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그제 당 상임고문단과 함께한 오찬에서 원로들의 쓴소리가 쏟아졌다. “’한다르크’가 돼 달라”며 주문한 내용은 무엇 하나 뺄 게 없어 현 집권당이 새겨들어야 할 보약 같은 것들이었다. 비공개 간담회에서 “한동훈이 머리는 검증됐지만, 가슴으로 정치할 수 있느냐”(유흥수 전 주일대사)는 얘기가 나왔다고 한다. “당대표가 말만 앞서선 안 된다”, “약자와의 동행이 필요하다”, “지면서 이기는 게 좋다” 등 폐부를 찌르는 고언이 이어졌다. “고시, 관료 출신이 너무 많다”는 언급은 당 체질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향후 6개월이 ‘변화’를 강조한 한동훈호 성패를 좌우할 것이란 ‘경고’야말로 정확한 지적이다. 저조한 국정지지도와 무기력한 여당, 2년 넘게 계속된 이 관성을 한동훈 지도부가 깰 수 있을지 국민은 지켜보는 중이다. 곧 한 달을 맞는 한 대표에게 여론의 ‘허니문’은 길지 않을 것이다. 좀 더 긴박하게, 절체절명의 위기감으로 당 혁신을 재촉해야 한다. ‘격차해소특위’를 띄운 건 그래서 고무적이다. ‘경제민주화’ 이슈를 떠올릴 중도 확장 및 서민층 공략으로 나쁘지 않다. ‘지구당 부활’ 이슈도 책임 있게 해법을 도출할 수만 있다면 풀뿌리 정치 복원의 순기능을 꾀할 수 있을 것이다.
핵심은 당정 관계 재편이다. 여야 대표회담도, 채상병 특검법 대안도 '국민 눈높이'에 따라 진지하게 임하기 바란다. 작년 윤석열 대통령의 8·15 경축사에 '반국가세력' '공산전체주의'가 등장하자 여당은 지도부 발언과 논평 등으로 보조를 맞췄다. 그러나 한 대표 체제하의 이번 광복절 경축사에 '검은 선동세력', 을지 국무회의에선 '반국가세력'이란 윤 대통령 발언이 나왔지만, 여당은 지지 논평을 내지 않고 침묵했다. ‘국민 갈라치기’ 발언이란 비판이 나온 만큼 여당이 신중한 태도를 보인 건 긍정적이다. 여당은 총선 참패 후 “국민여론을 경청하겠다” “당정관계 바로 세우겠다”던 대국민 약속을 실천해야 한다. 원로들은 한 대표에게 “대통령을 자주 만나라. 그래야 국민이 안심한다”고 지적했다. ‘국민 눈높이’에 맞게 윤 정부를 여당이 변화시키라는 뜻 아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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