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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 없어 구로역 사고 환자 16시간 만에 수술...커지는 응급실 공백

입력
2024.08.25 17:01
수정
2024.08.25 17:48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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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전 2시 16분 사고, 수술은 오후 6시 7분에
국립중앙의료원도 전문의 부재로 환자 재이송
응급실 우려 큰데 환자 몰리는 추석 연휴 3주 앞

지난 9일 오전 수도권 지하철 1호선 구로역에서 상행선 모터카 상부 작업대가 다른 선로 점검 차량과 부딪히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작업자 2명이 사망하고 1명이 부상했다. 서울 구로소방서 제공

지난 9일 오전 수도권 지하철 1호선 구로역에서 상행선 모터카 상부 작업대가 다른 선로 점검 차량과 부딪히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작업자 2명이 사망하고 1명이 부상했다. 서울 구로소방서 제공

이달 초 수도권 지하철 1호선 구로역에서 장비 차량들 충돌로 중상을 입은 노동자가 '응급실 뺑뺑이' 끝에 16시간이 지나 수술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6개월 넘게 이어진 의정 갈등으로 응급실 공백이 커진 가운데 환자가 몰리는 추석 연휴가 다가오고 있어 의료 현장의 긴장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2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이 소방청과 국립중앙의료원, 한국철도공사(코레일) 등에서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9일 오전 2시 16분쯤 구로역 사고로 오른쪽 다리가 골절된 50대 직원 A씨는 사고 발생 15시간 51분 만에 수술을 받았다.

신고를 접수하고 약 8분 만에 현장에 도착한 119구급대는 4분 거리에 있는 고대구로병원 중증외상센터에 연락했지만 병원 측은 수용 불가로 답변했다. 이어 연락한 국립중앙의료원 중증외상센터는 환자를 받기로 해 오전 3시 21분쯤 A씨를 이송했다. 중앙의료원은 검사 후 대퇴골 골절 및 골반골 골절로 응급수술이 필요하나 정형외과 전문의 부재를 이유로 다시 응급전원을 결정했다.

이후 A씨는 사설 구급차로 당시 응급수술이 가능했던 서울 마포구 서울연세병원으로 옮겨졌다. 사고 발생 뒤 2시간 44분이 지나서야 수술대에 누운 것이다. 하지만 머리 상처 봉합수술을 한 서울연세병원은 대퇴부 골절수술이 불가능해 A씨는 또다시 서울 강서구 원탑병원으로 이송됐다. 16시간이나 고통에 시달린 A씨가 원탑병원에서 대퇴부 골절수술을 받은 것은 15시간 51분 만인 오후 6시 7분, 수술이 완료된 것은 사고 후 18시간 59분이 지난 오후 9시 15분이었다.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의 잇단 사직으로 운영 차질 우려가 커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아주대병원 응급실로 25일 의료진이 들어가고 있다. 뉴스1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의 잇단 사직으로 운영 차질 우려가 커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아주대병원 응급실로 25일 의료진이 들어가고 있다. 뉴스1

수술이 가능한 의사가 병원에 없어 재이송된 환자는 A씨만이 아니다. '119구급대 재이송 건수 및 사유 현황’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재이송 2,645건 중 1,081건(40.86%)은 전문의 부재로 발생했다. 의대 증원으로 인한 의정(醫政) 갈등 속 전공의 집단 이탈, 과로가 누적된 전문의 사직과 이직 등으로 과부하가 걸린 응급실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여기에 올여름 기록적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과 코로나19 재유행으로 응급실을 찾는 환자가 늘었는데, 전통적으로 응급실 내원 환자가 급증하는 추석 연휴도 코앞이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2022년 추석 연휴(9월 9∼12일) 때 권역·지역응급의료센터 166곳의 하루 평균 환자 내원은 2만3,000건이었다. 평상시 평일보다 약 1.9배 많았다. 연휴 기간 응급실 환자 대부분이 경증이긴 하지만 통계상으로는 추석 연휴 때 화상(3배), 관통상(2.4배), 교통사고(1.5배) 환자도 늘었다.

김 의원은 "전문의 부재에 대해 지속적으로 경고했지만 정부가 충분히 대응하고 있고 문제가 없다고 한 결과가 이것"이라며 "윤석열 정부가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려서 살리겠다고 하는 필수·응급의료가 이렇게 급속히 무너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래의 대한민국을 위해 의사를 늘리는 것도 분명히 필요하지만 지금의 대한민국을 위한 응급·필수의료 확충 방안을 시급히 제시해야만 응급실 뺑뺑이로 힘들어하는 국민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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