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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몰린 구영배··· ‘마지막 보루’ 큐익스프레스서 큐텐 지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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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몬·위메프 정산 지연 사태의 파장이 모(母) 그룹인 큐텐 전체로 확산하고 있다. 물류 자회사 큐익스프레스가 맡던 티몬·위메프 발(發) 물동량이 증발하는 한편 이번 사태를 계기로 판매자(셀러)들이 큐텐은 물론 다른 계열사에서도 이탈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는 계열사 물류를 책임지는 큐익스프레스의 미국 나스닥 상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라 큐텐그룹의 재무적 투자자(FI)들도 예의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큐익스프레스가 취급해 온 티몬·위메프발 배송 물량은 한 달 평균 10만~20만 건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큐텐은 2022년, 2023년 티몬과 위메프를 인수한 후 해외 직구 서비스를 강화했다. 동남아와 중국, 일본 등에서 폭넓은 현지 셀러망을 갖고 있는 큐텐이 파는 직구 상품을 티몬과 위메프 플랫폼에 연계한 것. 국내 고객이 제품을 사면 큐익스프레스가 현지에서 물건을 받아 1, 2주 내 무료 배송해주는 식이었다. 공식 수입 제품보다 가격이 훨씬 싼 데다 경쟁 사보다 제품을 빨리 받을 수 있어 소비자들 사이에 인기가 많았다고 한다. '갓성비'로 불리는 중국 M사 기계식 키보드는 티몬에서 행사를 할 때마다 1만 대씩 팔렸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 정산 지연 사태로 티몬·위메프 모두 개점 휴업하면서 큐익스프레스 배송 물량도 줄어들었다.
다른 계열사 물량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최근 현대백화점, GS 리테일 등 대형 유통 회사들이 큐텐 계열사인 인터파크커머스에서 판매를 멈췄다. 일부 해외 현지 셀러도 "판매 대금을 받을 수 있을지 불안하다"며 큐텐에 올린 상품을 내리는 중이다. 미국 쇼핑 플랫폼 '위시플러스(wish+)'에 입점한 중국 현지 셀러들에 대한 판매 대금 정산도 늦어지고 있다고 한다. 내부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티메프 사태를 접한 큐텐의 '교포' 해외 셀러를 중심으로 동요가 크다"고 했다. 큐텐 그룹 전체적으로 '셀러런'이 현실화하면 큐익스프레스의 캡티브 물량(계열사 물량)도 감소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더 큰 문제는 큐익스프레스가 목표로 삼는 10월 나스닥 상장이 지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올 초 시장이 예상한 이 회사의 기업 가치는 10억 달러(약 1조3,800억 원). 여기에 2월 인수한 위시플러스발 북미·유럽 물동량까지 큐익스프레스의 실적에 반영되면 시장에서 몸값을 더 높일 수 있다는 게 구영배 대표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티몬·위메프 사태를 계기로 상황이 꼬이며 상장마저 불투명해진 셈이다.
큐익스프레스 위기는 티몬·위메프 위기와는 차원이 다르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한때 싱가포르 이커머스 시장 1위였던 큐텐은 중국 텐센트의 '쇼피(shopee)'·알리바바 그룹 '라자다(Lazada)'와 경쟁에서 밀려 점유율이 쪼그라들었다. 중국 자본과 '쩐의 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고 판단한 구영배 대표가 2019년쯤 다음 미래 성장 동력으로 선택한 게 물류였다. 큐텐의 해외 셀러망과 큐익스프레스의 물류, 나라별 플랫폼(티몬·위메프)이 결합하면 글로벌 직구 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 동남아 현지 물건을 일본에 팔거나, 국내 제품을 동남아에 판매하는 등 다양한 조합이 가능했다. 실제 2011년 설립 후 2021년에서야 누적 물동량 1억 박스를 기록했던 큐익스프레스는 이후 불과 3년 만에 2억 박스를 넘어섰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큐익스프레스의 몰락은 곧 구 대표, 그리고 큐텐의 몰락"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티몬·위메프 사태가 장기화해 큐익스프레스 상장이 어려워질 경우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같은 FI들이 힘을 합쳐 매각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티몬 최대주주였던 KKR 등은 티몬 매각 당시 현금 대신 큐익스프레스 주식을 받았다.
위기감을 느낀 구 대표는 큐익스프레스와 그룹 사이에 선을 긋고 있다. 전날 그는 큐익스프레스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대신 마크 리 재무최고책임자(CFO)가 신임 대표로 선임됐다. 큐익스프레스 측은 "정산 지연 사안과 큐익스프레스의 비즈니스는 직접 관련이 없다"며 "지난해 기준 큐텐 계열사 크로스보더 물량은 전체 10% 수준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티몬·위메프에서 피해를 본 소비자들의 환불 작업에는 속도가 붙고 있다. 티몬은 이날까지 약 600건의 현장 환불을 마쳤다고 밝혔다. 또 도서문화상품권 선주문 2만4,600건의 취소 처리도 끝냈다고 발표했다. 티몬에 앞서 현장 환불 신청을 받은 위메프도 3,500건을 처리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금융당국의 협조 요청에 카드사와 전자결제대행사(PG사), 간편결제사 등이 결제 취소에 나서면서 금주 중에는 소비자 피해가 어느 정도 일단락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수천억 원 규모의 셀러 정산금 미지급 문제는 실마리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 큐텐은 미국 위시를 통해 다음 달 5,000만 달러(약 700억 원)를 조달하겠다고 금융당국에 보고했지만, 턱없이 부족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최악의 경우 티몬과 위메프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나 파산을 신청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구 대표는 이날 본지에 문자메시지를 보내 “자금 확보와 수습책을 마련하기 위해 매진하고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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