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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의 국부는 "힘은 주먹이 아니라 지식에 있다"고 어린이들에게 말했다

입력
2024.08.31 12:00
수정
2024.09.02 18:37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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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세 마르티의 '황금시대'

1880년 뉴욕에서 아들 호세 프란시스코와 함께 있는 호세 마르티. 위키미디어 커먼스

1880년 뉴욕에서 아들 호세 프란시스코와 함께 있는 호세 마르티. 위키미디어 커먼스

“아메리카 대륙의 어린이들이 자기 생각을 말하는 사람이 되기를, 기왕이면 잘 말해서 유창하고 진지한 사람이 되기를 희망한다.”

쿠바의 ‘국부(國父)’로 추앙받는 독립운동가 호세 마르티(1853~1895)가 1889년 7월 어린이를 위한 월간지 '황금시대'를 발간하며 한 말이다. 스페인의 식민 지배에 맞선 혁명가였던 그는 시와 에세이를 쓰는 문학인이기도 했다. 마르티는 어린이 독자들을 위한 단편소설, 에세이, 시 등이 담긴 32페이지 분량의 잡지를 만들었다. 당시 유행했던 놀이를 다루기도 하고 파리 만국박람회 소식을 전하며 프랑스 역사를 알기 쉽게 전달하기도 했다. 글마다 섬세한 삽화를 넣어 최고급 용지에 깔끔하게 인쇄한 정성은 그가 어린이를 얼마나 각별하게 생각했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4개월만 나오고 사라진 월간지이지만 어린이·청소년을 위한 고전으로 자리 잡아 월간지 네 권을 한데 묶은 단행본이 많은 국가에서 번역됐다.

마르티가 강조한 것은 지식과 사랑. "전에는 모든 것을 주먹으로 해결했다. 그러나 오늘날의 힘은 주먹이 아니라 지식에 있다." "어린이들은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모여서 모두 함께 누구를 위해 어떤 좋은 일을 할 수 있는지 찾아봐야 할 것이다." 135년 전의 글이지만 현재에, 어른들에게 더 간절한 당부들이다. 또 부당한 일을 보고도 행동하지 않는 것은 범죄라고 했던 그답게 정의를 중요시했다. “서점에 책이 있고 하늘에 빛이 있으며 친구가 있고 어머니가 있는 한 아무도 슬퍼하거나 비겁해지지 말아야 한다.”

오래된 글임을 드러내는 구절들도 간간이 있다. 잡지의 목적에 대해 “소녀들에게는 집에 찾아오는 손님들을 즐겁게 해줄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주고, 소년들에게는 훌륭한 사람이 되기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할 이야기를 들려 줄 것이다”라는 대목 등이다.

황금시대·호세 마르티 지음·조갑동, 신정환 옮김·알렙 발행·304쪽·1만8,000원

황금시대·호세 마르티 지음·조갑동, 신정환 옮김·알렙 발행·304쪽·1만8,000원


남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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