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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메프' 자금 유용에 거짓 보고... 총체적 관리감독 부실 드러나

입력
2024.07.30 19:30
수정
2024.07.31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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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정산·미상환 자금 유용해도 감독 못 하고
이제 와 "양치기 소년... 불법 흔적 발견" 비난
공정위는 "정산 오류" 업체 말에 소비자 주의보X
부실 감독·관리에 피해 규모 1조 원 '눈덩이'
"법적 미비, 관리 부실 송구" 뒤늦게 사과

구영배(오른쪽) 큐텐그룹 대표가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티몬·위메프(티메프) 사태 관련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준석 전자지급 결제협회 회장, 류화현 위메프 대표, 류광진 티몬 대표, 구 대표. 뉴스1

구영배(오른쪽) 큐텐그룹 대표가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티몬·위메프(티메프) 사태 관련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준석 전자지급 결제협회 회장, 류화현 위메프 대표, 류광진 티몬 대표, 구 대표. 뉴스1

티몬과 위메프의 대규모 미정산 사태는 정부의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발생한 총체적 관리 부실의 결과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전자상거래업체가 판매자에게 지급해야 하는 자금을 유용하는 불법적 행위가 버젓이 이뤄졌음에도 당국의 감시는 없었다. 정산 지연 사태가 발생한 뒤에도 업체의 말만 믿고 경쟁당국은 소비자 피해 주의보를 발령하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30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위메프·티몬 미정산 사태’에 대한 긴급현안 질의를 보면, 업체는 미정산 대금 규모마저 정확히 파악하지 못할 정도로 재무관리가 엉망인 상태인 기업이었다. 실제 티몬과 위메프 모두 자체 재무조직은 없었다. 모기업 큐텐그룹 자회사인 큐텐테크놀로지에 재무 기능을 위탁하고 있지만, 티몬·위메프 미정산 대금 중 400억 원이 위시 인수 자금에 포함되는 등 유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날 정무위에 참석한 류광진 티몬 대표와 류화현 위메프 대표 모두 미정산된 판매대금이 어디에 있느냐는 질문에 "재무조직이 없어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조차 "회사엔 자본이 남아있지 않은 걸로 알고 있다"며 "(재무 담당자는)연락이 되지 않는 상태"라고 밝힐 정도였다.

사태가 발생한 뒤에야 불법 여부를 확인하는 뒷북 감독도 여전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큐텐 자금 추적과정에서 드러난 강한 불법의 흔적이 있어 검찰에 주말 지나기 전 수사의뢰를 해놓은 상태고 주요 대상자에 대한 출국금지 조처 등 강력조치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구영배 큐텐 대표가 자금이 없다고 하는데 금감원에서 자금 추적을 하고 있느냐'는 윤한홍 국회 정무위원장의 질의에 대한 답변이었다.

'판매대금이 어디로 흘러갔느냐'는 의원들의 질문에 구 대표가 "대부분 돈은 전용이 아니라 가격경쟁을 하다 보니까 그 돈을 대부분 프로모션 비용으로 썼다”는 취지로 답한 것과 관련, 이 원장은 “가급적 선의를 신뢰해야겠지만, 최근 저희와의 관계상에서 보여준 행동이나 언행을 볼 때 약간 양치기 소년 같은 행태들이 있기 때문에 말에 대한 신뢰를 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부실 감독 지적은 피할 수 없었다. 위메프는 2020년, 티몬은 2022년부터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경영개선을 약속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미상환·미정산 금액과 추가로 신규 유입되는 자금의 일부분은 에스크로 계좌 등에 별도 관리를 요구했지만 업체 측은 이행하지 않았다. 이 원장은 이 부분에 대해 “(관리·감독이)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고개를 숙였다.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장에서 티몬·위메프(티메프) 사태 관련 긴급현안 질의가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류화현 위메프 대표, 류광진 티몬 대표,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김소영 금융위부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뉴스1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장에서 티몬·위메프(티메프) 사태 관련 긴급현안 질의가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류화현 위메프 대표, 류광진 티몬 대표,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김소영 금융위부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뉴스1

공정거래위원회의 책임론도 불거졌다. 업체의 거짓 보고를 믿고 방관하다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7월 8일 티메프의 정산 지연 사태가 처음 발생했을 때 공정위가 ‘소비자 피해주의보’를 발령했으면 피해가 적었을 것”이라고 지적하자,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당시 티몬 측에서 정산 오류라는 입장을 발표해 그 부분을 신뢰하고 그 이후에 모니터링했다”고 답했다. 같은 당 강훈식 의원이 ‘정부의 자율규제 방침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미정산 사태가 발생했다’는 지적에 한 위원장은 “제도 미비점에 대해 사과드린다.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고 사과했다.

피해규모 1조 원 훌쩍... "일주일 내 긴급경영안정자금"

업체의 불법이 의심되는 자금 유용과 금융 경쟁당국의 부실한 관리 감독으로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지는 형국이다. 실제 유동수 민주당 의원은 “위메프와 티몬의 올해 7월까지 손실을 합치면 1조2,000억∼1조3,000억 원의 누적 결손이 보여 그 이상의 피해액이 예상된다”고 꼬집기도 했다. 이날 정확한 피해액을 묻는 의원들의 질문에 이 원장은 "티몬과 위메프 사태에 1조 원 이상의 건전성, 유동성 이슈가 있다"고 답했다. 서울회생법원이 이날 티몬과 위메프에 보전 처분과 포괄적 금지 명령을 내리면서 두 업체에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한 판매자들은 미정산금을 그대로 돌려받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부는 이날 이번 사태로 피해를 입은 입점 업체들을 상대로 일주일 내 긴급경영안정자금 2,000억 원을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 역시 연 3%대의 이자율로 돈을 빌려주는 것이어서 실질적인 피해구제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곽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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