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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믿을 국회"···'정치 오마카세'는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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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0일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져 지역구 의원 254명, 비례대표 의원 46명이 당선됐다. 그리고 2024년 5월 30일 임기를 시작해 제22대 국회의 전반기 의정활동을 실시했다. 대한민국 유권자들은 선출된 국회의원에게 얼마나 국회 업무를 믿고 맡길 수 있다고 생각할까. 제22대 국회는 ‘정치 오마카세’가 가능할까.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 팀은 지난 6월 27일~7월 1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관련 조사를 실시했다.
요즘 외식업에서는 ‘오마카세’(일본어로 '맡기다'는 뜻)라는 방식으로 업장을 운영하는 곳을 종종 볼 수 있다. 고객은 특정 메뉴를 선택해 주문하는 것이 아니라 주방장의 역량과 선택을 신뢰하며, 주방장이 엄선한 재료와 조리 방식으로 만들어 내어준 음식을 먹는다.
정치가 요식업보다 훨씬 복잡하기는 하지만, 국회에 적용해 보면 어떨까. 대의 민주주의에서 국회의원이 국민을 대표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먼저 대리인(delegate) 방식은 선출된 대표자가 국민의 대리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며, 유권자 다수의 의견을 그대로 국가 정책에 전달하는 방식이다. 한편 수탁인(trustee) 방식은 선출된 대표자가 본인이 습득한 지식과 신념에 의해 독립적인 판단을 내리는 방식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거칠게 표현하자면 ‘정치 오마카세’는 수탁인 방식에 조금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유권자들이 정치인들의 전문성과 판단력을 신뢰하고 복잡한 정책 결정을 맡긴다는 점에서 유사점을 찾을 수 있다.
사람들은 대리인 방식과 수탁인 방식 중 무엇이 더 적합하다고 생각할까. ‘대리인 방식’과 ‘수탁인 방식’의 정의를 보여주고 어떤 방식이 국민을 대표하기에 더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물었다. 조사 결과 ‘대리인 방식’이 더 적합하다는 응답이 76%, 수탁인 방식이 더 적합하다는 응답은 14%였다. 다수의 응답자가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유권자의 의견을 전달하는 것이 더 적합하다고 보는 것이다. 성별로 나누어 살펴보면 여성(80%)이 남성(73%)에 비해 대리인 방식이 적합하다는 응답이 좀 더 높았고, 연령별로 살펴보면 40대(81%)와 60대(80%)에서 80%를 웃돌았다.
정치 이념에 따라, 정치 관심도에 따라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대의 방식이 차이가 날까. 이념별, 정치 관심도별 차이를 조사한 결과, 중도층(73%)에 비해 진보층(82%)과 보수층(78%)에서 대리인 방식이 적합하다는 응답이 조금 더 높았다. 또한 정치에 관심이 있는 응답자(81%)가 정치에 관심이 없는 응답자(69%)에 비해 대리인 방식이 더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식집 오마카세에서 손님이 기대하는 것은 주방장의 요리 실력을 바탕으로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이다. 대의 민주주의의 의의를 고려한다면 유권자들은 본인이 선출한 국회의원의 의정 활동에 대해 어느 정도 믿고 맡길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국회의원들이 어떤 모습을 보여야 ‘정치 오마카세’가 가능하다고 생각할까.
우리나라 정책에 국민의 의사가 반영된다고 생각하는지 물어본 결과, 반영된다는 응답은 11%, 보통 26%, 반영되지 않는다는 응답은 59%로 10명 중 1명 정도만 우리나라 정책에 국민의 의사가 반영된다고 답했다.
우리나라 정책에 국민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는다고 보는 사람 중에서는 13%만이 수탁인 방식이 더 적절하다고 답했다. 반면 국민의 의사가 반영된다고 보는 사람 중에서는 25%가 수탁인 방식이 더 적절하다고 답했다. 국민의 의사 반영 여부와 관계없이 모두 대리인 방식에 대한 선호도가 더 높긴 하지만, 국민의 의사가 반영된다고 보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수탁인 방식을 조금 더 선호하는 것이 확인됐다.
주거·부동산, 물가 안정, 일자리 문제, 경제 성장, 외교안보, 저출산 고령화, 기후위기 등 환경, 정치 개혁, 사회복지, 국민안전과 치안, 국민통합, 검찰개혁, 정부 견제 등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 13가지를 선정하고, 제22대 국회가 해결할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는지를 물었다. 분야별로 문제 해결 능력이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는 모두 50%가 안 되는 가운데, ‘국민 안전과 치안’ 분야 문제 해결 능력이 있다는 응답이 42%로 가장 높았다. 문제 해결 능력이 있다는 응답이 가장 낮은 분야는 23%인 ‘국민 통합’이다.
13가지 분야별 문제 해결 능력에 대한 인식을 기준으로, ‘국회가 문제 해결 능력을 갖췄다’고 평가하는 그룹과, 그렇지 않다는 그룹을 나눴다. 두 그룹 중, ‘국회가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고 평가하는 그룹은 13%만이 수탁인 방식이 더 적절하다고 답했다. 반면 ‘국회가 문제 해결 능력을 갖췄다’고 평가하는 그룹에서는 20%가 수탁인 방식이 더 적절하다고 답했다. 이번에도 국회에 대한 평가와 관계없이 모두 대리인 방식에 대한 선호도가 더 높으나, 국회의 능력을 더 높게 평가하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수탁인 방식에 대한 선호도도 높은 것이 확인됐다.
국민 의사의 정책 반영, 국회 능력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정치 오마카세’를 가능하게 하는 요인임을 확인했다. 그렇다면 주요 분야 중 어떤 분야에서 국민의 의사를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문제 해결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 좋을까. 앞서 제시한 13가지 문제에 대한 각각의 중요도를 물어봤다.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응답은 ‘물가안정’이 70%로 가장 높았고, 이어서 '저출산 고령화'(65%), '경제 성장'(58%), '국민 안전과 치안'(56%), '일자리 문제'(54%), '정치 개혁'(50%) 등의 순으로 뒤를 이었다.
제22대 국회의 능력과 중요도를 함께 살펴봤다. 국회의 능력과 중요도의 평균을 기준으로 나눴을 때, 중요도가 높고 능력도 있다고 생각되는 분야는 ’국민의 안전과 치안‘ 분야이고, 중요도가 높으나 능력은 낮다고 생각되는 분야는 ‘물가 안정’, ’저출산 고령화‘, ’경제 성장‘, ’일자리 문제‘, ’정치 개혁 분야‘다.
제22대 국회는 문제 해결 능력이 있으며, 중요도도 높다고 간주되는 ’국민안전과 치안‘ 분야에서 빠르게 성과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또한 중요한 문제이지만 국회의 문제 해결 능력에 대해 회의적인 분야인 ’물가 안정‘, ’저출산 고령화‘, ’경제 성장‘, ’일자리 문제‘에 대해서는 국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는 모습을 보이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음을 먼저 인정받을 필요가 있다. 믿고 맡길 수 있는, 신뢰할 수 있는 국회의 모습을 보여준다면 유권자들이 제22대 국회에서 ’정치 오마카세‘가 가능하다고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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