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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스 정책 약점 놔두고 굳이 막말만… 트럼프, 2016년 승리 재연 노리나

입력
2024.08.14 04:3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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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동적 대응에 공화 당내서 자제론
힐러리 땐 먹혔지만 지금은 부메랑
상승세 해리스는 반대로 언론 기피

8일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왼쪽 사진) 전 대통령과 7일 미시간주 로물러스 유세에서 연설 중인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팜비치·로물러스=AP 연합뉴스

8일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왼쪽 사진) 전 대통령과 7일 미시간주 로물러스 유세에서 연설 중인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팜비치·로물러스=AP 연합뉴스

집권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정책상 약점을 파고드는 대신 막말만 퍼붓는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충동적 대응에 당내에서 불만이 분출하고 있다. 패착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은 비슷한 비방 전술로 이끌었던 2016년 대선 승리가 재연되기를 바라는 기색이다.

“잡음에 이민·경제 실책 가려”

미국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조 바이든 대통령을 대신할 민주당 대선 후보로 뽑힌 해리스 부통령이 자리를 잡고 기세를 올린 몇 주 동안 인신공격과 즉흥적 비난만 남발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공화당원들이 정책에 집중해 줄 것을 간청하고 나섰다고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더힐에 따르면 불법 이민과 경제 등 공화당이 유리한 정책 현안에 초점을 맞추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길 수 있다는 게 다수 공화당 인사의 생각이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 행동은 정반대다. 인도계 흑인 여성인 해리스 부통령의 인종 정체성을 문제 삼은 것이나 그의 유세에 몰린 대규모 군중을 찍은 사진이 인공지능(AI)에 의해 조작됐다는 음모론을 제기한 것은 그들이 보기에 자충수다. 폴 라이언 전 하원의장 보좌관을 지낸 브랜던 벅은 미국 MSNBC방송에 “트럼프가 경제나 국경(불법 이민)을 이야기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미친 것들에 관한 이야기로 주의를 분산시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트럼프 측근들의 의견도 대동소이하다. 2021년 1월 의회 폭동 관련 의회 소환에 불응하며 트럼프 전 대통령을 편들다 4개월간 복역한 피터 나바로 전 백악관 국장은 이날 팟캐스트에서 “트럼프가 정책에 대해서가 아니라 개인적으로 해리스를 공격하면 경합주 유권자, 특히 여성의 해리스 지지가 상승한다. 그게 지금의 현실”이라고 고언했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9일 몬태나주 보즈먼에서 유세 연설을 시작하려 하고 있다. 보즈먼=AP 연합뉴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9일 몬태나주 보즈먼에서 유세 연설을 시작하려 하고 있다. 보즈먼=AP 연합뉴스

무모해 보이지만 의도된 전술일 수도 있다. ‘아무 말’이나 악의적 비난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6년 대선 때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상대하며 구사한 기술이다. 주요 이슈로부터 관심을 빼앗고 방어하는 데 품이 많이 든다. 당시 민주당은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이에 싸움을 키울수록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한 해리스 캠프가 일단 방어보다 자체 메시지 발신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측의 지속 공세에 말려들지 않고 이런 전략을 고수할 수 있을지가 난제라고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분석했다.

실수할라… 해리스, 부자 몸 조심

다만 현재로서는 부메랑이 될 공산이 크다는 게 대체적 관측이다. 해리스 부통령이 멍청하다거나 인종을 정치적으로 악용한다는 식의 발언이 경합주에서 여성이나 소수 인종 유권자를 등 돌리게 만들 수 있다고 미국 CNN방송은 경고했다.

말이 지나치게 많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대조적으로 해리스 부통령은 몸을 너무 사리다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리스 부통령은 지난달 21일 대선 출마를 선언한 뒤 인터뷰나 기자회견을 하지 않았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를 공격 포인트로 잡고 있다. 구체적인 정책이 없어 언론을 기피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상승세를 탄 상황에서 굳이 실수 위험에 노출될 필요가 없다는 게 해리스 측 인식이라고 CNN은 전했다. 불가피하다면 부통령 후보인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와 공동 인터뷰를 하는 방안이 가능하다고 폴리티코는 보도했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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