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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구책 발표 날, 기습 기업 회생…큐텐 구영배, 국회 등판 앞두고 각본 짜기 시도했나

입력
2024.07.30 13:00
수정
2024.07.30 14:4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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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정무위 염두에 둔 조치로 풀이
'최선 다하나 해결은 역부족' 메시지

29일 오전 서울 강남구 티몬 본사 모습. 뉴스1

29일 오전 서울 강남구 티몬 본사 모습. 뉴스1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가 29일 계열사인 티몬·위메프 사태 해결책을 내놓자마자 두 회사에 대한 기업 회생(법정관리)을 기습 신청한 건 30일 예정된 국회 정무위원회 출석을 염두에 둔 조치라는 해석들이 나왔다. 전국에 생중계되고 국회의원의 각종 질문·질타를 받기 전 회사 상황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소비자, 판매자(셀러) 피해 구제를 위한 노력을 하고 있음을 부각하려는 '잘 짜인 각본'인 셈이다.

구 대표와 류광진 티몬 대표, 류화현 위메프 대표는 30일 오후 국회 정무위에서 열리는 '티몬·위메프 긴급 현안질의'에 참석한다고 여당 간사(강민국 의원) 측에 밝혔다. 다만 구 대표 등이 실제 현장에 나올지는 단언하기 어렵다. 이번 현안질의가 급하게 잡혀 증인 출석 요구를 위한 의결 절차를 거치지 않은 터라 출석을 강제할 수 없어서다.

구 대표와 티몬·위메프는 정무위 출석을 하루 앞둔 전날, 서로 상반돼 보이는 자구책 발표, 기업 회생 신청을 여덟 시간 간격으로 했다. 우선 구 대표는 티몬·위메프 사태 해결을 위해 M&A(인수·합병), 큐텐 지분 매각 등을 통해 자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소비자 환불 대란, 판매자(셀러) 정산금 지연 등 티몬·위메프 사태가 터진 이후 구 대표의 입장이 나온 건 처음이었다.

하지만 곧이어 티몬·위메프가 법원에 신청한 기업 회생은 구 대표가 자구책을 발표하면서 "피해 보상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한 발언을 뒤집는 모양새다. 법원이 기업 회생을 받아들이면 셀러가 제때 수령하지 못한 정산금을 그대로 돌려받는 건 어려워서다.

티몬·위메프가 회생 절차에 들어가면 일단 미정산금은 묶이게 돼 셀러는 이를 받지 못한다. 또 기업 회생 과정에서 티몬·위메프가 채무를 탕감받게 되면 셀러에게 줘야 할 미정산금 규모 자체도 작아진다.

구 대표가 자구책 발표, 기업 회생 신청을 동시에 진행한 건 국회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지만 해결까진 역부족’이라는 메시지를 내기 위한 사전 작업으로 풀이된다. 자구책만 제시하면 실현 가능성을 의심받고 기업 회생만 진행하면 피해자 구제를 외면한다는 비판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노력하고 있다'는 구 대표와 티몬·위메프의 항변이 얼마나 통할지는 미지수다. 이미 피해자 사이에서 기업 회생 신청은 티몬·위메프의 도산 수순으로 받아들이고 자구책은 믿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어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티몬·위메프가 수습책을 내놓은 날 기업 회생도 신청한 건 비판 여론을 조금이라도 누그러뜨리고 피해자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경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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