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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 의료사고 환자에 '대변인' 지원... 고위험 필수의료는 처벌면제 검토

입력
2024.08.22 18:2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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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개특위 의료사고전문위 논의안 공개]
환자에게 사고 설명 의무 부과 법제화
투명성 제고 위해 감정위원 수도 확대
형사처벌 면제에 환자단체 "부당하다"

서울 중구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산하 의료사고안전망 전문위원회에서 환자와 의료인 모두를 위한 의료사고안전망 구축 방향을 주제로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뉴스1

서울 중구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산하 의료사고안전망 전문위원회에서 환자와 의료인 모두를 위한 의료사고안전망 구축 방향을 주제로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뉴스1

정부가 의료소송을 줄이기 위해 의료사고 발생 시 의료진과 환자의 소통을 법제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의사나 병원에 비해 의학 지식이 적을 수밖에 없는 환자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필수의료 기피 현상을 막기 위해 일부 고위험 필수의료 행위는 의료사고가 나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게 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개특위) 산하 의료사고안전망 전문위원회는 22일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방향' 토론회를 열고 내부적으로 논의해온 의료사고 대응 방안을 공개했다.

먼저 의료분쟁 조정 과정에서 환자 측 권익 보호를 위해 환자 대변인 제도 도입이 추진된다. 의료사고에 따른 사망, 의식불명, 영구장애 환자가 지원 대상이다. 대변인은 의료진 과실과 사고의 인과성을 판단할 쟁점을 검토해 환자가 조정신청서를 작성하는 것을 돕고, 전문가 감정 과정에서 쟁점 의견서를 작성한다. 감정 결과가 나온 뒤엔 환자 측 요청에 따라 조정 심리를 준비하고 배상액 기준을 제시하는 역할도 할 수 있다. 강준 보건복지부 의료개혁추진단 의료개혁총괄과장은 "환자들은 의학적, 법적 지식이 상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환자의 의료사고 대처를 돕기 위해 환자 대변인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의료사고 감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조정 협의 기회도 늘린다. 강 과장은 "현재 감정위원 풀을 300명에서 1,000명 이상으로 늘리고, 위원에 따라 감정 결과가 크게 달라지는 일이 없도록 표준적인 감정 지침을 만들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한 차례만 주어지는 조정 협의 기회는 이의 제기가 있을 경우 두 차례로 확대한다. 또 조정 준비기일을 신설해 당사자들이 충분히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체계를 만들기로 했다.

의료사고에 대한 의료진 설명을 법제화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지금은 환자가 의료사고를 당했을 때 의료진이 '사과나 유감을 표하면 재판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인식하에 설명에 소극적이었다. 강 과장은 "설명 과정의 사과 발언 등은 재판에서 불리한 증거로 채택되지 않는 방안 등을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고위험 필수의료 행위 중 사고는 형사 소추를 면제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강 과장은 "의료사고 특례법 제정을 논의하고 있다"며 "반의사불벌 방식을 적용해 환자와 협의하면 기소하지 않는 방안과 고위험 처치에 대해선 아예 기소를 면제하는 방안 등 여러 쟁점 사항이 논의되고 있다"고 밝혔다. 환자단체는 반대 의견을 밝혔다. 토론회에 참석한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의료사고 입증 책임도 여전히 환자에게 있는데 형사 고소도 못 하게 하는 건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사고가 나면 의사가 환자에게 사과도 소통도 하지 않는다"며 "조정처럼 환자와 의사소통하게 하는 제도를 강화한 뒤 특례법을 검토해야 하는데 순서가 뒤바뀌었다"고 비판했다.

노연홍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은 환자와 의료진을 피해자와 가해자로 보는 이분법적 논리에서 벗어나 양측을 보호하고 치유해야 한다는 인식에서 출발해야 한다"며 "쟁점이 첨예한 과제들은 특위와 전문의 논의를 통해 입장차가 좁혀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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