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아리셀, 유가족에게 불법합의 종용"…딸·아내 잃은 가족들의 눈물

입력
2024.07.30 16:30
수정
2024.10.23 15:11
구독

유족협의회 "공식 교섭 대신 피해자 개별 접촉"
법률지원단 "권한 없는 노무사 통해 접근, 위법"
유족들 "심리적 스트레스 극심… 사과받고 싶다"

아내가 왜 죽었는지 죽음의 이유를 알고 싶고, 진정한 사과를 받고 싶습니다. 아리셀이 교섭에 나와서 하루빨리 문제를 해결하면 좋겠습니다.

아리셀 노동자 고 최은하씨 남편 박창선씨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법률지원단과 아리셀 화재 사고 유족들이 30일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무실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아리셀이 불법합의를 종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송주용 기자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법률지원단과 아리셀 화재 사고 유족들이 30일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무실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아리셀이 불법합의를 종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송주용 기자

23명이 숨지고 8명이 다친 아리셀 화성 공장 화재 사고 유가족들이 회사를 향해 "불법 합의를 유도하지 말고 교섭에 임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아리셀이 법률 대리인을 통한 공식 교섭 대신 유족에게 개별적으로 연락해 합의를 종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족 변호를 맡고 있는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법률지원단'은 이 같은 행위는 모두 위법하다고 지적했다.

아리셀 법률지원단과 유족들은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측의 개별 합의 유도 증거물을 공개했다. 유족 측이 제시한 카카오톡 메신저에 따르면 아리셀이 선임한 한 노무사는 가족들에게 손해배상 내용을 포함한 합의안을 보내왔다. 법률지원단 소속 신하나 변호사는 "어떠한 경우라도 회사 측 노무사와 변호사가 유족들에게 개별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불법행위"라고 지적했고, 손익찬 변호사도 "회사가 선임한 노무사가 피해자의 손해배상 사무를 취급하는 것은 위법"이라고 비판했다. 심지어 아리셀 측 노무사들이 피해자 성별을 틀리게 기재한 문서를 유족에게 보내거나 다른 유족에게 보낼 파일을 잘못 보낸 사례도 있었다.

유족들은 심적 고통과 압박감을 호소했다. 아리셀 참사로 딸을 잃은 이순희씨는 "내 자식은 한국에 와서 일한 죄밖에 없다"며 "왜 화재가 일어났고 안전교육이 안 됐고 왜 죽었는지를 알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가 개별적으로 보내온 합의안을 봤을 때 처음에는 이해도 잘 못했다"면서 "차별 없는 교섭이라도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아내를 잃은 박창선씨는 "7월 5일 첫 교섭 다음 날부터 계속 회사 측 문자가 온다. 연락을 하지 말라고 해도 계속 온다"며 "집사람을 잃은 것만으로도 마음이 아픈데 사후 처리가 제대로 안 돼 열불이 난다"고 호소했다. 박씨는 "돈 받고 끝내고 싶은 게 아니라 왜 사고를 당해야 했는지 알고 싶다"며 울먹였다. 김태윤 아리셀유가족협의회 공동대표는 "한 사람당 회사로부터 10건 이상 문자를 받고 있다"며 "유족에 대한 위로가 아니라 협박과 강요로 빨리 합의를 하자고 종용하는 것으로 느낀다"고 날을 세웠다.

아리셀 법률지원단과 유족들은 아리셀을 향해 법률 대리인을 통한 공식 교섭을 요구했다. 신 변호사는 "유족의 권리를 존중하는 정당한 교섭과 함께 중대재해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며 "아리셀은 참사 원인 규명과 제대로 된 보상에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아리셀 사측 노무사는 "불법적으로 개별 합의를 종용한 일이 없다"며 "유족이 대리인 선임 통보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아리셀 측의 변호사 및 노무사들이 유족들과 직접 합의를 시도한 것은 불법행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공인노무사는 공인노무사법에 근거해 산재보험 및 중대재해처벌법상 손해배상, 산업안전보건법등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며 "그러므로 유가족에게 손해배상액 산정에 대한 설명자료와 사전필요 준비서류를 안내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송주용 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