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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고기를 '사물'이 아니라 '그·그녀'라고 부르기..."인간은 동물보다 특별하지 않다"

입력
2024.08.23 15:30
수정
2024.08.23 18:09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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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마크 베코프 '동물의 감정은 왜 중요한가'

중국의 웅담 채취 농장의 압착된 우리에 갇혀 사육되다 구조된 반달가슴곰 재스퍼가 완전히 기운을 회복한 모습. 애니멀즈 아시아 제공

중국의 웅담 채취 농장의 압착된 우리에 갇혀 사육되다 구조된 반달가슴곰 재스퍼가 완전히 기운을 회복한 모습. 애니멀즈 아시아 제공

'인간 동물(이하 인간)인 우리는 비인간동물(이하 동물)과 감정이라는 공통의 언어를 갖고 있다.'

이 문장에 발끈하는 사람도 있겠다. 인간 역시 동물이라는 사실을 망각한 이들 말이다. 동물이 감정을 느낀다는 과학적 증거는 차고 넘친다. 동물에게도 감정이 있다는 데 이의를 제기할 인간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가 동물을 대하는 방식을 보면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세계적 동물행동학자 마크 베코프의 책 '동물의 감정은 왜 중요한가'를 지금 다시 읽어야 하는 이유다.

17년간 '동물 감정' 연구 진보했지만…

2007년 초판 출간 당시 책은 파격적이란 평가를 받았다. 동물에게 감정이 있을 리 없다는 쪽이 득세했다. 판은 금세 뒤집혔다. 동물의 마음을 연구하는 인지동물행동학 분야에서 폭발적 진전을 이뤘다. 베코프의 주장 역시 상당 부분이 사실로 입증됐다. 이후 17년간 축적된 과학적 연구 성과와 흥미로운 동물의 일화, 저자의 새로운 경험담을 추가한 전면개정판으로 책이 다시 나왔다. 초판에서 262쪽이던 분량이 424쪽으로 늘었다.

반달가슴곰 재스퍼가 중국의 웅담 채취 농장의 우리에 갇혀 사육되던 당시 모습이다. 애니멀즈 아시아 제공

반달가슴곰 재스퍼가 중국의 웅담 채취 농장의 우리에 갇혀 사육되던 당시 모습이다. 애니멀즈 아시아 제공

다양한 분야의 저명한 과학자들은 2012년 '의식에 관한 케임브리지 선언'에 서명했다. 동물이 의식을 가진다는 것은 사실이니, 우리의 남은 과제는 "(동물이) 진화에 따라 의식이 발달했는지 여부가 아닌 의식이 발달하게 된 이유를 밝히는 것"이라고 천명한 것이다.

그럼에도 책은 "우리가 태도를 달리하지 않는다면 그런 선언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반문한다. 스페인은 2021년 동물도 '지각할 수 있는 존재'라고 선언했다. 스페인이 동물 복지 천국이 됐을까. 투우는 지금도 계속된다. 지난해 스페인에서 열린 수렵 박람회에서는 캠핑 장비 업체 54곳이 북극곰, 사자, 아프리카코끼리 등 '대상 오락 목적 사냥(트로피 헌팅) 여행 프로그램' 상품을 내놓기도 했다.


동물의 감정은 왜 중요한가·마크 베코프 지음·김민경 옮김·두시의나무 발행·424쪽·2만4,000원

동물의 감정은 왜 중요한가·마크 베코프 지음·김민경 옮김·두시의나무 발행·424쪽·2만4,000원


"'그것' 아닌 '누구'… 언어부터 돌아보자"

저자는 인간이 동물보다 특별하다는 생각을 내려놓으라고 한다. 우리가 동물을 대할 때 사용하는 언어가 중요한 이유다. 언어는 사용자의 관점과 태도를 그대로 반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는 동물을 가리킬 때 '그것'이 아닌 '그', '그녀', '그들'이라 칭하고 사람을 일컫는 주격 대명사를 사용할 것을 권한다. 육류에 대해서도 식탁에 '무엇'을 올릴지가 아니라 '누구'를 올릴지 생각하라고. "식탁에 오르는 동물이 한때는 살아 있었고, 지각 있는 생명체였다는 사실을 자꾸 상기"하라는 얘기다.

동물을 인간과 비교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이해하라는 게 책의 조언이다. 개별 동물이 받는 고통은 종이나 개체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그저 고통일 뿐이라는 걸 명심하자. '더 영리한' 동물이 '저능한' 동물보다 고통을 더 많이 느낀다는 증거도 없고, "한 개체가 느끼는 기쁨과 고통은 그 개체의 것"이다.

권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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