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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음을 어떻게 증명해요?"...그림책으로 풀어 쓴 비트겐슈타인 '코뿔소 논쟁'

입력
2024.08.16 11:0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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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그림책 '루트비히와 코뿔소'

방에 코뿔소가 있다는 루트비히의 말에 아빠는 구석구석 코뿔소를 찾기 시작한다. 여유당 제공

방에 코뿔소가 있다는 루트비히의 말에 아빠는 구석구석 코뿔소를 찾기 시작한다. 여유당 제공

"코뿔소가 크든 작든 이 방에는 없어. 구석구석 다 찾아봤단다. 코뿔소는 동물원에나 있지."

"아빠가 증명할 수 있어요?"

어린 루트비히는 잠자리에 들기 전 방에 코뿔소가 있다고 주장한다. 아빠는 루트비히가 가리키는 옷장 안, 침대와 책상 아래 등을 샅샅이 뒤져 보지만 코뿔소는 보이지 않는다. 아빠는 코뿔소가 보이지 않는 데다 몸집이 큰 코뿔소가 루트비히의 작은 방에 숨어 있을 수도 없다는 논리로 코뿔소가 없다고 설득한다. 루트비히는 묻는다. "아빠, 달은 보여요?" '달을 1,000번도 넘게 봤기 때문에 달이 보이지 않는 순간에도 달이 있다는 걸 안다'는 대답에 다시 이어지는 질문. "아빠, 달이 지금 저쪽에 있다는 걸 증명할 수 있어요?"

밤이 깊었지만 루트비히는 코뿔소와 대화를 나누느라 잠들지 않는다. 여유당 제공

밤이 깊었지만 루트비히는 코뿔소와 대화를 나누느라 잠들지 않는다. 여유당 제공

20세기 언어철학자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과 그의 스승 버트런드 러셀이 벌인 '코뿔소 논쟁'이 그림책 '루트비히와 코뿔소'로 재탄생했다. 독일 저널리스트 노에미 슈나이더는 실재와 인식, 언어 사이의 관계를 탐구한 두 철학자의 논쟁을 루트비히와 아빠의 대화로 재치 있게 풀어냈다.

코뿔소 논쟁은 '어떤 것이 없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가'라는 철학적 질문에서 시작한다. 루트비히는 기어코 코뿔소가 방에 없다는 것을 증명할 수 없다는 아빠의 대답을 얻어 내고 만다. 그리고 동화적 반전. 아빠가 나가고 난 방에서 루트비히는 코뿔소와 굿나잇 인사를 나눈다.

코뿔소의 1인칭 화법으로 풀어 쓴 코뿔소 논쟁에 대한 상세한 해설도 담겼다. 듀오 일러스트레이터 골든 코스모스는 호기심 가득한 루트비히의 열정적 에너지를 형광빛 색채의 실크스크린 기법으로 강렬하게 표현했다.

루트비히와 코뿔소·노에미 슈나이더 글·골든 코스모스 그림·이명아 옮김·여유당 발행·40쪽·1만7,000원

루트비히와 코뿔소·노에미 슈나이더 글·골든 코스모스 그림·이명아 옮김·여유당 발행·40쪽·1만7,000원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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