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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웨어가 운전하는 세상' 자율주행 두뇌 만드는 박중희 라이드플럭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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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운전하지 않아도 알아서 달리는 자율주행차는 자동차를 만드는 사람들의 꿈이다. 수많은 대기업뿐 아니라 신생기업(스타트업)까지 여기에 도전장을 던졌다.
국내 자율주행 분야에서 대표적으로 꼽히는 스타트업이 2018년 박중희(39) 대표가 설립한 라이드플럭스다. 이곳은 자율주행차의 뇌에 해당하는 레벨4 수준의 핵심 소프트웨어를 개발한다. 총 5단계로 나누는 자율주행 기술 가운데 4단계에 해당하는 레벨4는 자동차가 운전자 없이 시속 80km 이상 달리는 고속화도로에서도 눈, 비, 안개 등 날씨에 개의치 않고 주행 및 회전이 가능하며 갓길에 세워둔 차량을 피하거나 주변 차량을 감지해 속도를 조절하며 차선을 바꿀 수 있는 수준이다.
이 같은 기술력을 인정받아 이 업체는 지난 6월 국토교통부에서 국내 최초로 원격 관제 하는 무인 자율주행 시험 허가를 받았다. 이에 따라 올해 안에 서울 상암동에서 무인 자율주행차의 운행 시험을 할 예정이다. 박 대표를 서울 세종대로 한국일보사에서 만나 자율주행 기술의 현주소를 짚어봤다.
서울대에서 전기공학과 컴퓨터공학으로 학사와 석사를 마친 박 대표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기계공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원래 그는 교수를 할 생각이었으나 미국에서 지도 교수 때문에 진로를 바꿨다. "박사 과정의 지도교수가 뉴토노미라는 자율주행 회사를 창업했어요. 나중에 현대차가 이 회사와 합작해 모셔널이라는 자율주행 회사를 만들었죠. 그때부터 사업에 관심을 가졌죠."
공부를 마치고 그는 LG전자에서 운전자 지원 시스템을 개발하는 ADAS 사업부의 책임연구원으로 일했다. "자율주행을 개발하는 큰 조직에서 경험을 쌓고 싶었어요."
그는 자율주행을 스타트업이 개발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창업했다. "다양한 분야의 인력을 포용해 새로운 사업에 도전하려면 스타트업이 유리하죠."
라이드플럭스는 자율주행에 필요한 모든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풀 스택(full stack) 업체다. 풀 스택이란 차량의 감지기로 신호등과 주변의 사람, 차량 등을 인지하고 이들의 움직임을 예측해 주행을 결정하는 인지, 판단, 제어 모든 과정의 소프트웨어를 말한다. 여기에 자율주행용 인공지능(AI) 및 원격 관제 센터에서 차량 상태를 파악해 지시를 내려주는 소프트웨어도 개발한다. "앞으로 소프트웨어가 차량을 움직입니다. 이렇게 되면 자동차 시장의 판도가 달라지죠. 자율주행으로 새로운 시장이 열릴 겁니다."
풀 스택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이유는 인지, 판단, 제어 등 자율주행의 전체 과정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이미 관련 특허만 국내외에서 100개 이상 받았다. 그렇다 보니 전체 직원 90명 중 72명이 개발자다. "모든 과정이 서로 연결돼 있어서 한 가지만 개발하면 한계가 있어요. 모든 과정을 다뤄야 자율주행을 완성할 수 있어요."
국내 최초로 박 대표는 지난 6월 국토부에서 원격 관제를 통해 무인으로 자율주행을 시험할 수 있는 허가를 받았다. 이에 따라 연내 서울 상암동에서 무인 자율주행 시험을 할 예정이다. "서울 상암동의 특정 구간을 운전자가 운전석에 앉은 상태로 2개월, 이후 보조석으로 이동한 상태에서 2개월, 그 뒤 사람이 전혀 타지 않는 완전 무인 상태에서 원격 관제로 시험 주행을 할 계획입니다."
이번 시험 주행은 자율주행의 가장 중요한 문제인 신뢰를 위해 중요하다. "자율주행 차량은 사람이 할 수 없는 360도 상황을 모두 살펴요. 그래서 사람이 운전하는 것보다 사고 발생 가능성이 낮아요. 충분한 시험을 통해 안전성 검증을 거치면 사고 가능성을 더 줄일 수 있죠."
이는 곧 사실상 무인 자율주행 기술 개발이 끝났다는 뜻이다. "개발한 기술을 검증하는 단계죠. 6년간 한 우물을 판 성과입니다. 해외는 10년 걸려 개발한 것을 부지런히 쫓아갔어요."
무인 자율주행 시험에 쓰일 자동차는 일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다. 여기서 풀어야 할 오해 한 가지는 자율주행이 전기차만 가능하다는 잘못된 생각이다. "자율주행은 소프트웨어가 핵심이어서 일반 내연기관 자동차도 추가 장비와 소프트웨어를 장착하면 돼요."
서울 상암동을 달릴 예정인 무인 자율주행 차량은 원격 관제 센터의 제어를 받는다. 원격 관제 센터가 필요한 이유는 특별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서다. "이상 상황이 발생하면 관제 센터에 경보가 떠요. 예를 들어 도로에 갑자기 장애물이 나타나거나 차량에 이상이 발생하는 등 특별한 경우에만 원격 관제 센터가 개입해 차량을 안전하게 정차시킨 뒤 원격으로 해결하죠."
