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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리허설' 9월 모평, 6월보다 쉬웠다… "역대급 N수생에 수능은 보다 어렵게 낼 것"

입력
2024.09.04 17:00
수정
2024.09.04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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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수학·영어 모두 쉽게 출제
킬러문항 없이 EBS 연계율 50%
의대 노리는 상위권 N수생 급증
수능 난이도, 6월 모평 수준 예상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9월 모의평가 시행일인 4일 서울 양천구 종로학원에서 수험생들이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뉴스1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9월 모의평가 시행일인 4일 서울 양천구 종로학원에서 수험생들이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뉴스1

대학수학능력시험(11월 14일) 전초전으로 4일 치러진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주관 모의평가(모평)는 국어·수학·영어 영역 모두 6월 모평보다 쉬웠다는 분석이 나왔다. 다만 정부의 의대 증원으로 올해 수능에 도전하는 상위권 졸업생(N수생)이 늘어난 만큼, 11월 본수능은 변별력 확보를 위해 난도를 높일 공산이 크다고 입시업계는 내다봤다.

킬러문항·신유형 없고, EBS 연계율 50%

이번 모평을 영역별로 보면, 국어는 ‘불수능’이었던 지난해 수능이나 올해 6월 모평보다 쉽게 출제됐다는 평가가 많다. 새로운 유형이나 ‘헤겔 변증법’ 등 어려운 개념을 묻는 킬러(초고난도) 문항도 없었다. 한병훈 천안중앙고 교사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출제경향 브리핑에서 “지문의 정보를 명시적으로 제시하고, 문항의 선지와 지문 정보 간 대응이 분명하게 출제됐다”며 “EBS 수능 교재에서 다루었던 제재나 작품들이 다수 출제돼 수험생들의 시간 부족 어려움도 줄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어려운 문항으로는 프랑스 영화 이론가 앙드레 바쟁(1918~1958)의 영화 이론과 정신분석학적 이론을 비교해 푸는 11번이 공통적으로 꼽혔다. 지문에서 바쟁이 긍정적으로 평가한 영화 연출 이론과 이에 대비되는 정신분석학적 이론의 차이를 파악한 뒤 문항에 제시된 학생의 영화 감상문을 분석해야 답을 맞힐 수 있었다. 한 교사는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작품이거나 난해한 소재 지문에서는 EBS 연계 밀도를 높이는 대신, 기술이나 요령이 아닌 독해력을 묻는 문항을 배치해 변별력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국어 영역 EBS 연계율은 51.1%다. 지문은 익숙해도 문항이 어려워 답을 도출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얘기다.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9월 모의평가가 실시된 4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교육부에서 심주석 인천하늘고 교사(오른쪽)와 윤윤구 한양대사대부고 교사가 수학 영역 출제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세종=뉴스1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9월 모의평가가 실시된 4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교육부에서 심주석 인천하늘고 교사(오른쪽)와 윤윤구 한양대사대부고 교사가 수학 영역 출제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세종=뉴스1

수학도 지나치게 복잡한 계산을 요구하는 킬러 문항보다는 기본 개념에 충실한 문제들이 많이 출제됐다. 심주석 인천하늘고 교사는 브리핑에서 “공통과목의 난도를 낮추고 계산량을 줄여 학생들이 6월 모평보다 쉽다고 느꼈을 것”이라며 “풀이 시간이 지나치게 오래 걸리는 문항도 배제돼 중상위권 학생들이 충분히 접근 가능한 문항들이 출제됐다”고 했다. 수학 만점자 수도 지난해 9월 모평(2,520명)과 올해 6월 모평(697명) 사이인 1,000명 내외로 추정됐다. 다만 상위권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선택과목인 미적분 30번, 확률과 통계 28번과 30번, 기하 30번 등은 고난도 문항이 출제됐다.

영어도 지나치게 어려운 내용의 지문이나 어휘는 없었다는 평가다. 절대평가인 영어는 지난 6월 모평에서 1등급(100점 만점에 90점 이상) 비율이 1.47%에 그쳐 ‘불영어’ 논란이 제기됐다. 김예령 대원외고 교사는 “교육과정에서 자주 다루고 있는 어휘 및 문장 구조의 글로 문항이 구성돼 수험생들이 전반적으로 크게 어렵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영어 영역 EBS 연계율은 53.3%였다.

N수생 최다… 수능은 6월 모평 가까울 것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대비 9월 모의평가가 치러진 4일 오전 울산 남구 삼산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모의고사를 치르고 있다. 울산=뉴시스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대비 9월 모의평가가 치러진 4일 오전 울산 남구 삼산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모의고사를 치르고 있다. 울산=뉴시스

6월과 이번 모평 난도가 엇갈리면서 수능 난이도 예측도 어려워졌다. 모평 결과는 다음 주 원서접수가 진행되는 수시모집 지원 전략에도 영향을 미친다. 수시에서도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해야 하는 전형이 많다. 윤윤구 한양대사대부고 교사는 “모평은 수능을 치르는 응시집단에 대한 분석을 위한 과정이기 때문에 수능은 기본적으로 6월 모평과 9월 모평의 중간 정도 난도로 예상한다”며 “수험생들도 잘 나온 성적과 그렇지 않은 성적의 평균 점수를 토대로 입시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했다.

한병훈 교사는 “두 모평에서 공통적으로 신유형보다는 기존 출제 방식을 유지하면서 EBS 연계 지문을 꼼꼼하고 충실하게 풀 수 있는 능력을 요구하는 문항을 배치했다”며 “모평 난이도 차이에 방황하지 않고, 기본 개념을 충분히 학습해 우직하게 답을 내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의대 증원에 따라 상위권 N수생들이 대거 수능을 치를 것으로 전망되면서 실제 수능에서 모평보다 등급이 내려갈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이번 모평에 응시한 N수생 수는 10만6,559명으로 2022학년도 9월 모평(10만9,615명)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많다. 지난해 수능에서 N수생 응시자 수는 15만9,742명으로 이번 수능에서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이번 모평이 쉽게 출제돼 최상위권 변별력에 문제가 다소 있다”며 “N수생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변별력을 확보하려면 수능은 6월 모평 수준에 근접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남윤곤 메가스터디 입시전략연구소장도 “지난해 킬러 문항 배제 방침으로 N수생이 유입됐다면 올해는 의대 증원으로 상위권 N수생이 많이 늘어날 전망이다”라며 “지난해 어려웠던 수능 기조가 올해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강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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