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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 전시실 '기시다 발언' 설치… "조선인 전시 반대" 일본 극우 목소리만 높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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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재를 환영한다."
일본 사도광산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후 한국 내 비판 여론에는 침묵한 일본 정부가 29일 원론적인 입장만 내놨다. 사도광산 조선인 노동자 강제노역 현장의 '강제성'을 감추면서 '과거사 전체 역사를 알려야 한다'는 유네스코 자문기구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이코모스) 권고나 한국 정부와의 합의 정신에 모두 어긋난다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반면 일본 극우 세력은 낮은 수준의 한일 합의에도 반발하고 있다.
일본 정부 대변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 관련 질문에 "우리나라(일본)가 자랑하는 문화유산의 가치를 세계적으로 인정받아 매우 기쁘다"고 밝혔다.
그러나 하야시 장관은 전날 일반인에게 공개한 사도시 아이카와향토박물관 내 조선인 노동자 강제노역 전시 시설에 대해서는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전시 시설에 '강제노역', '강제동원' 등 강제성 표현이 빠져 한국에서 비판 여론이 일고 있지만 외면한 셈이다.
앞서 이코모스는 지난달 일본에 사도광산 등재 추진 시 '전체 역사를 현장 수준에서 포괄적으로 다루는 설명 및 전시 전략을 책정해 시설 및 설비를 갖춰야 한다'고 권고했다. 일본 정부는 이후 27일 열린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WHC)에서 투표 대결로 가지 않도록 한국 정부와 아이카와박물관에 조선인 노동자 전시 시설을 설치하기로 합의했다.
일본 정부가 강제성 표현을 숨기려고 한 것은 전시 내용에서도 드러난다. 일본은 전시실에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지난해 5월 7일 한일정상회담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 모두발언을 전시했다. 기시다 총리는 당시 "저 자신은 많은 분이 매우 고통스럽고 슬픈 일을 겪은 것에 마음이 아프다"고 밝혔다.
이에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과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은 기시다 총리 발언을 두고 '강제동원된 조선인들에게 사과한 것인지 표현이 분명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이번 전시에서도 일본 정부 차원의 유감 표명을 확인하기는 했지만, 강제성과 사과 대상이 명확하지 않았다.
일본 정부 관계자도 유네스코 등재 결정 후 "강제노동이 아니라는 정부의 기본 입장을 바꾼 것이 아니다"라고 일본 언론에 밝혔다. 일본 정부가 집권 자민당의 지지 기반인 강성 보수층을 의식해 강제성을 희석했고, 한국 정부가 이를 사실상 수용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또 사도광산 인근에 있는 더 넓은 상설 전시관이 아닌 임시 전시 시설에 조선인 노동자 상황을 전시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오히려 일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한국 정부와 전시 시설 설치를 합의한 데 대해 비판이 일고 있다. 아이치현 가스가이시 부시장을 지낸 혼마 나나는 엑스(X)에 "사도광산에서 일한 조선인은 없었다. 한국 관련 전시에 강하게 반대한다"고 적었다. 우익 성향 산케이신문은 전날 '사도광산 조선인 노동자 전시는 불필요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사도광산 전시에 한국의 관여를 허용하겠다는 말이냐.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문제 삼았다.
일부 극우 진영은 강제성 표현이 빠진 점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일본의 대표적인 극우 정치인인 하시모토 도루 전 오사카 시장은 28일 일본 후지TV에 출연해 "강제성은 없는 상황에서 노동 환경을 잘 돌아보기로 한 것은 한일관계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부 일본 국민은 이번 전시의 긍정적 측면도 인정했다. 조선인 노동자 관련 전시로 인해 "역사를 알게 됐다"며 일본이 반성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사도광산 인근에서 만난 60대 자영업자는 "이런 역사가 있었다는 것을 이번에 알게 됐다. 아픈 역사라도 제대로 알려야 한다"고 말했고, 사도에서 농사를 짓는 한 50대 남성은 "등재된 것은 기쁘지만, 과거 일본의 잘못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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