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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묘지 사진 촬영, 여러분 부탁 맞죠?”… 정쟁에 전사자 유족 동원한 트럼프

입력
2024.09.02 16:05
수정
2024.09.02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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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캠페인 금지령 위반 뒤 고의 부인
해리스 “신성한 장소 모독” 일침에 발끈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왼쪽 두 번째) 전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버지니아주 알링턴 국립묘지에서 2021년 8월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 테러로 숨진 미군 13명의 희생을 기리기 위해 무명용사의 묘에 헌화하고 있다. 앞줄 맨 왼쪽은 3년 전 테러로 척수 부상을 입고 휠체어를 타게 된 켈시 레인하트 전 미 해병대 상병. 알링턴=AP 연합뉴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왼쪽 두 번째) 전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버지니아주 알링턴 국립묘지에서 2021년 8월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 테러로 숨진 미군 13명의 희생을 기리기 위해 무명용사의 묘에 헌화하고 있다. 앞줄 맨 왼쪽은 3년 전 테러로 척수 부상을 입고 휠체어를 타게 된 켈시 레인하트 전 미 해병대 상병. 알링턴=AP 연합뉴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의 알링턴 국립묘지 내 불법 선거 운동을 둘러싼 정쟁에 전사자 유족을 끌어들였다. 순수하게 그들의 부탁을 들어준 자신을 경쟁자인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불순한 정치적 의도로 모함하고 있다고 반격하면서다.

트럼프 대선 캠프는 3년 전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 테러로 숨진 미군 병사 가족들의 성명을 1일(현지시간) 공개했다. 성명에는 당시 희생된 미군 13명 중 7명의 가족이 서명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대부분 카불 공항 테러 발생 3년인 지난달 26일 트럼프 전 대통령과 함께 버지니아주(州) 알링턴 국립묘지를 찾은 이들은 성명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우리 초대를 받았고 희생을 기리려 그곳에 있었지만 해리스 부통령이 이 신성한 순간을 정치적 책략으로 왜곡했다”고 비판했다. 또 “그가 군 통수권자였다면 오늘 우리 아이들은 살아 있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에 “알링턴 국립묘지는 정치에서 자유로워야 할 엄숙한 장소”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목을 끌기 위해 정치적 곡예를 했고, 신성한 장소를 모독했다”고 비난했다. 테러 3년 추모 행사 때 국립묘지 내 정치 활동 금지 규정을 어기고 자신이 참배하는 모습을 사진과 동영상으로 촬영해 공개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일침을 가한 것이다.

유족 성명은 이에 대한 반박 성격이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SNS인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도 직접 유족을 상대로 “여러분이 내게 알링턴 국립묘지에 함께 가서 사진을 찍고 싶다고 말해 줘서 고맙다. 내가 아닌 여러분의 요청이었지만 그렇게 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고 밝혔다. 사진 촬영이 캠페인 목적의 고의였다는 혐의를 부인한 것이다.

다만 당시 상황에 대한 트럼프 측 해명은 여전히 석연치 않다는 게 NYT 지적이다. 트럼프 캠프는 사진사 동행과 사진 촬영이 허가됐지만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인사가 트럼프 팀 구성원을 물리적으로 막아섰으며 자신들의 물리력 행사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이를 증명해야 한다면 영상을 공개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묘지를 관할하는 미국 육군은 지난달 29일 성명을 통해 촬영 허가 사실을 부인했고 묘지 직원이 촬영을 제지하다 트럼프 캠프 관계자에게 물리적으로 밀렸다고 했다. 트럼프 측은 당시 영상을 아직 꺼내지 않았고, 묘지 직원을 모욕한 일을 사과하지도 않았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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