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극우” 맹공에 트럼프도 ‘손절’… 미국 보수 정책집 '프로젝트 2025' 책임자 사임

입력
2024.07.31 15:32
수정
2024.07.31 16:03
구독

‘프로젝트 2025’ 총괄한 폴 댄스
중도층 이탈 가능성에 외면당해

지난 2월 22일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열린 전국 종교 방송인 대회에 참석해 연설 중인 헤리티지재단 ‘프로젝트 2025’ 책임자 폴 댄스. 내슈빌=AP 연합뉴스

지난 2월 22일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열린 전국 종교 방송인 대회에 참석해 연설 중인 헤리티지재단 ‘프로젝트 2025’ 책임자 폴 댄스. 내슈빌=AP 연합뉴스

한때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약집’으로 통했던 보수 정책 자료집 '프로젝트 2025' 책임자가 직장을 떠난다. “극우 정책”이라는 민주당의 맹공에 트럼프 전 대통령까지 사실상 동조하며 ‘손절’에 나서자 희생양이 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보수 성향 미국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 케빈 로버츠 회장은 ‘프로젝트 2025’의 총책임자인 폴 댄스가 사임한다고 30일(현지시간) 밝혔다. 로버츠 회장은 이날 성명에서 “2022년 4월 ‘프로젝트 2025’를 시작했을 때 우리는 올해 (민주·공화) 양당 전당대회가 끝나는 시점에 정책 초안 작성을 마무리하는 시간표를 짰고, 우리는 그 일정을 따르고 있다”고 부연했다.

실제 댄스는 최근 헤리티지재단 직원들에게 “이 프로젝트 작업은 전당대회와 함께 끝날 예정이었다. 현재 작업은 최종 단계이며 나는 8월 말 헤리티지를 떠날 계획”이라는 내용의 메모를 보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이 이날 보도했다.

‘프로젝트 2025’는 헤리티지재단이 110여 개 우파 단체를 끌어들여 만든 약 900쪽 분량의 정책 제언 보고서다. 댄스가 제작 총괄을 맡았고 지난해 4월 발간됐다. 변호사 출신인 댄스는 1기 트럼프 행정부에서 연방인사관리처(OPM) 수석보좌관, 주택개발부 고문 등을 지냈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분류되던 인사다. 공화당 행정부의 국정 운영 청사진을 담는다는 게 애초 보고서 목표였지만, 트럼프 행정부 참모와 당국자들이 대거 집필진으로 참여해 집권 2기 정책 참고서로 여겨져 왔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6일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에서 열린 보수 기독교 단체 터닝포인트액션의 행사에 참석해 연설하던 도중 누군가를 지목하고 있다. 웨스트팜비치=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6일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에서 열린 보수 기독교 단체 터닝포인트액션의 행사에 참석해 연설하던 도중 누군가를 지목하고 있다. 웨스트팜비치=로이터 연합뉴스

분위기가 바뀐 것은 민주당이 이 보고서를 ‘극우 로드맵’으로 규정하고 비난에 화력을 집중하기 시작하면서다. 민주당은 보고서에 대응하기 위한 실무 그룹까지 만들었고, 유력한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도 “미국을 과거로 후퇴시키는 계획”이라는 식으로 공격했다. 임신중지(낙태)약 승인 취소 등도 극우 정책 사례로 거론됐다. 임신중지권은 여론 지형이 민주당에 유리하게 형성된 대표적 이슈다.

공격이 계속되자 트럼프 전 대통령도 이달 초 거리 두기에 들어갔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유세를 통해 자신은 ‘프로젝트 2025’와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일부 정책은 “(우경화가 지나쳐) 터무니없고 끔찍하다”고까지 했다. 철저하게 외면한 것이다. 중도층이 이탈할지 모른다는 위기감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댄스 사임 발표 뒤 트럼프 캠프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인 수지 와일스와 크리스 라시비타는 환영 성명을 내고 “잘못된 영향력 과시에 대한 경고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사임보다는 해임에 가깝다는 추측이 제기된다. 헤리티지재단 소식통은 미국 워싱턴포스트에 “트럼프 쪽으로부터 압력이 있었던 것은 거의 확실하다”고 말했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