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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여성 임신중지권' 옹호하는 트럼프... 해리스 의식했나

입력
2024.08.24 11:08
수정
2024.08.24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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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행정부는 여성과 재생산권에 훌륭할 것"
2022년 '로 대 웨이드' 판결 폐기 앞장 장본인
"11월 대선서 '온건한 후보'로 보이려는 노력"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에서 열린 유세에서 양팔을 펼쳐 보이고 있다. 글렌데일= AP 연합뉴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에서 열린 유세에서 양팔을 펼쳐 보이고 있다. 글렌데일= AP 연합뉴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갑자기 '재생산권(reproductive rights)'을 옹호하고 나섰다. '스스로 출산을 결정할 권리'는 일반적으로 임신중지(낙태)나 난임치료 등을 지지하는 민주당의 핵심 의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자신이 만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나의 행정부는 여성과 그들의 '재생산권'에 대해 훌륭할 것"이라고 썼다. 강경한 보수주의자이자 전통적 가족주의자인 JD 밴스 부통령 후보가 생물학적으로 출산하지 않은 인사와 가족을 조롱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임신중지 이슈를 덜 언급하는 변화가 감지되기는 했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보수 성향 대법관을 임명해 미국 여성들의 임신중지권을 헌법적으로 보장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이 2022년 폐기되도록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다. 또 최근 CBS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폐기한 연방대법원 판사를 임명한 것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는 태도를 보였다.

그런데 갑자기 재생산권 옹호 입장을 밝힌 것이다. '로 대 웨이드' 판결 폐기가 2022년 여성 유권자를 결집시켜 중간선거의 향배를 갈랐던 이슈인 만큼 이번 대선에서 임신중지 등의 이슈가 불러올 정치적 유불리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임신중지 전사' 해리스는 트럼프와 차별화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22일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 넷째 날 행사장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 시카고= AFP 연합뉴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22일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 넷째 날 행사장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 시카고= AFP 연합뉴스

특히 이날 '재생산권' 언급은 자신의 이력을 고리 삼아 공격 태세에 나선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의식한 지점이기도 하다. 전날 민주당 전당대회 후보 수락 연설에서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와 그의 동맹들은 피임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고, 약물 낙태를 금지하고, 전국적인 낙태 금지를 제정할 것"이라며 "정신이 나갔다"고 맹비난한 바 있다. 해리스 부통령은 "의회가 생식의 자유를 회복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면 미국 대통령으로서 자랑스럽게 그 법에 서명할 것"이라며 트럼프와 차별화를 꾀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가 임신중지 옹호자들이 쓰는 '재생산권'이라는 구체적인 문구를 사용한 것은, 스스로 임신중지권을 지지하는 사람으로 자신을 바꾸고 오는 11월 대선에서 자신에게 해로운 문제에 대해 정치적으로 온건한 사람으로 보이려는 노력"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공화당 내부에는 '태아의 생명권'을 옹호하는 강경한 낙태 금지론자들이 많기 때문에, 이 같은 트럼프의 태세 전환이 당내 어떤 여파를 촉발할지는 미지수다.


이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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