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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료 인상 차등에 "세대갈등 조장" "형평성 제고"... 평가 엇갈리는 정부 연금개혁안

입력
2024.09.04 19:0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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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년층 고용비용 높여 사업주 부담"
"우리 고유의 가입자 형평성 문제 감안"
자동조정장치엔 "급여 삭감" 비판 많아
"구조개혁 없어 미래소득 불확실" 지적


지난달 광주 북구 양산동 한 도로에서 한 노인이 폐지를 주워 전동 스쿠터에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광주 북구 양산동 한 도로에서 한 노인이 폐지를 주워 전동 스쿠터에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4일 발표한 국민연금 개혁안을 두고 학계와 시민사회 반응은 엇갈렸다. 정부가 소득대체율(퇴직 전 소득을 연금이 대체하는 비율)을 종전 여당안보다 낮추고 경제·인구 여건에 따라 연금액을 자동 조정하는 장치 도입을 검토하는 등 연기금 지속가능성에 무게를 둔 안을 내놓자, 연금의 노후보장 기능을 강조하는 측과 연금재정 안정을 강조하는 측이 서로 평가를 달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젊은 세대에 유리하게 세대별 보험료 인상 속도에 차이를 둔 방안에도 한쪽은 '세대 갈등 조장', 한쪽은 '세대 형평성 제고'로 의견이 달랐다.

보험료율 차등 인상과 관련해 오종헌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사무국장은 "연령별 보험료 차등 인상은 전 세계에 유일무이하고 희귀한 방안"이라며 "중장년층의 고용 불안을 유발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오 국장은 "국민연금 보험료의 절반은 고용주가 담당하는데, 중년 위주로 보험료를 인상한다면 이들 세대의 고용 비용이 증가하는 것"이라며 "노후 안정을 위한 연금이 고용 불안을 만드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시민단체 내가만드는복지국가는 보험료 차등 인상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단체는 "국민연금은 연령대에 따라 가입자 간 형평성 문제를 안고 있다"며 "이례적이긴 하지만 국민연금 현실을 감안한 제안"이라고 평가했다. 제도 취지를 살리려면 국민연금 수급 사각지대를 줄이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단체는 "연령별 보험료 차등은 나이가 많을수록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길다는 것을 가정한 것인데 경력단절여성, 저임금노동자, 자영업자 등 장기 가입 혜택을 입지 못한 중장년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자동조정장치 도입에는 두 단체 모두 부정적 평가를 내놨다. 연금 수급액 삭감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내가만드는복지국가는 "국민연금처럼 미래 급여 보장에 대한 불안이 큰 상황에서 장치 도입은 오히려 부정적 논란만 초래할 개연성이 크다"고 말했다.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은 "자동조정장치를 적용하면 연금액이 총액 기준으로 연령별로 20% 내외가 삭감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학자들 간에도 평가는 갈렸다. 김태일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정부가 제시한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2%는 여전히 낸 것보다 많이 받는 국민연금의 현행 구조를 계속 가져가는 수준"이라며 "기금 소진 시점을 뒤로 미루긴 하겠지만 근본적 해결은 되지 않아 보험료를 또다시 대폭 인상해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부안으로는 연금재정 안정을 기하기에 부족하다는 얘기다. 반면 연금의 노후소득 보장 기능 약화에 초점을 둔 비판도 나온다.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소득대체율이 50%는 돼야 기초연금과 합쳤을 때 1인가구 최저생계비를 충족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정부가 소득대체율 목표치를 기존 40%에서 42%로 2%포인트 상향했지만,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하면 연금 인상 효과가 사라질 거라고도 진단했다.

정부안에 구조개혁 방안이 미진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국장은 "구조개혁은 시민들이 늙었을 때 기초연금, 국민연금, 퇴직연금을 통해 어느 정도 소득을 받을 수 있을지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라며 "정부안은 재정건전성만 강조하고 미래 불확실성은 키워 구조개혁은 없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예컨대 자동조정장치가 도입되면 연금 수령액이 얼마일지, 언제부터 받을 수 있을지, 기초연금은 그대로 받을 수 있을지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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