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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부속실은 독(毒)이 될 수도 있다

입력
2024.07.31 18: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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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식적 정책에 어른거리는 ‘V2' 그림자
최순실 국정개입 손발 역할 한 제2부속실
윤 대통령 부부 달라지지 않으면 무용지물

편집자주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선보이는 칼럼 '메아리'는 <한국일보> 논설위원과 편집국 데스크들의 울림 큰 생각을 담았습니다.


그래픽=신동준 기자

그래픽=신동준 기자

언제부터인가 뭔가 상식적이지 않은 일들이 벌어지면 ‘V2(김건희 여사)’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고들 수군댄다. 일반 국민들만이 아니다. 최근 사석에서 만난 고위 관료는 “돌발적 상황이 벌어지면 김 여사가 어떤 식으로든 연관됐을 수도 있겠다는 의심을 하게 된다”고 했다. 현 정부에 몸담고 있는 공무원들까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면 공직시스템에 균열이 생기는 게 당연하다. 심각한 문제다.

1차적인 책임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있다고 본다. 김 여사가 개입을 했든 안 했든, 그만큼 이해하기 어려운 비상식적 일을 많이 했다는 건 팩트라는 얘기다. 멀쩡하게 일을 잘하고 있던 인사가 갑자기 경질되고, 예상 밖의 인물이 기용되고, 예고돼 있던 정책이 갑자기 연기되고 또 뒤집어지고.

이 모든 것의 배후에 김 여사가 있을 수 있다는 건 억측이겠지만 그렇다고 모두 다 사실 무근이라 단정하기도 어렵다. 의혹을 ‘합리적 의심’으로 만든 건 김 여사 본인이다. 대선 때 인터넷 매체 ‘서울의소리’와 8시간 가까운 통화를 하면서 마치 본인이 대선을 다 치르고 있다는 식의 발언을 했고, 명품백을 건넨 최재영 목사와의 대화 영상에는 “적극적으로 남북문제 (해결에) 나설 생각이니 저랑 같이 일하자”고 제안하는 장면이 나온다. ‘읽씹’ 논란을 부른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당시 비상대책위원장)에게 보낸 문자는 영부인이 대국민 사과 여부를 남편인 대통령이 아니라 당대표와 직접 상의하는 낯선 광경을 보여준다.

조국혁신당이 발의한 ‘김건희 특검법’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명품백 수수 의혹 외에도 삼부토건 주가조작,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변경, 무자격 업체 관저 증축, 경찰 고위간부 인사 개입, 국방부 장관 추천, 임성근 구명 로비 등 김 여사와 관련된 세간의 의혹을 모조리 담고 있다. 사실이든 아니든 이렇게 열거할 의혹들이 많으니 나라가 어지러울 수밖에 없다.

대통령실이 2년여를 끌다 끌다 제2부속실을 설치하겠다고 한다. 한때 우군이라 여겼던 보수 언론은 물론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들까지 일제히 주문을 하고 나섰으니, 더 이상은 뭉개기 어렵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제2부속실은 대통령 배우자의 일정과 행사, 기획, 메시지, 의상 등 활동 전반을 밀착 보좌하는 조직이다. 관련 예산이 별도 편성된다. 베일에 가려 있던 김 여사의 활동이 공식 영역으로 들어오는 것이니 지금보다 투명해지는 측면이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때의 기억을 떠올려 보자. 배우자가 없는 박 전 대통령은 제2부속실을 폐지할 거란 예상을 뒤엎고 “소외된 계층을 살피는 민원창구로 활용하겠다”며 존속시켰다. 정작 제2부속실은 소외된 계층이 아니라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씨가 마음껏 국정 개입을 할 수 있도록 보좌하는 손발이 됐다. 그가 청와대를 드나들 때 직접 운전을 하고 마치 개인 비서처럼 휴대전화를 셔츠에 닦아 건넸던 행정관도, 유명 헬스트레이너 출신으로 최씨 심부름을 도맡았던 행정관도 모두 제2부속실 소속이었다.

검찰이 명품백과 도이치모터스 사건 관련해 김 여사를 소환 조사해야 한다고 너도나도 주문했다. 막상 조사가 이뤄지고 나니 ‘면피성 특혜 조사’ 논란만 남았다. 제2부속실도 다르지 않을 수 있다. 제2부속실과 패키지로 요구해온 특별감찰관은 여전히 국회 핑계만 대며 차일피일 미루는 것도 찜찜하다. 보좌 조직만으로 김 여사의 뜻을 꺾을 수 있다고 보지 않는다. 현재의 '배우자팀'이 그걸 못한 게 단지 비공식 조직이기 때문만이겠는가.

김 여사 스스로 억누르고 또 억누르지 않으면 안 된다. 윤 대통령이 아내의 과잉 행동에 박절하지 않으면 안 된다. 둘 다 바뀌지 않는다면, 제2부속실이 외려 김 여사 국정 개입의 탄탄한 방패막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이영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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