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는 기사
"엿 바꿔 먹자" "몇 천 당기자" 쯔양 협박해 한탕 노린 그들
이미 가입된 회원입니다.
만 14세 이상만 회원으로 가입하실 수 있습니다.
“그냥 엿 바꿔 먹자. 비공개 대가로 돈 뜯어내자.”
범죄 조직원들 간 오갈 법한 이들 대화가 등장한 곳은 놀랍게도 국내 유명 유튜버들이 결속을 다지려 만든 카카오톡 단체방이었다. 많게는 100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이들 유튜버들이 범행 대상으로 삼은 건 1,000만 명 이상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명 먹방 유튜버 쯔양(본명 박정원). 쯔양을 협박해 돈을 뜯어내려 범행 방법을 모의한 이들의 대화 내용은 검찰 수사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3,000만 원, 2억 원 등 갈취 금액도 구체적으로 조율했다.
쯔양을 상대로 공갈·협박, 공갈방조 등 혐의를 받는 유튜버 구제역(본명 이준희), 주작 감별사(전국진), 카라큘라(이세욱), 크로커다일(최일환)이 이달 14일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지 20여 일 만이다. 주범 격인 구제역과 주작감별사는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는다. 쯔양의 전 소속사 대표이자 전 남자친구 A씨(사망)의 변호인인 최모 변호사도 쯔양을 협박해 돈을 가로챈 혐의로 철장행 신세가 됐다.
24일 검찰에 따르면 유명 유튜버에 변호사까지 낀 이번 공갈범죄의 발단은 지난해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구제역은 쯔양 전 남친 A씨의 최모 변호사로부터 쯔양의 탈세 등 확인되지 않은 예전 사생활 정보를 전해 들은 뒤 이를 동료 유튜버들이 있는 대화방에 공유했다. 2021년 친목 도모를 위해 ‘한국 온라인 견인차공제회’라는 모임을 만든 뒤 개설한 카카오톡 단체방이었다. 제보 내용을 전해 들은 이들은 쯔양을 돈벌이로 이용할 궁리를 했다. 쯔양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줄 중차대한 사생활 문제였으나, 사실관계 확인은 뒷전이었다.
검찰이 공개한 당시 이들의 대화 내용에는 사이버레커(타인을 비방하는 동영상을 제작 유포하는 사람) 유튜버들의 민낯이 여실히 드러났다.
“(영상 공개해서) ‘고소당해봤자, 그냥 벌금 나오고 끝난다’, ‘나도 돈 좀 받게 동생 좀 꽂아주십쇼’. ‘형님 혼자 드시지 마시고’, ‘그냥 엿 바꿔 먹어라(영상 비공개 대가로 돈 뜯어내라)’, ‘일단 영상 대충 만들어 쯔양에게 보여줘라’라는 등 범행을 독려하거나 조언하는 글이 주였다. 또 “‘이거 2억 원은 받아야 될 것 같은데’, ‘그냥 몇 천 시원하게 당기는 게 낮지 않나’ ‘그냥 걔한테 3,000 받아’” 등 공갈 액수에 대해 조율하기도 했다.
범행은 모의수준을 넘어 실행에 옮겨졌다. 구제역과 주작감별사는 같은 해 2월 “전 남자친구와의 과거를 폭로하지 않겠다”며 쯔양으로부터 5,500만 원을 갈취한 사실이 검찰수사에서 드러났다. 쯔양은 과거 자신의 소속사 대표인 남자친구 A씨에게 4년간 데이트 폭력을 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구제역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쯔양에게 “(쯔양) 탈세 등 사생활 제보가 사이버레커 연합회에도 들어갔다. 유튜버들과 기자들을 입막음해야 한다”는 취지로 겁을 주며 5,000만 원을 더 빼앗으려 했다. 쯔양에게 “공론화 안 할 테니, 내 지인의 식당을 홍보해 달라”고 요구해 촬영을 강제하기도 했다.
카라큘라와 크로커다일도 가담했다. 이들은 구제역에게 쯔양에 대한 공갈을 권유하거나 방조한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 대상은 쯔양만이 아니었다. 카라큘라와 구제역은 각각 2022년 6월과 2021년 10월 아프리카TV BJ를 상대로 스캠코인 사기 의혹을 거론하며 협박해 3,000만 원(카라큘라) 및 2,200만 원(구제역)을 뜯어낸 혐의도 더해졌다. 구제역에게 쯔양의 정보를 넘긴 제보자로 지목된 최 변호사도 쯔양에 대한 공갈, 구제역의 공갈 범행 방조 등 혐의로 지난 20일 구속됐다.
쯔양 사건은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가 지난달 일명 ‘사이버레커 연합’ 유튜버들이 과거사를 빌미로 쯔양을 협박하고 돈을 요구했다고 폭로하면서 드러났다.
익명의 고발이 이어지며 검찰이 강제수사에 나서자, 구제역은 “리스크(위험) 관리를 위한 용역을 먼저 부탁한 건 쯔양 측이었고, 이에 어쩔 수 없이 (용약)계약을 받아들였을 뿐”이라고 책임을 쯔양 측에 돌렸다. ‘쯔양 협박’ 의혹에 카라큘라도 지난달 11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올린 영상에서 “‘맹세코 쯔양에 대한 전후 사정을 몰랐다’, ‘오히려 구제역의 공갈 범행을 말렸다’는 취지의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 카라큘라는 2019년 시작한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스스로 탐정이라고 칭하면서 ‘사적 제재를 통해 정의 구현을 한다’고 밝혀왔다.
하지만 검찰 수사 결과, 돈을 갈취하는 데 주력한 이들의 진짜 얼굴이 드러났다. 쯔양의 과거를 빌미로 금전을 취득한 것을 넘어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오히려 쯔양을 비방하는 콘텐츠를 제작해 방송하는 등 2차 가해까지 저질렀다. 자신들의 통화녹음 파일을 편집하는 등 증거인멸을 시도하고 검찰 수사 개시 상황을 즉각 언론에 알려 다른 공범들에게 대비할 시간을 벌어주게 한 의혹도 받는다. 이들 유튜버 4명의 첫 재판은 다음 달 6일로 잡혔다.
검찰은 이들이 ‘사적 제재’ 운운하며 마치 정의의 사도인 것처럼 행세했으나, 사실은 사이버불링(사이버상 집단괴롭힘)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타인의 약점을 잡아 폭로와 금품을 맞바꾸는 약탈적 범죄의 피고인이라는 것이다.
수원지검 공보관 황우진 부장검사는 “피고인들은 타인의 약점이나 불행한 사고 등을 알아낸 후 자극적으로 폭로·왜곡하는 콘텐츠를 동영상 플랫폼에 제작·유포해 구독자와 조회수를 늘리고, 그에 따른 광고 수익을 취득해왔다”며 “구제역과 주작감별사는 여성 피해자의 내밀한 사생활 공개 등의 공포심을 이용해 거액을 갈취했음에도, 오히려 피해자를 지켜주려고 활동한 ‘흑기사’인 것처럼 포장했다”고 비판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해주세요.
작성하신 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로그인 한 후 이용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구독을 취소하시겠습니까?
해당 컨텐츠를 구독/취소 하실수 없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