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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시 공화 출신도 입각" 해리스, 협치 시사… 트럼프에는 "인종 공세 지겹다"

입력
2024.08.30 17:42
수정
2024.09.02 10:19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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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등판 39일 만에 CNN과 첫 언론 인터뷰]
트럼프 정체성 지적 일축하고 "다음 질문 달라"
"취임 첫날 미국 중산층 지원·강화 정책 펼 것"
시종일관 여유롭게 답변... "무난한 데뷔" 평가
경합주 7곳서 1곳도 안 뒤지는 첫 조사 결과도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29일 조지아주 사바나에서 CNN방송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CNN 홈페이지 영상 캡처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29일 조지아주 사바나에서 CNN방송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CNN 홈페이지 영상 캡처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29일(현지시간) 대선 레이스 등판 이후 CNN방송과 진행한 첫 언론 인터뷰에서 "집권하면 내각에 공화당 인사도 참여시키겠다"고 밝혔다. 일주일 전 민주당 대선 후보 지명 수락 연설 때 내비친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하며 '협치'를 시사한 것이다. 동시에 대선 경쟁자인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비(非)우호적인 보수 성향 유권자들의 표심을 노린 '계산된 발언'이기도 했다.

지난달 21일 조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후보직 사퇴로 '대체 후보'가 된 해리스가 언론 인터뷰에 나선 것은 39일 만에 처음이다. 언론 대면을 피하는 듯한 모습으로 '검증에 자신이 없는 게 아니냐'는 시선까지 받았지만, 이날 '원고 없는 인터뷰'에서 그는 압박성 질문에도 당당하고 여유로운 태도로 응수했다. 다만 현 정부 노선과 차별화된 공약을 공개하지는 않아 '해리스표 정치'에는 물음표를 남겼다.

'협치 내각 카드' 꺼낸 해리스... 공화 지지층에 손짓

사전 녹화 후 총 27분간(진행자 발언 시간 제외) 공개된 이날 인터뷰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협치 내각' 의지를 드러낸 부분이었다. 해리스는 "가장 중요한 결정을 할 때 테이블에 다른 시각·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있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직 특정 인물을 염두에 두고 있지는 않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사실 미국 정치 문화에서 상대 당 인사를 내각에 기용하는 게 드문 일은 아니다. 그러나 버락 오바마 행정부(2009년 1월~2017년 1월)가 마지막이었고, 트럼프·바이든 행정부를 거치며 전통이 끊겼다. 이를 되살리겠다고 공언한 해리스에 대해 뉴욕타임스(NYT)는 "양당 협력 방식으로 통치하겠다는 구상을 알리며 '공화당 표'를 노린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도 트럼프를 향해선 짧은 한마디로 날을 바짝 세웠다. '해리스는 흑인이냐, 인도계냐'라는 트럼프의 비아냥과 관련한 질문에 해리스는 "늘 같은, 오래된, 지겨운 각본"이라고만 답한 뒤, 곧바로 "다음 질문을 해 달라"고 화제를 넘겨 버렸다. 트럼프의 지적은 대꾸할 가치조차 없는 소모적 논쟁거리로 치부한 것이다. 영국 가디언은 "(9월 10일) 대선 TV 토론에 대한 그의 전략을 암시한다"며 "짧고 날카로운 말로 트럼프를 깎아내린 뒤, 자신만의 미래지향적 의제로 넘어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오른쪽) 부통령과 러닝메이트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가 29일 조지아주 사바나에서 진행된 CNN방송과의 인터뷰에 참석해 답변하고 있다. CNN 홈페이지 영상 캡처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오른쪽) 부통령과 러닝메이트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가 29일 조지아주 사바나에서 진행된 CNN방송과의 인터뷰에 참석해 답변하고 있다. CNN 홈페이지 영상 캡처


현안 입장 변화 지적에 "가치관은 안 변했다"

중도층 또는 경합주 등 공략에 불리한 사안에 대해선 애매한 답변을 내놨다. 해리스는 격전지 펜실베이니아주의 최대 현안, 셰일가스 추출을 위한 수압파쇄법(fracking·프래킹)을 반대했던 과거 입장을 철회한 데 대해 구체적 설명 없이 "(환경보호를 중시하는) 내 가치관은 변하지 않았다"고만 강조했다. 가자지구 전쟁과 관련, '대(對)이스라엘 무기 지원을 중단하겠냐'라는 질문에는 "이스라엘 방어에 대한 내 약속은 분명하고 흔들리지 않는다"면서도 "무고한 팔레스타인인이 너무 많이 살해됐고, 우리는 (휴전) 합의를 타결해야 한다"고 답했다.

'흑인·여성' 정체성 관련 발언을 삼가는 기조도 유지했다. 해리스는 '흑인 여성 첫 미국 대통령'이라는 의미를 진행자가 묻자, 즉답 대신 "내가 인종·성별에 상관없이 모든 미국인을 위해 대통령직을 맡을 최적임자라고 믿기에 선거를 뛴다"고 대답했다.

"문제 될 만한 발언 없었다" 무난한 데뷔전

이날 인터뷰에서 정책 또는 공약 언급은 많지 않았다. 해리스는 취임 첫날 무엇을 가장 먼저 하겠느냐는 질문에 "최고 우선순위 중 하나는 중산층을 지원·강화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다. '기회 경제'(opportunity economy)를 만들기 위한 계획을 시행하겠다"고 답했다. 이어 "자녀 세액공제 확대, 저렴한 주택 공급, 바가지 가격 대응 등이 포함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미국 언론들 평가는 "유권자를 사로잡을 '한방'은 없었으나 무난한 인터뷰 데뷔였다"는 게 대체적이다. NYT는 "답변을 꼬아서 말하는 경향을 보였지만,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만한 발언은 없었다"고 총평했다. 반면 트럼프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지루하다!!!" "지도자로 보이지도 않는다" 등 비난성 평가를 남기며 해리스를 깎아내렸다.

하지만 해리스의 상승세는 계속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모닝컨설트가 7개 경합주 유권자 4,962명을 상대로 실시해 이날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해리스는 트럼프와의 가상 대결 시 '6곳 우세, 1곳 동률'이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해리스가 경합주 지지율 조사에서 단 한 곳도 뒤지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실리콘밸리= 이서희 특파원
손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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