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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주민 국적은? 김문수에게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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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선보이는 칼럼 '메아리'는 <한국일보> 논설위원과 편집국 데스크들의 울림 큰 생각을 담았습니다.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일제 치하 우리 선조들의 국적이 일본”이라며, 그게 상식이라고 당당하게 말한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에게 묻고 싶은 게 생겼다. 북한 주민들의 국적이 어디냐고.
북한 주민들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여권을 지니고 북한 국적법의 적용을 받는다. 또 올림픽에도 북한 국적자로 출전해 북한 국기를 달고 경기에 임하는 게 현실이다. 제3자의 상식적 견지에서 보면 북한 주민의 국적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영토를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규정한 우리 헌법에 따라 대법원 판례는 북한 주민을 대한민국 국민이라고 말한다. 북한은 국가가 아니라 군사분계선 이북을 불법 점거한 반국가단체여서 북한 주민은 북한 국적자가 아니다. 대한민국의 행정력이 미치지 못해 서류상의 등록을 못할 뿐 북한 주민은 원칙적으로 대한민국 국적 보유자라는 얘기다. 그 때문에 북한이탈주민들은 한국에 들어오면 별도의 국적 취득 절차 없이 가족관계등록부에 오르고 주민등록번호를 부여 받는다. 한국 정부의 이런 입장 때문에 일부 제3국도 북한이탈주민을 한국 국적자로 보고 난민 지위를 거부한다고 한다.
북한 인권운동에 관심을 보였던 김문수 후보가 과거 “북한 주민들은 대한민국 국민”이라고 말했던 소신을 잃지 않았다면 북한 주민의 국적은 대한민국이라고 말할 것이다. 대한민국의 법 적용을 받지도 않고 국제적으로 북한 국민으로 대우받는 북한 주민을 그가 대한민국 국민이라고 말하는 것은 대한민국 헌법의 세계관을 믿고 따르기 때문이다.
이런 논리를 일제강점기에 적용해보자. 1919년 9월 11일 공포된 대한민국임시정부 헌법에 따르면, 한반도 거주 주민은 대한민국 국민이다. 일본의 불법 점령과 통치로 임정의 행정력이 비록 한반도에 미치지 못했으나 임정 헌법의 세계관 속에선 그들의 국적은 대한민국이다. 뉴라이트 인사들은 일제 식민지 조선인들이 일본 국적의 여권을 사용했고 손기정도 올림픽에 일본 국적으로 출전한 점 등을 거론하면서 일본 국적이 사실이며 가치판단을 뒤섞지 말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여권과 올림픽 출전 등 비슷한 경우의 북한 주민에 대해선 누구보다 대한민국 국민이라고 목소리 높일 이는 뉴라이트 인사들이다. 스스로 이게 모순이라는 걸 못 느끼는 걸까.
사실과 가치를 구분하는 게 기자의 일차적 소임이라고 여겼으나, 기자 생활을 하면서 이를 구분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 경우가 많았다. '북한 주민 국적은 대한민국'이라는 게 사실 판단일까, 가치 판단일까. 대한민국 헌법과 대법원의 세계관에선 사실 판단이지만, 그 세계관 자체가 고도의 가치 판단을 담고 있다. 그 세계관 밖을 나오면 그 명제는 가치 판단이다.
국적이란 개념 자체가 가치중립적 용어가 아니다. 국가의 범위와 정당성, 국민 요건 등 여러 가치판단이 개입된 인공의 산물이다. 어떤 법 체계에서 누군가 특정 국적을 가진 게 사실로 보이지만, 영토 분쟁, 이중 권력 등의 상황이 벌어지면 국적은 모호해진다. 예컨대 중국은 지금도 대만 국적과 여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중국의 세계관 속에선 대만인의 국적은 중국이다. 아울러 일제 시대 일본의 통치를 인정하더라도 일본이 제국 헌법을 한반도에 적용하지 않고 일본인과 조선인을 차별적으로 대우해 당시 주민의 국적이 일본이라고 단정하기에도 모호한 구석이 많다.
학자라면 사실과 가치에 대한 엄정한 구분이 필요하겠지만, 대한민국 공직자라면 대한민국 헌법의 세계관을 믿고 따라야 한다. 대한민국 헌법은 임정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밝힌다. 다시 말하면, 임정 헌법의 세계관 속에서 당시 한반도 주민은 대한민국 국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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