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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사피온, 리벨리온과 합병 전 CTO와 미국 인력 등 구조조정

입력
2024.08.07 08:35
수정
2024.08.07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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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벨리온과 합병을 추진하면서 국내 인공지능(AI) 반도체 분야의 신생기업(스타트업) 간 합병으로 관심을 끌고 있는 사피온이 합병 전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대상은 모회사인 미국 법인이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사피온은 이례적으로 모회사인 미국법인 사피온 inc의 구조조정을 6일 단행했다. 사피온 inc의 직원을 대상으로 한국에서 근무와 퇴사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했고 전체 직원 10여 명 가운데 절반이 퇴사했다. 관계자는 "사피온 inc는 미국에서 채용한 직원이 대부분이어서 절반가량이 한국 근무 대신 퇴사를 택했다"며 "소수의 운영인력이 남아 사피온 inc의 현지 사무실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합병 대상이 아닌 사피온 inc를 구조조정한 것은 사피온의 AI 반도체 개발을 책임지는 기술총괄(CTO)이 사피온 inc 소속이기 때문이다. CTO뿐 아니라 사피온 inc에서 일하던 현지 채용한 개발자들은 이번 구조조정을 통해 모두 떠났다.

합병 회사는 사피온이 존속 법인으로 남지만 경영 및 개발은 리벨리온에서 총괄하는 특이한 구조다.(한국일보 7월25일 보도) 따라서 이번 구조조정으로 사피온 CTO가 물러나면서 리벨리온에 힘이 실리게 됐다. 관계자는 "합병 회사에 두 명의 CTO를 두기 힘든 상황에서 사피온 CTO가 퇴사해 리벨리온이 향후 AI 반도체 개발을 주도하게 됐다"고 내다봤다.

사피온이 개발한 AI반도체 'X330'. 사피온 제공

사피온이 개발한 AI반도체 'X330'. 사피온 제공

사피온 inc가 현지 사무실을 유지하는 이유는 리벨리온과 합병 후에도 사피온이 존속 법인으로 남는 것과 같은 이유인 세금 문제 때문이다. 사피온의 경우 미국 법인 사피온 inc가 100% 지분을 갖고 있다. 따라서 사피온이 합병으로 사라지면 사피온 inc는 소멸 후 발생하는 자본 이득에 대한 세금을 미국 정부에 내야 한다. 만약 사피온 icn에 자금 여력이 없으면 세금 부담이 주요 투자자인 SK텔레콤, SK하이닉스, SK스퀘어에 전가될 수 있다. 따라서 사피온을 존속 법인으로 남겨야 미국의 과세 부담을 피할 수 있다. 같은 이유로 사피온 inc는 현지 사무실을 유지한다.

리벨리온의 경우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람코 등에서 투자를 받았지만 두 나라 모두 합병으로 발생하는 자본 이득에 대한 세금을 부과하지 않아 사피온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국내에서도 양 사 합병은 일정 요건을 갖춘 '적격합병'에 해당해 별도 세 부담이 없다.

하지만 표면상으로 SK는 전략적 투자자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사피온 icn의 구조조정을 합병 전에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합병 후 리벨리온 경영진이 합병 회사를 경영하면서 개발을 총괄한다"며 "SK는 합병 회사에 대한 전략적 투자자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모회사인 사피온 inc의 구조조정을 합병 이전에 단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피온은 한국 인력에 대해 추가 구조조정을 하지는 않을 계획이다. 관계자는 "사피온은 직원들이 동요하지 않도록 추가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알렸다"고 전했다.

리벨리온과 사피온의 합병은 실사가 끝났기 때문에 빠르면 이달 안에 이뤄질 예정이다. 관계자는 "양 사의 실사가 당초 계획보다 빨리 끝나서 이달 중 합병이 빠르게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연진 IT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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