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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스 전에 그녀 있었다...미국 대선에 도전한 첫 흑인 여성, '치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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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여성 미국 대통령이 탄생할 수 있을까.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은 미국 최초의 여성 대선후보가 됐고, 올해 11월 대선에서 승리하면 새 역사를 쓰게 된다. 여성으로서 미국 최고 권좌에 오른다는 것만으로도 신기원인데, 흑인 여성으로서라면 더 놀라운 일이다. 해리스 부통령 행보에 눈길이 쏠리는 주요 이유 중 하나다.
해리스 부통령 이전에 대선에 도전한 흑인 여성이 있었다. 셜리 치점(1924~2005)이다. 치점은 1969년 민주당 소속으로 미 하원에 입성했다. 흑인 여성 최초였다. 그는 뉴욕 브루클린 교사 출신이었다. 여성 의원이 드물고 흑인 남성 의원도 손가락으로 꼽을 시기에 치점의 당선은 충격이었다. 의회에서 한 백인 남성이 치점을 만날 때마다 “아직도 당신과 제가 같은 액수의 돈을 받는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라고 말할 만큼 박대받았다.
치점은 의원에 만족하지 않았다. 그는 일정액 이상 기부금이 모이면 1972년 대선에 나서기로 했는데 기부금이 목표액을 넘어섰다. 지인과 참모들의 만류에도 그는 계란으로 바위 치기에 나섰다. 약속과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그가 흑인 여성 최초로 대권 경쟁에 나선 배경이다.
영화는 민주당 대선후보가 되기 위해 치점이 치른 대선 레이스에 집중한다. 치점은 인력도 조직도 자금도 약하다. 흑인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목숨에 위협을 받기도 한다.
참모들과 종종 갈등을 겪기도 한다. 치점은 무리하게 원칙을 지키려 한다. 대의원 수가 가장 많은 캘리포니아주에서 가망 없이 힘 빼기 싫다며 후보 신청을 하지 않으려 하거나 민주당 당론과 달리 임신 중지권(낙태권)에 반대하는 신념을 지키는 식이다. 돈도 없고 세력도 약한데 전략적 고민 대신 원칙만 내세우니 참모들은 툭하면 떠나려 한다. 치점은 사람들의 놀림거리로 전락하기도 한다. 되지도 않을 일에 뛰어들어 망신을 자초한다는 이유에서다.
치점의 패배는 예정돼 있었다. 그는 이를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자신만의 길을 걷는다. 표를 위해 말을 바꾸거나 신념이 흔들리지 않는다. 경쟁 주자로부터 “북부에서나 남부에서나 말이 같은, 유일한 후보”라는 평을 들을 정도다.
치점은 대선 과정에서 가족과 갈등을 겪기도 한다. 왜 치점은 가까운 사람들과 불화하면서까지 ‘무리한 도전’에 나서고 포기하지 않은 걸까.
치점은 의회에 첫 등원했을 때 농업위원회에 배정받자 하원의장을 찾아가 따진다. 초선 의원에게는 상임위원회 선택 권리가 없던 시절 당돌하게 보일 행동이었다. 치점은 관행과 통념과 편견을 받아들이면 사회 발전이 없다고 생각한다. 흑인이라서, 여성이라서 대권에 도전하지 못한다면 흑인과 여성에 대한 처우는 영영 바뀌지 않는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치점이 있었기에 지금 해리스 부통령이 있는 게 아닐까.
좀 우직한 영화다. 셜리 치점의 신념 어린 정치 행보에 주로 초점을 맞춘다. 치점의 어린 시절 또는 그가 정치에 뛰어든 계기 등을 돌아보지는 않는다. 자신을 TV 토론에서 제외한 방송사들을 대상으로 한 소송, 참모의 반대에도 무릅쓰고 인종차별적 후보를 병문안 한 일 등 치점의 행동은 지금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이 적지 않다. 영화 ‘빌 스트리트가 말할 수 있다면’(2018)으로 아카데미상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리자이나 킹이 주연과 제작을 겸했다. ‘노예 12년’(2013) 아카데미 각색상을 받은 존 리들리가 메가폰을 잡았다.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 평론가 74%, 시청자 70%
***한국일보 권장 지수: ★★★(★ 5개 만점, ☆ 반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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