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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 시험관 비용 전액 대겠다"는 트럼프... 여성 표심 잡으려 태세 전환?

입력
2024.08.30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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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주 후 낙태 금지' 플로리다도 직격
재생산권 지지 돌변? "여성표 구애"
'국립묘지 촬영' 두고 육군과 갈등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9일 위스콘신주 라크로스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에 참석해 연설한 뒤 퇴장하며 청중을 가리키고 있다. 라크로스=AFP 연합뉴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9일 위스콘신주 라크로스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에 참석해 연설한 뒤 퇴장하며 청중을 가리키고 있다. 라크로스=AFP 연합뉴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난임 여성의 시험관 시술에 드는 비용 전액을 정부가 대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임신 6주 후 임신중지(낙태) 금지 조치에 반대한다는 입장도 재확인했다. 여성의 출산 관련 결정에 보수적 잣대를 들이대 온 과거 전력과는 확실히 거리를 두려는 모습이다. 자신의 전매특허나 다름없는 '성차별적 망언' 탓에 멀어지고 있는 여성 유권자 표를 의식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6주 낙태 금지에도 '쓴소리'

2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트럼프는 이날 북부 경합주(州) 미시간 유세에서 체외인공수정(IVF·시험관) 시술과 관련해 "IVF 시술 비용을 정부가 대거나, 여러분의 보험사가 지불하도록 의무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IVF 시술 비용은 비싸다. 나는 처음부터 IVF에 찬성해 왔다"고 덧붙였다.

실제 미국의 시험관 시술 비용은 서민 가정에 상당히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많게는 2만 달러(약 2,600만 원) 이상이 든다고 NYT는 설명했다. 트럼프는 "우리는 더 많은 아기를 원하고, 가정 친화적(pro family)"이라며 신생아와 관련한 비용의 세금 공제 약속까지 했다.

대선 레이스 본격화 이후, 트럼프는 출산과 관련한 여성의 자유로운 결정을 뜻하는 '재생산권(reproductive rights)'을 지지하는 듯한 발언을 적잖게 해 왔다. 이날 NBC 인터뷰에선 자신이 거주하는 플로리다주의 '임신 6주 후 낙태금지법'에 쓴소리도 했다. 그는 "6주는 너무 짧다"며 이를 반대하는 투표를 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5월부터 이 법률을 시행 중인 플로리다는 올해 11월 낙태권을 명시한 주(州)헌법 개정안에 대한 주민투표를 실시하기도 한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왼쪽 사진)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AFP 연합뉴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왼쪽 사진)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AFP 연합뉴스


"여성·중도층 표심 잡기용"

하지만 돌이켜보면 미국의 '낙태권 전쟁'에 불을 붙인 장본인이 바로 트럼프다. 재임 시절 트럼프가 보수 성향 대법관 3명을 임명하면서 재편된 '보수 우위' 연방대법원은 2022년 6월 미국 여성들의 낙태에 관한 헌법상 권리를 보장한 '로 대 웨이드' 판례(1973년)를 폐기했다. 트럼프는 이를 자신의 공적으로 종종 거론했다. 보수 성향 유권자의 지지를 굳히겠다는 뜻이었다.

이 때문에 최근 트럼프가 보이는 '재생산권 관련 태세 전환'을 두고 현지 언론들은 '여성 및 중도층 유권자 표 공략'을 위한 포석으로 본다. 2년 전 '로 대 웨이드' 판결 폐기로 성난 여성·중도층 유권자의 결집으로 그해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선전했던 만큼, 정치적 유불리를 의식한 행보라는 얘기다. NYT는 "트럼프는 낙태권 등 재생산권 문제에 대해 기존 입장을 바꾸고 온건한 태도를 취하려고 노력해 왔다"며 "이 문제가 자신과 공화당에 불리하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왼쪽 두 번째) 전 대통령이 지난 26일 버지니아주 알링턴 국립묘지에서 헌화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왼쪽 두 번째) 전 대통령이 지난 26일 버지니아주 알링턴 국립묘지에서 헌화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국립묘지서 '정치 행위' 논란 계속

이런 가운데, 최근 트럼프 캠프의 알링턴 국립묘지 참배를 둘러싼 논란도 확대되고 있다. 지난 26일 트럼프는 2021년 아프가니스탄 철군 과정에서 사망한 미군 13명이 묻힌 묘역을 찾아 헌화했는데, 이때 캠프 인사 일부가 사진 촬영을 막는 묘지 직원과 물리적 충돌을 빚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알링턴 국립묘지 관리를 담당하는 미 육군은 29일 이례적으로 성명을 발표했다. 육군은 "'묘지 내 정치 활동 금지' 규정을 집행한 해당 직원의 직업의식이 부당하게 공격당했다"며 사실상 트럼프 캠프를 비난했다. 미 연방법은 국립묘지 내 선거 관련 활동을 금지하고 있다.

트럼프는 이날 유세에서 이번 사태의 파장을 가라앉히려는 듯, 묘역 헌화와 대선 행보는 관계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트럼프가 과거에도 참전용사 등 군인 비하 논란에 휩싸인 적이 있다는 점에 비춰, 이번 일로 육군과의 갈등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조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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