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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환불 폭탄 돌리기...티메프는 면책조항 뒤에 숨고, 책임자는 사라졌다

입력
2024.08.06 04:3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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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메프 '중개업자'로 업체와 계약...면책 조항 둬
"거래에서 분쟁 발생 시 모든 책임은 판매자가..."
정산받지 못했는데, 환불 책임에 판매자들 곤혹
법리 검토 나선 정부 "판매자도 피해자인데" 난감
e쿠폰 사업 책임자 박성호 본부장, 사태 직전 퇴사

5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앞에서 티몬 피해자 모임 회원들이 환불을 촉구하는 릴레이 우산 시위를 하고 있다. 뉴시스

5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앞에서 티몬 피해자 모임 회원들이 환불을 촉구하는 릴레이 우산 시위를 하고 있다. 뉴시스

대규모 정산 지연 사태를 빚은 티몬·위메프(티메프)로 인해 업체 간 ‘환불' 책임 돌리기가 시작됐다. ‘최종 환불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를 두고 업체들이 폭탄 돌리기를 하자, 정부가 부랴부랴 법리 검토에 나섰다. 티메프의 제휴사업본부 책임자는 사태 직전 회사를 떠난 것으로 확인돼, 역시 피해자인 입점업체들이 돈을 물어내야 하거나 소비자가 환불받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중개업이라 책임 없어” 면책 조항 악용한 티메프

5일 본보 취재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는 상품권 및 여행권 환불과 관련해 법리 검토에 나섰다. 정부는 거래를 ‘중개’하는 이커머스 플랫폼이 촉발한 환불 폭탄 돌리기 사태에 당혹스러워하는 상황이다. 플랫폼이 긴 정산주기를 이용해 입점업체에 갈 돈을 돌려막다가 ‘돈맥경화’가 시작됐는데, 현행 전자상거래법상 플랫폼은 중개업에 해당돼 통신판매업자인 입점업체(상품권 발행업자, 여행사 등 판매자)에 환불 책임이 돌아가기 때문이다.

실제 티몬과 위메프는 업체와의 계약서에 자신을 ‘중개업자’로 적으며 면책 조항을 둔 것으로 확인됐다. "판매자와 구매자와의 거래에서 분쟁이 발생했을 때 ‘회사(플랫폼)’는 그 분쟁에 개입하지 않으며 분쟁의 결과에 대한 모든 책임은 ‘판매자’가 부담한다"는 식으로 책임을 피했다는 얘기다. 티메프 오픈마켓 판매자 이용약관에는 환불과 관련해 ‘귀책사유가 회사(플랫폼)에 있을 경우, 연대해 책임진다’는 조항도 없다. 티메프가 책임을 철저히 피했다는 뜻이다.

구영배(오른쪽 첫 번째) 큐텐그룹 대표가 지난달 30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티몬 위메프 판매 대금 정산 지연 사태에 따른 현안 질의에 출석해 사과하고 있다. 구 대표 왼쪽으로 류광진 티몬 대표, 류화현 위메프 대표. 고영권 기자

구영배(오른쪽 첫 번째) 큐텐그룹 대표가 지난달 30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티몬 위메프 판매 대금 정산 지연 사태에 따른 현안 질의에 출석해 사과하고 있다. 구 대표 왼쪽으로 류광진 티몬 대표, 류화현 위메프 대표. 고영권 기자


“여행상품 환불? 못하겠다”는 PG사...티메프 제휴 책임자는 ‘런’

티몬과 위메프의 대규모 정산 지연 사태를 수사하는 검찰 관계자들이 1일 구영배(빨간색 원 안) 큐텐그룹 대표 자택 압수수색을 마친 뒤 압수품 박스를 들고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티몬과 위메프의 대규모 정산 지연 사태를 수사하는 검찰 관계자들이 1일 구영배(빨간색 원 안) 큐텐그룹 대표 자택 압수수색을 마친 뒤 압수품 박스를 들고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우선 소비자→카드사→전자지급결제대행(PG)사→플랫폼→입점업체 순으로 돈이 흘러가는 점을 고려해, 카드사와 PG사에 소비자가 요청할 경우 환불 조치를 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PG사는 e쿠폰과 같은 상품권과 여행상품에 대해선 환불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상품권이 이미 고객에게 상품권 정보(핀 번호)가 전달된 만큼 판매가 완료된 상품으로, 상품권 발행업자가 환불 책임자라는 것이다. 여행상품도 여행 일정이 ‘확정’된 상태라면, 계약이 성사된 것이어서 여행사에서 환불해 주는 게 맞다는 게 PG사 입장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공정위 등은 지난주 여행업계와 비공개 간담회를 열고 환불 협조를 요청했다. 정부 관계자는 “여행사도 티메프로부터 돈을 받지 못한 피해자인 상황이라, 최대한 협조를 구했지만 참 난감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사태를 야기한 티메프에서 상품권 등 e쿠폰 사업 책임자였던 박성호 제휴사업본부장은 사태 발생 직전 퇴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 본부장은 4월 언론 인터뷰에서 “e쿠폰 전문 플랫폼을 만들 계획”이라며 “티몬·위메프·인터파크 외에 컬쳐랜드 등 여러 상품권 발행사와 브랜드 상품권, 상품, e쿠폰을 판매할 수 있는 단계까지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2014년 티몬에 합류해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했던 그는 올해 1월 e쿠폰 사업용 자회사 ‘오렌지프렌즈’를 만들어 이곳 대표를 겸했다. 본보는 박 본부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전화와 문자 등을 보냈으나, 그는 일절 응하지 않았다.



세종= 조소진 기자
박준석 기자
안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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