원격 관제는 자율주행 차량의 진화 방법이기도 하다. "자율주행 차량은 원격 관제 상황을 학습해요. 따라서 이런 상황이 쌓이면 자율주행 차량도 진화해 원격 관제 상황이 점차 줄어들게 돼요."
자율주행 분야에서 박 대표는 여러 개의 국내 최초 기록을 갖고 있다. 서울에서 실시하는 무인 자율주행뿐 아니라 2020년 제주국제공항을 오가는 완전 자율주행 서비스를 국내 최초로 시작했고 2021년 서귀포 혁신도시에서 자율주행 로보택시 시범 서비스도 제공했다.
자율주행 로보택시는 올해 버스로 확대됐다. "정부 실증사업으로 제주 중문단지와 첨단과학기술단지를 오가는 자율주행 버스를 올해 시작했어요. 카카오모빌리티 앱에 정해진 출발지와 목적지를 입력하면 자율주행 미니버스가 해당 구간을 달리죠. 다음 달까지 상용화 가능성을 염두에 둔 시범 사업을 할 예정인데 기간 연장을 논의 중입니다."
제주에서 자율주행 시범 사업을 한 이유는 도로의 특수성 때문이다. "제주는 독특하게 회전 교차로가 많고 복잡한 5거리도 있어요. 여기에 공항, 산악도로, 해안도로 및 신호등이 아예 없는 교차로까지 있어서 여러 상황을 시험할 수 있어요. 또 갑자기 비가 오는 등 날씨도 변화무쌍하죠. 도로에 동물이 나타나기도 해요. 말을 싣고 가는 트럭은 제주에서만 볼 수 있죠."
제주에서 시작된 자율주행 시범사업은 서울을 거쳐 부산으로 넘어간다. "내년에 부산에서 자율주행 시범 사업을 할 계획입니다. 처음에는 사람이 타지만 점차 무인으로 확대해야죠."
박 대표는 무인 자율주행의 우선 적용 대상으로 트럭, 버스 등 상용차를 꼽는다. "상용차를 24시간 가동하려면 3교대 인력이 필요해요. 인건비를 감안하면 자율주행 비용이 비싸도 도입하죠. 24시간 운행하면 이익이 나거든요. 이것이 중요한 요소죠. 그래서 자율주행 상용차를 스타트업에 기회가 있는 새로운 시장으로 봤어요. 마침 아무도 상용차 시장에 도전하지 않는 것을 보고 처음부터 목표로 삼았죠."
상용차의 무인 자율주행은 3년 내 가능할 전망이다. "특정 구간과 노선에 국한한 상용차는 2, 3년 내 자율주행 상용화가 가능해요. 국토부도 2027년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 상용화를 계획하고 있죠."
여기 맞춰 박 대표는 자율주행을 월별 이용료를 받는 구독형 서비스로 상용화할 예정이다. "버스, 택시, 트럭 등 운수회사나 이동수단을 제공하는 서비스 업체에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제공하고 구독료를 받을 방침이에요. 주행거리당 이용료를 받죠."
이를 위해 자동차 제조사와 협업하고 있다. "사명을 공개할 수 없지만 자동차 제조사와 자율주행 차량 제조를 위해 협업하고 있어요. 또 국내 자동차 제조사와 기존 25톤 트럭에 자율주행 장비를 장착하는 협업도 하고 있죠. 일부 물류회사에서 이렇게 개조한 자율주행 트럭으로 고속도로를 달릴 예정입니다."
따라서 의미 있는 매출은 구독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2027년 이후 나올 예정이다. "아직은 정부 수주 사업이나 기업 실증 사업을 통해 소규모로 매출을 올리고 있어요. 지금은 투자 단계죠." 투자는 누적으로 292억 원을 받았다. 쏘카,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캡스톤파트너스 등에서 투자했다.
무인화, 자동화에서 반드시 거론되는 문제가 일자리 상실이다. 자율주행도 예외일 수 없다. "상용차의 무인 자율주행을 말하는 것은 일자리가 걸려 있어 조심스러워요. 문제는 고령사회로 가면서 화물차나 버스, 택시 기사들이 부족해요. 화물차 기사들의 평균 연령이 55세입니다. 화물 운송은 국가의 동맥인데 젊은 사람들이 기피해요. 또 버스는 공공재 같은 개념이어서 정부에서 지원금을 주며 수익이 나지 않는 노선을 유지하죠. 이런 분야에서 자율주행으로 비용을 줄이고 부족한 일손을 메울 수 있어요. 더불어 원격 관제요원 같은 새로운 일자리가 등장하죠. 그러려면 단계적으로 자율주행을 적용하며 사회 구성원들의 이해와 공감대를 얻는 것이 중요해요."
궁극적으로 박 대표가 자율주행으로 혁신하려는 것은 사람들의 이동 스트레스다. "사람들이 운전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차 안에서 편히 쉬며 이동하는 것이 자율주행을 통한 혁신의 목표죠. 언제 어디서나 자율주행 차량을 호출해 이동하면 굳이 차량을 살 필요가 없어요. 이렇게 되면 주차 공간도 다르게 활용할 수 있어요."
그래서 박 대표는 자동차를 공공재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많은 사람이 차량을 소유하지 않고 자율주행 서비스로 호출해 이용하면 차량이 공공재, 공공서비스로 바뀌죠. 이렇게 되면 환경 문제부터 주차 공간 및 보험료로 낭비되는 비용을 줄이고 인지 능력이 떨어지는 노인들의 교통사고도 막을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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