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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틸 만큼 버텼다" 보건의료노조 파업 예고… 정부 "환자 안전 보호해야"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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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와 의료기사 등이 소속된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이 '의료 정상화'를 요구하며 파업 돌입을 예고해 진료 현장에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전공의들이 이탈한 빈자리를 6개월 넘게 메우고 있는 보건의료 노동자들마저 병원을 떠나면 의료 공백을 넘어 의료 대란이 불가피하다. 정부는 파업 자제를 호소하며 "응급·중증 등 필수 진료에 차질이 없도록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25일 보건의료노조는 이달 19~23일 61개 병원 사업장(조합원 2만9,705명)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진행한 결과, 2만4,257명(81.7%)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률 91.1%(2만2,101명)로 동시 파업이 가결됐다고 밝혔다. 노조는 지난 13일 중앙노동위원회와 지방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조정신청서를 제출해 현재 조정 절차가 진행 중인데, 조정 기간(15일)이 끝나는 28일까지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이튿날 오전 7시부터 동시 파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파업 참가 병원은 국립중앙의료원, 한국원자력의학원, 각 지방의료원 등 공공병원 31곳과 강동성심병원, 고려대의료원, 한양대의료원, 강동경희대병원, 강동성심병원 등 민간병원 30곳이다. 5대 상급종합병원(빅5 병원) 중에서는 서울아산병원과 서울성모병원이 보건의료노조 소속이지만 노동쟁의조정신청 대상 사업장에 포함되지 않았다.
노조는 △조속한 진료 정상화 △의사 집단행동으로 인한 책임 전가 금지 △불법 의료 근절과 업무 범위 명확화 △인력 확충 △총액 대비 6.4%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이, 끼니를 거르고, 폭언·폭행에 시달리며 묵묵히 버텨 왔다"며 "의사들의 집단 진료 거부가 부른 경영위기 책임을 보건의료 노동자들에게 떠넘기지 말라"고 주장했다.
전공의 이탈 이후 병원들이 비상경영을 하면서 보건의료 노동자들은 연차휴가 강제 사용, 무급휴가, 무급휴직, 희망퇴직 등에 내몰려 상당한 임금 손실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의사 업무 일부가 간호사에게 넘어와 의료사고 불안감이 커진 데다 노동 강도가 높아져 번아웃도 극에 달했다. 하지만 병원도 진료 축소로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어 노조 요구를 어느 정도 수용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노조가 파업을 해도 응급실, 수술실, 중환자실, 분만실, 신생아실 등 환자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 인력은 현장을 지킨다. 그래도 전공의 1만 명이 빠진 업무를 대체하던 간호사가 이탈하면 의료 현장은 당장 마비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최근 코로나19 감염자와 온열질환자가 급격히 증가해 의료체계에 과부하가 걸린 상황이라 우려가 더 크다. 노조 관계자는 "각 사업장별 조정 결과에 따라 파업 규모와 여파는 달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정부는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를 열어 보건의료노조 파업 대책을 논의했다. 필수의료 정상 유지 여부를 모니터링하고,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공공의료기관을 중심으로 비상진료를 실시하기로 했다. 진료 차질이 예상되는 병원은 콜센터와 각 시도를 통해 안내할 계획이다. 간호법 제정과 보건의료 인력 처우개선도 약속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민 생명을 지키고 환자 안전을 보호하는 것은 정부와 보건의료인 본연의 임무"라며 "파업과 같은 집단행동을 자제하고 사용자와 적극적인 대화와 협의로 지금의 상황을 해결해 주길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어 "의료 현장의 혼란으로 고생하는 보건의료노조의 고민과 어려움도 이해하지만 환자와 국민의 불안한 마음을 다시 한번 헤아려 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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