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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의사 집단행동 이후 건보재정 4623억 투입... 응급대란 겹쳐 지출 더 커질 판

입력
2024.09.04 18:00
수정
2024.09.04 18:22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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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말~7월 말 비상의료체계 운영 지원금
추석 가산율 인상, 사태 장기화로 지출 ↑
"건보 재정은 국민 것, 국가 쌈짓돈 아냐"

3일 서울 한 대형병원 응급의료센터 인근에서 한 환자가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3일 서울 한 대형병원 응급의료센터 인근에서 한 환자가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전공의 집단행동이 시작된 이후 정부가 '의료 대란'을 막기 위해 투입한 건강보험 재정이 5개월간 4,600억 원을 넘어선 것으로 파악됐다. 전공의들이 떠난 필수의료 현장을 지원하기 위해 불가피한 지출이지만, 심각성을 더해가는 응급실 진료 차질이 계속되는 경우 건보 재정 지출이 더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가 조기에 사태를 수습하지 못하면 건보 재정 전체의 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4일 허성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월부터 7월까지 비상진료체계 운영 지원을 위해 지급된 건보 재정은 4,623억 원으로 집계됐다. 복지부가 내년 한 해 지역의료 확충에 쓸 예산이 6,000억 원인 점을 고려하면, 반년도 안 되는 지출로 상당한 수준이다.

지출 내역은 크게 ①응급진료체계 유지(560억 원) ②경증환자 회송(76억 원) ③중증·응급 입원진료(2,720억 원) ④일반 입원진료(1,267억 원) 등 네 가지로 나뉜다. 세부항목 중 지원액이 가장 큰 것은 '중증환자 입원 비상진료 후 사후 보상'으로, 5개월간 2,235억 원이 지출됐다. 입원 필요성이 높은 중증환자의 입원진료 인프라를 유지하는 병원에 정부가 지급하는 금액이다. 입원환자 중 전문진료가 필요한 환자가 일정 비율 이상인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은 입원료 100%를 추가로 지원받고 있다.

그래픽=신동준 기자

그래픽=신동준 기자


응급실 진료체계 유지 비용 560억 원에는 △응급실 전문의 진찰료 수가 100% 인상(487억 원) △심폐소생 등 응급의료행위를 실시한 경우 주는 지원금의 가산율 확대(38억 원) △지역응급실 진찰료 별도 보상(34억 원) 등이 포함됐다. 일반 입원진료 지원금의 대부분(1,243억 원)은 입원병동에 전문의를 투입한 병원 등에 지급(환자 1인당 하루 2만5,000원)됐다.

문제는 전공의 이탈이 장기화하면서 전국 주요 병원 응급실에서 '뺑뺑이' 등 진료 차질 사태가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추석 기간 응급 대응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권역센터의 응급실 전문의 진찰료 가산 비율을 150%에서 250%로 대폭 인상하기로 했다. 기존 408개 응급의료기관에만 적용되던 응급 진찰료 한시 가산을 112개 응급의료시설까지 확대한다. 아직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서 확정되지 않았지만, 가산료는 결국 수가에 반영되는 것이라 건보 지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일부에선 건보 재정 지속성을 우려하기도 한다. 정부가 올해 2월 내놓은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2024~2028년)에 따르면, 건보 수지는 2026년 적자로 전환되고 2028년 당기수지가 1조 5,836억 원 적자로 예상된다. 강성권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 부위원장은 "정부는 현재 건보 재정이 일부 흑자라는 이유로 국고 지원분까지 건보에서 가져다 쓴다"며 "건보 재정은 의료비 부담 절감 등 보장성 정책에 투입해야 할 의료안전망 재원이지 정부의 쌈짓돈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오세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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