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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의평원 “집단 유급도 의대 인증 평가 검토”… 교육부 제동걸까

입력
2024.08.22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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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평원, 증원 의대 49개 기준 적용
11월 말 주요변화계획서 제출 요구
의대들 "집단 유급 반영해야 하나"
의평원 "별도로 요구할 계획 검토"

전국의대생학부모연맹 관계자들이 16일 오전 국회 앞에서 의학 교육 정상화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의대생학부모연맹 관계자들이 16일 오전 국회 앞에서 의학 교육 정상화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이 내년 입학정원이 늘어나는 의과대학 30곳에 인증 평가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하면서 교육현장 혼란이 커지고 있다. 의평원은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해 수업을 거부 중인 의대생들의 집단 유급이 현실화하면 이 또한 인증 평가에 반영하는 방안을 강구 중이라, 의대들이 무더기로 인증에서 탈락할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판이다. 의대 인증 평가 강화에 반대하는 의대 운영 대학들과 교육당국이 의평원과 본격적으로 충돌할 거란 관측도 나온다.

의평원 49개 기준에 의대들 "준비시간 부족"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의대 입학정원 증원에 따른 주요변화평가 계획(안) 설명회에 참석한 의과대학 관계자가 안내문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의대 입학정원 증원에 따른 주요변화평가 계획(안) 설명회에 참석한 의과대학 관계자가 안내문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21일 의평원에 따르면 전날 발표한 ‘2025학년도 의대 증원에 따른 주요변화평가 계획’에 따라 입학정원이 10% 이상 늘어나는 30개 의대를 상대로 연말부터 49개 기준으로 평가에 착수한다. 주요변화평가는 2029년까지 6년간 매년 시행되는데, 평가 기준은 연차별로 줄어 마지막 두 해는 39개가 적용된다.

의평원은 다음 달 초 주요변화평가 계획 및 가이드에 따른 판정 지침을 확정해 발표하기로 했다. 평가 대상 대학은 11월 말까지 주요변화계획서를 제출하고 12월부터 내년 1월까지 의평원의 서면·방문 평가를 받아야 한다. 인증을 받지 못한 의대는 졸업생 의사 국가시험 응시 제한과 신입생 모집 정지 등의 처분을 받는다. 안덕선 의평원장은 “대학 현실이 어렵다는 얘기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의학 교육 질 하락에 대한 국민적 우려를 해소해야 한다”며 “여러 상황을 감안해 평가 기준을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의평원의 평가 계획을 지난달 말 공개한 초안과 비교하면, 올해 적용할 평가 기준을 51개에서 2개만 줄이는 등 평가 강화 방침을 고수했다는 평가가 따른다. 일선 의대들이 여전히 우려하는 이유다. 전날 의평원 주요변화평가 계획안 온라인 설명회에 참여한 한 국립대 의대 관계자는 “11월 말까지 주요변화계획서를 내야 하는데 예산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인력 충원, 시설 확충을 장담하기 어렵다”며 “이미 정부에 필요한 교원과 시설 규모 등을 제출했고 이를 토대로 증원했는데, (의평원이) 갑자기 강화된 기준을 적용해 심사하겠다는 취지를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한 지방 사립대 의대 학장은 “3개월 만에 과목별 교수 충원 규모를 정하기가 쉽지 않다”며 “채용 절차나 충원 계획을 구체적으로 내야 하는데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하다”고 인증 유예를 요청했다.

의대생 집단 유급도 평가에 반영?

설상가상 의대생 수업 미복귀에 따른 집단 유급도 평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의평원 관계자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일단은 증원된 학생에 따른 변화만 평가한다”면서도 “집단 유급이 현실화하면 어떻게 대처할지 각 대학으로부터 별도의 계획을 받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의대생 집단 유급이 발생해 인증 평가에 반영될 경우 대부분의 의대는 교원 수나 시설 규모, 재정 상황 등 인증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와 대학들은 의대생 집단 유급을 막을 마지노선을 다음 달로 보고 있다. 다음 달을 넘기면 올해 예과 1학년(3,000명)의 집단 유급은 불가피하고, 내년부터 증원된 신입생(4,695명)을 포함한 7,500명이 6년간 함께 수업을 듣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공산이 크다.

의평원 입장에 동조하는 지방 사립대 의대 학장은 “지금은 증원된 대학만 얘기하고 있지만, 9월이 지나면 거의 모든 학생들의 유급 또는 휴학이 확실시돼 증원하지 않은 대학도 평가 대상이 돼야 한다”며 “내년 신입생이 졸업하는 시기까지 내다본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부 "평가항목 적절한지 사후심의 하겠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의학교육소위원회 의대 정원 증원에 따른 의과대학 교육 점검 연석 청문회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의학교육소위원회 의대 정원 증원에 따른 의과대학 교육 점검 연석 청문회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의평원과 주요변화평가 계획안 사전심의를 두고 갈등을 빚었던 교육부는 사후심의를 통해 제동을 걸 방침이다. 고등교육기관의 평가ㆍ인증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인정기관은 평가·인증의 기준·방법 및 절차 등을 변경할 경우 결정 후 1주일 이내에 교육부 장관에게 알려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일각에서는 교육부가 의대 평가·인증 기관을 지정하는 권한을 활용해 의평원 단속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교육부 관계자는 "의평원이 주요변화평가 계획 최종안 확정 전 사전심의 요청에 응하지 않는다면 의대 평가·인증기관으로서 평가 항목이 적절한지, 절차를 준수했는지 여부 등을 따지는 사후심의를 철저하게 하겠다"고 밝혔다. 집단 유급도 평가 반영을 검토하겠다는 의평원 방침에 대해서는 "이번 주요변화평가 계획안에는 포함되지 않은 내용"이라며 언급을 피했다.

강지원 기자
손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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