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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석연료 억제 필요 없어" 전기차 만드는 머스크 앞에서 기후위기 부정한 트럼프

입력
2024.08.13 17:24
수정
2024.08.13 17:56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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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트위터 대통령' 군림했던 트럼프
2021년 폭력 선동으로 영구 퇴출 신세
새 주인 머스크의 X에서 '대담 생중계'
복원된 계정에 글 올리며 화려한 복귀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왼쪽 사진) 전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 AFP 연합뉴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왼쪽 사진) 전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 AFP 연합뉴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에 복귀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및 X 최고경영자(CEO)와 가진 대담 생중계에서 남다른 친분도 과시했다. 한때 '트통령(트위터+대통령)'이라 불릴 정도로 트위터에서 영향력이 컸지만, 2020년 대선 불복 이후 '폭력 선동 위험'으로 퇴출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위해 '공개 지지자' 머스크 CEO가 화려한 복귀 무대를 깔아준 모양새다.

12일(현지시간) X에서 2시간 넘게 진행된 대담 내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반대 진영을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허위 주장을 되풀이했다. 머스크 CEO는 시종 우호적인 태도를 견지했다. 한때 1,300만 명이 접속해 지켜본 이번 대담에 대해 미국 AP통신, 영국 로이터통신 등은 "트럼프 2기에 대한 새로운 내용은 거의 없고 평소처럼 정제되지 않은 가짜 주장과 인신공격을 내놓는 기회만 제공했다"고 혹평했다.

트럼프 "기후위기 시급하지 않아"... 머쓱해진 머스크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2일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라라고 자택에서 X를 통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와의 대담에 참여하고 있다. 팜비치=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2일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라라고 자택에서 X를 통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와의 대담에 참여하고 있다. 팜비치=로이터 연합뉴스

테슬라가 친환경 전기차 생산을 주력으로 하는 기업인 만큼 대화 대부분이 '기후위기'에 집중됐다. 하지만 기후위기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대화를 유도한 머스크의 노력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은 "화석연료 사용을 억제할 시급성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기후위기를 사실상 부정하는 시각을 재차 강조한 셈이다. 인류에 "100~500년이 남아 있다"는 낙관적인 전망도 내놓았다. 일반적으로 각국의 탄소 절감 노력이 없으면 10년 내 기후 재앙이 펼쳐질 수 있다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오히려 "인류에 대한 가장 큰 위협은 '지구 온난화'가 아니라 '핵 온난화'"라고 했다. 핵보유국 간의 갈등이나 북한, 이란 등의 핵무기 개발을 더욱 시급한 위기로 보는 것이다. 핵무기를 보유한 지도자와 잘 지내는 것이 좋다고 강조하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자신들 게임의 정상에 있는 사람"이라며 치켜세웠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다른 공식 석상에서도 김 위원장 등을 여러 차례 옹호한 바 있다.

머스크 CEO는 대화 도중 '트럼프 2기 행정부'에 도움을 주는 역할을 맡겠다고 제안했다. 그는 "납세자들이 힘들게 번 돈이 좋은 방향으로 쓰이는지 확인하는 정부 효율성 위원회가 있으면 기꺼이 돕고 싶다"고 말했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2017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만난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당시 미국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 워싱턴=AP 연합뉴스

2017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만난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당시 미국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 워싱턴=AP 연합뉴스


3년 7개월 만에 귀환한 '트통령'

대담을 앞두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X에 "내가 대통령이었을 때보다 지금이 더 나은가"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글을 올려 귀환을 알렸다. 2020년 11월 대선 패배에 불복하고 이듬해 1월 6일 지지자들의 워싱턴 국회의사당 폭동이 벌어진 뒤 당시 트위터를 비롯한 주요 SNS에서 퇴출된 지 약 3년 7개월 만이다. 2022년 머스크 CEO가 트위터를 인수해 'X'로 명칭을 바꾼 뒤 트럼프 전 대통령 계정이 복원됐지만, 그동안 자신이 직접 만든 플랫폼 '트루스소셜'을 주로 사용해 왔다.

이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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