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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도 열폭주에 아파트 버틸까... 지하주차장 전기차 화재 '재앙' 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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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 '열폭주'였다. 배터리에 한 번 불이 붙으니, 200명 가까운 소방관이 출동해도 다 탈 때까지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다.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자동차 화재로 차량 수십 대가 전소됐고, 전기·배관 시설까지 손상됐다. 초고온 열폭주로 인해 아파트 구조 자체에 문제가 생긴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며 전기차 대중화 시대 전국 아파트 주민들이 공포에 떨고 있다.
2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1일 인천 서구 청라동의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로 차량 40대가 전소됐고 100여 대가 손상됐다. 주민 22명이 병원으로 이송되고, 인근 아파트 5개동의 전원이 차단되어 122명이 임시주거 시설로 대피하는 등 혼란이 이어졌다.
당시 현장 폐쇄회로(CC)TV 영상을 보면 지하주차장에 서 있는 벤츠 전기차에서 연기가 뿜어져 나오다가 갑자기 폭발과 함께 불길이 치솟는 모습이 확인된다. 그렇게 붙은 불은 무려 8시간 20분 동안이나 지속됐다. 내연기관에서 발생한 화재였다면 소방관들이 출동한 뒤 바로 잡혔겠지만, 소화기나 물로 잡을 수 없는 배터리 화재는 모든 걸 다 태우고 난 다음에야 꺼졌다. 그사이 아파트 지하주차장은 말 그대로 초토화됐다.
불안은 커지고 있다. 자동차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도 논란에 불이 붙었다. "이런데 전기차를 어떻게 사겠냐"거나 "전기차는 무조건 지상에 대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 끊이지 않았다.
①리튬이온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의 화재 특성, ②공기가 쉽게 통하지 않는 지하주차장의 폐쇄적인 구조, ③낮은 층고 탓에 대형 소방 장비가 출입하기 어려운 지하주차장의 특성 등이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일으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전기차'와 '지하주차장'이 화재 취약조건을 다 갖춘 '최악의 조합'이라고 입을 모은다. 우선 리튬이온배터리의 열폭주로 인한 가스 발생이 문제다. 온도가 1,000도 이상 오르는 열폭주 현상은 탄화수소 계열의 가연성 가스와 유해가스를 일으키는데, 이 가스는 대부분 공기보다 무거워 바닥에 깔리는 경향이 있다. 가스가 지하주차장에서 배출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게 된다.
화염이 '위'로 향하는 내연기관 차량과 달리 '옆'으로 터지는 전기차의 특성도 주변 피해를 크게 만드는 데 한몫을 한다. 내연기관 차는 엔진룸 내부, 연료, 실내 내장재가 주요 가연물이라 바람이 없다면 상승효과로 인해 불이 위를 향한다. 반면 전기차는 고전압 배터리팩 내부에서 화재가 발생하고, 방출되는 압력·가스로 인해 폭발이 수평으로 향한다. 만약 화재 전기차 옆에 또 다른 전기차가 있을 경우, 연쇄적인 열폭주 반응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지하에선 불을 끄기도 쉽지 않다. 전기차 화재는 이동식 수조 설비가 필요한데, 이런 대형 장비를 지하주차장에 들여오기가 어려운 것이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전기차에 불이 나면 컨테이너 수조가 달린 소방차를 활용해 진압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며 "그런데 지하주차장은 유독가스 배출이 어려운데다 소방차 진입 또한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런 이유로 소방당국은 전기차 충전시설을 가능하면 지상에 설치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강제사항이 아닌데다 2000년대 중반부터 지어진 공동주택 대부분이 지상주차장이 없어 사실상 유명무실한 권고다.
게다가 올해부터 전기차 충전기 의무 설치대상 공동주택 기준이 500세대 이상에서 100세대 이상으로 확대됐다. 의무설치 비율도 상향됐다. 서울의 한 구청 관계자는 "주차공간 부족이나 1층 주민들이 사적공간을 침해당한다며 (지상주차장 설치에) 민원을 넣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공 교수는 "지하주차장에서 벌어지는 전기차 화재는 큰 피해를 야기하지만, 안전 관련 규제는 아예 없는 수준"이라며 "화재 예방을 위한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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