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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세계에서 온 ‘내’가 ‘나’를 납치… 그는 가족에게 돌아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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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후회를 한다. ‘만약 그때 내가 다른 선택을 했다면’이라는 가정법에 의해서다. 부질없다 할 수 있다. 하지만 만약 다른 선택으로 다르게 살고 있는 ‘내’가 다중 우주(멀티버스) 속 다른 지구에 존재한다면. 그 삶이 내가 꿈꾸던 인생인데, 공간 이동으로 또 다른 내가 살고 있는 곳에 갈 수 있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만약 다른 지구에서 온 ‘내’가 나를 대체한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30일의 밤’은 영화와 드라마 속 흔한 설정이 된 멀티버스를 좀 더 참신한 시각으로 활용한다.
제이슨(조엘 에저튼)은 물리학과 교수다. 미국 시카고에 산다. 그의 삶은 평범하다. 낡은 2층집에서 아내 다니엘라(제니퍼 코넬리), 아들 찰리(오크스 페글리)와 함께 산다. 한때는 촉망받는 물리학자였다. 그는 연구 대신 가족을 택했다. 제이슨은 대학 동창 라이언(지미 심슨)이 물리학계 최고 상을 받아 씁쓸하기는 하나 나름 삶에 만족한다.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이 곁에 있어서다.
제이슨은 술자리에 들른 후 집으로 돌아가다 납치된다. 납치범은 다짜고짜 스마트폰부터 뺏는다. 제이슨이 정신을 차리고 보니 딴 세상이다. 평생 본 적도 없는 여자 어맨다(앨리스 브라가)가 애인이라며 제이슨의 집에 살고 있다.
제이슨은 다른 지구에서 온 제이슨에게 납치된 거다. 또 다른 제이슨은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사는 제이슨의 삶을 부러워한다. 그는 다니엘라와 가족을 이루는 대신 물리학 연구를 택해 큰 성과를 냈다. 바로 멀티버스 이동이다.
멀티버스는 사람이 어떤 선택을 하면 세상이 분화한다는 가정을 바탕으로 한다. 인생은 무수한 선택으로 이루어지니 이론적으로는 무수한 세상이 있고 ‘나’는 무한대로 존재한다. 멀티버스 이동 수단이 있다면 자신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세상에서 다른 삶을 살 수 있는 셈이다.
납치돼 다른 세상으로 간 제이슨은 가족에게 돌아가기 위해 갖은 고생을 한다. 제이슨을 대체한 제이슨은 선망했던 시간들을 보낸다.
다른 세상에 사는 자신을 납치해 새 삶을 살게 된 제이슨은 행복할까. 그는 제이슨이나 제이슨이 아니다. 아내, 아들과 시간을 보낸 적이 없고 추억을 공유하고 있지도 않다. 아내와 아들이 남편과 아버지가 이상하다는 걸 느낄 수밖에 없다. 과거가 있어야 진정한 자신이 있다는 걸 ‘악당 제이슨’은 간과한다.
‘30일의 밤’은 인생에 대한 거대한 메타포다. 누구나 가지 않은 길에 미련이 있고, 회한을 품고는 한다. 그 미련과 회한이 얼마나 어리석은 것인지 드라마는 깨닫게 해준다.
제이슨이 멀티버스를 돌아다니면서 겪는 모험이 흥미롭다. 그는 다양한 시카고에서 다양한 자신을 발견한다. 아내가 아닌 다니엘라의 다른 모습들과 마주하기도 한다. 제이슨의 삶을 빼앗은 또 다른 제이슨이 가족과 주변 사람들을 속이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서스펜스 역시 재밋거리다. 결말부 반전은 꽤 묵직한 메시지를 전한다. 누군가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이들을 위해 이들을 포기한다는 설정에서 진한 가족애가 묻어난다. 미국 작가 블레이크 크라우치의 동명 소설(2016)을 바탕으로 했다. 여러 제이슨을 연기하는 조엘 에저튼의 호연 역시 볼거리다.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 평론가 83%, 시청자 83%
***한국일보 권장 지수: ★★★★(★ 5개 만점, ☆ 반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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