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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발사 버튼 누르자 불에 탄 드론… 레이저로 잡는 '한국형 스타워즈' 첫발[문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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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과 삼각'지'의 중구난'방' 뒷이야기. 딱딱한 외교안보 이슈의 문턱을 낮춰 풀어드립니다.
"5, 4, 3, 2, 1, 발사!"
"어, 불붙었다!"
30일 오후 3시 충남 태안군에 위치한 국방과학연구소(ADD) 안흥시험장에서 진행된 한국형 레이저대공무기 블록-Ⅰ 시연행사 현장. 30여 명의 기자들은 뙤약볕 아래서 일제히 서쪽 하늘 20m 상공에 떠 있는 작은 드론을 응시하고 있었습니다.
발사 명령이 떨어졌지만 "삐융"하는 발사 소리도, 영화 속 레이저포처럼 표적을 향해 뻗어나가는 섬광도, "펑"하고 표적이 터지는 소리도 없었습니다. 마치 '드론 암살자'인 양,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게 목표물을 격추시켰습니다. 발사 명령 1초 만에 표적인 흰색 드론이 벌겋게 달궈지더니 이내 불이 붙고 검은 연기를 내며 바다로 추락했습니다. 드론에 불이 붙는 순간 일제히 '어!' 하는 감탄사와 함께 손가락으로 드론을 가리켰습니다.
드론을 떨어뜨린 건 표적에서 1㎞ 거리에 있던 레이저대공무기 블록-Ⅰ. ADD 주관으로 2014년 체계 개발에 착수해 지난해까지 880억 원이 투입돼 개발한 시제기입니다. ADD는 체계 개발 과정에서 소형 무인기와 멀티콥터를 대상으로 실시한 시험평가에서 100% 격추에 성공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방위사업청은 '한국형 스타워즈 프로젝트'의 첫 번째 사업으로 지난달 25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블록-Ⅰ의 양산 계약을 맺었습니다. 그리고 올해부터 2026년까지 1,277억 원을 들여 양산할 계획입니다. 1호기는 이미 만들고 있습니다. 양산 직후 순차적으로 군에 배치돼 운용할 예정이며, 1호기는 서울 용산 대통령실 상공 방어에 투입될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블록-Ⅰ이 배치되면, 레이저 무기를 실전 운용하는 세계 첫 사례가 됩니다. 미국의 1MW급 항공 탑재 레이저 무기 ABL, 영국 해군의 고출력 레이저 무기 '드래곤 파이어' 등이 개발 중이지만 아직 실전에서 운용된 적은 없기 때문입니다.
레이저 무기의 원리는 간단합니다. 어릴 적 돋보기로 모아진 햇빛을 빔 형태로 쪼이면 검은 색종이나 마른 낙엽이 금세 타들어가는, 장난과 교육의 그 어딘가에 해당하는 경험을 해 본 적이 있을 겁니다. 레이저 무기도 원리는 같습니다. 빛 에너지를 응축해 강력한 열 에너지로 전환시키는 것이죠. 다만 태양광이 아니라 레이저 모듈을 이용해 인위적으로 발생시킨 여러 가닥의 레이저를, 빔 결합기를 통해 한데 모아서 머신러닝 기술이 적용된 '표적위치확인장치'를 이용해 자동으로 이동 표적을 추적·조준한 뒤, 거리측정기와 망원경 등으로 구성된 레이저 발사기를 통해 레이저 빔을 쏘는 것입니다.
레이저 무기의 장점은 다양합니다. 탄약이 필요없기 때문에 전기만 있으면 군수 지원 없이 무한대로 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입니다. 무기 개발 비용을 차치하면, 탄약이 필요없기 때문에 한 발에 2,000원가량이면 충분합니다. 또 수년 후의 얘기일 수 있지만, 메가와트급 이상의 고출력 레이저 무기를 사용해 급기동하는 적의 탄도미사일 등을 요격할 수 있습니다. 기존의 요격 미사일은 복잡한 계산이 필요하지만, 레이저 무기는 '보이는 대로' 추적 사격을 할 수 있습니다. 신속한 대응이 가능한 것이죠. 요격에 따른 낙탄 위험이 없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그래서 북한의 대남 쓰레기 풍선 대응책으로 거론되기도 합니다. 접경 지역에서 요격 시 탄이 군사분계선(MDL)을 넘어가는 것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다양한 장점을 가진 레이저 무기는 신기술을 활용한 게임체인저로 불리지만, 사실은 아주 오래전부터 실전에서 쓰였습니다. 서용석 ADD 선임연구원은 "기원전 3세기 고대 그리스 시절, 아르키메데스가 로마 함대로부터 시칠리아를 방어하기 위해 대형 청동거울을 이용해 로마 함대에 불을 지르는 공격을 감행한 것으로 전해진다"며 "이를 입증하기 위해 1973년 그리스 과학자가 실제로 청동거울 50개로 실험한 결과, 수분 만에 배에 불이 붙었다"고 전했습니다.
현대에 들어서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시절인 1983년, 미국은 소련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무력화하기 위해 위성을 이용한 레이저 무기인 '엑스칼리버' 개발을 검토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는 취소됐습니다. 고출력 레이저를 만들어 내는 기술 자체가 쉽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미군은 2030년 이후 MW급 레이저 무기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올해까지는 100kW급, 2030년까지는 500kW급 레이저 무기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기술적인 제약 외에도 레이저 무기가 앞으로 극복해야 할 과제는 많습니다. 직사 무기이기 때문에 건물, 산에 가려진 경우 공격이 불가능하고, 안개·우천·역광 등 날씨에 민감해 악천후 시 성능이 뚝 떨어집니다. 대기 중에서 레이저빔이 산란되면 공격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으니까요. 시연회 당일엔 역광의 영향 탓에 표적확인장치가 표적 드론 대신 애꿎은 촬영 드론을 조준해 격추시키는 해프닝도 벌어졌습니다. 또 대드론 기술이 개발되듯이 발전하는 안티 레이저 기술도 극복해야 합니다. 드론이나 포탄 표면을, 빛을 반사하거나 산란시키는 물질로 뒤덮을 경우 효과는 급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일각에서는 '고작 드론 잡겠다고 수천억 원을 들여 레이저 무기체계를 개발하는 건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넘어야 할 산이 많고, 높은 것도 실효성 측면에서 고개를 갸웃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라고 했습니다. 선진국들이 앞다퉈 레이저 무기를 개발하는 것은 잠재적 효용성이 개발 비용보다 더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갈수록 고도화하는 극초음속·무인 무기체계에 대응하려면 그에 맞는 준비를 해나가야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우리 군도 소형화·경량화를 통해 차량, 함정, 항공기 등 다양한 플랫폼에 탑재할 수 있는 100kW급 블록-II 개발을 계획 중입니다.
시연회를 마치고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들른 휴게소 화장실에서 우연찮게 마주한, 레이저 무기 개발의 필요성을 담은 듯한 뜻깊은 문구를 소개하는 것으로 매듭지으려 합니다.
"준비를 실패하는 것은 실패를 준비하는 것이다" -벤저민 프랭클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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