 스스로 중증도를 판단하라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날을 세웠다.
실제 길을 걷다 넘어진 환자가 큰 증상을 느끼지 못해 곧바로 병원을 찾지 않았다가 뇌출혈을 겪은 사례도 있고, 경증으로 분류되는 복통도 그 종류가 6,500개에 달해 면밀한 검진이 필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안 대표는 "멀쩡해 보이던 사람도 아주 짧은 응급처치 골든타임을 놓치면 상태가 크게 악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경증·중증 구분 기준으로 제시하는 한국형 응급환자 분류도구(KTAS)에 대해서도, KTAS는 응급실 방문 환자의 진료 순서를 정하기 위한 지표일 뿐 환자의 중증도를 판단하는 기준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응급의료 특별대책에서 정부는 KTAS 5단계(숫자가 낮을수록 심각) 중 3~5단계에 해당하는 환자를 '중등증 이하'로 구분하고, 이런 환자를 응급실에서 받지 않더라도 진료 거부로 간주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도 환자 스스로 중증도를 판단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박 차관은 2일 브리핑에서 "환자 스스로 경증 여부를 알 수 없기 때문에 사실은 의료기관에 가서 간단한 스크린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경증환자 진료와 중증도 판단을 위해 내놓은 대책은 비대면 원격진료 활성화다. 추석 연휴 기간 당직 병의원 4,000개 이상을 지정해 운용한다는 계획도 경증환자의 응급실 방문을 줄이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환자단체와 의료계는 의사가 직접 환자를 보지 않는 비대면 진료로는 응급도를 정확히 판단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당직 병의원 확대의 경우 홍보 부족 등 보완할 점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장은 "환자의 중증도는 전문 지식을 갖춘 의사가 직접 진료를 해서 결정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응급실을 대체할 의료기관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응급실 진료비 본인부담률 인상에는 실손보험에 가입했거나 돈이 있는 환자만 응급실을 찾을 수 있다는 '응급실 이용 양극화' 우려가 따른다. 안 대표는 "응급실 비용을 청구할 수 있는 실손의료보험 가입률이 70%를 넘는다"며 "응급실 본인부담률이 높아지면 실손보험이 없는 30% 내외 국민은 응급실 이용에서 배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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