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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 해리스 누가 되든 보호무역주의… 금리·환율도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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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현지시간) 미국 대선 후보 TV토론 종료 후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3거래일 연속 급등해 4.49%대를 찍었다. 토론에서 선전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부각되자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재점화 우려가 커지며 ‘트럼프 발작(Trump tantrum)’이 나타난 것이다. 이후 국면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채권금리와 달러 가치, 주식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대선 중도 하차로 민주당 대선주자 깃발을 넘겨받을 것으로 보이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경제 공약은 상대적으로 베일에 싸여 있다. 그러나 큰 틀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정책을 계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누가 백악관에 입성하든 보호무역주의는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악관을 차지할 경우 우리나라는 수출 감소, 금리 상승, 환율 불안의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핵심 정책이자 수출국가인 우리나라가 가장 경계해야 하는 공약으로 꼽히는 건 ‘관세 인상’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선하면 중국산 수입품에 60~100%에 달하는 새로운 관세를 부과하고, 다른 나라에서 수입하는 모든 제품에 대해 10%의 보편 관세를 매기겠다는 엄포를 놨다.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워 대대적인 보호무역 조치를 도입했던 1기 행정부 때보다 한층 높아진 수위다.
이 경우 우리 수출에도 충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4월 보고서에서 “미국이 한국에도 보편적 관세 10%를 부과하면 한국의 대미 수출액은 약 152억 달러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교역 상대국의 맞대응과 이에 따른 중간재 수출 타격 등 간접 효과까지 따지면 피해는 더 커질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올해 상반기 287억 달러(약 40조 원)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우리나라의 대미 무역흑자를 ‘약탈’로 인식, 통상 압박의 빌미로 삼을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개정을 압박하고, 인공지능(AI) 반도체, 전기차·배터리 업종까지 정조준할 것이란 시나리오도 제기된다.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보편 관세 공약은 가스, 식료품, 의류 등 모든 품목의 비용을 상승시켜 가계 생활비 지출을 늘릴 것”이라고 꼬집었다. 다만 그 역시 강력한 보호무역주의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 대한 관세·비관세 장벽을 높여 반도체 등 첨단산업 기술 접근을 제한하고, 동맹국과 함께 미국 내 산업과 공급망 육성에 집중하는 식이다. 미국 내 반도체와 전기차, 친환경 에너지 관련 투자에 보조금을 주는 반도체지원법(칩스법)과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바이든 행정부의 핵심 정책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트럼프 대통령은 폐기 내지 대대적 축소를 시사했다. 동맹국에 제시한 인센티브마저 거둬들이겠다는 뜻이다.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입장이 가장 극명하게 맞서는 분야는 ‘세금’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3월 공개한 2025 회계연도 연방정부 예산안에서 ‘부자 증세’를 공식화했다. 법인세 최고 구간을 21%에서 28%로 인상하고, 자산 1억 달러 이상 초고소득층에 25% 최저세율을 부과하는 내용이다. 해리스 부통령의 과거 주장은 더 강경하다. 2019년 경선 당시 그는 교사 급여 인상 재원 3,000억 달러를 부유층 재산세를 높여 마련하겠다고 공약했고, 법인세를 35%까지 올리자고 주장했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감세를 재선 캠페인 전면에 내걸었다. 세금을 줄이면 기업 투자와 가계 소비 여력이 늘어난다는 논리다. 재임 기간인 2017년 시행해 일몰을 앞둔 ‘감세 및 일자리 법(TCJA·일명 트럼프 감세법)을 영구적으로 유지, 법인세와 개인소득세 감면을 유지하겠다고 공언했다. 법인세 최고 세율을 15%까지 낮추고 싶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공화당 대선후보 수락 연설에선 “근로자에 대한 대규모 감세”를 2기 경제정책의 핵심으로 꼽으면서 식당·호텔 등에서 지급하는 팁에 대한 세금도 면제하겠다고 밝혔다.
시장이 가장 걱정하는 건 트럼프 행정부 정책으로 물가가 다시 오르는 ‘트럼플레이션(트럼프+인플레이션)’이다. 관세가 높아지면 미국이 수입하는 물건에 소비자들이 더 높은 가격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반(反)이민 정책 역시 저임금 노동력 공급을 줄여 인건비와 물가를 밀어 올릴 수 있다. 트럼플레이션이 현실화할 경우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는 지연될 수밖에 없고, 한국은행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불확실성도 덩달아 커지게 된다.
감세정책 역시 금리 상방 요인이 될 수 있다. 이미 미국 재정적자가 역대 최고 수준인 상황에서 세수마저 줄면 공약 이행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국채 발행을 늘릴 가능성이 크다. 이는 미 국채 가격을 떨어뜨리고 금리는 상승시킨다. 문제는 국내 대출금리 산정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 금리가 미 국채금리와 연동해 움직인다는 데 있다. 트럼프 행정부 정책이 국내 소비자 대출 이자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환율 변동성도 커질 수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재선 땐 고관세와 고금리 장기화 영향으로 시장에서 달러화가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게 월가의 중론이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강달러는 미국 수출에 매우 불리하다”며 달러에 인위적 하방 압력을 가하겠다는 의지를 공공연히 드러냈다. 이를 위해 금리 인하를 압박하는 등 연준 독립성을 흔들고, 관세 위협을 협상 카드 삼아 한국과 일본, 중국 등에 자국 통화 절상을 압박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대선 결과에 관계없이 보호무역주의 강화가 예상되는 만큼 우리 정부도 대비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해리스 행정부가 트럼프 2기 행정부보다 불확실성이 덜하다는 점에서 우리 정부에 유리할 수 있지만, 누가 당선되든 미국은 보호무역을 강화할 것”이라며 “무역수지 악화를 막기 위해 정치·외교적으로 우리 입장을 적극 알리는 것은 물론, 더 근본적으로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미·중 이외 수출선을 다변화하고,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석유 생산을 늘린다는 입장이라 에너지 가격 안정으로 주력 산업 생산원가를 낮출 수 있다는 점은 우리 기업에 플러스(+) 요인”이라면서도 “전반적으로는 대미 수출에 타격이 우려된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정부나 기업 차원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움직이는 싱크탱크와 연계성을 강화하는 노력이 필요하고, FTA 재협상 등 각종 시나리오별로 꼼꼼하게 대비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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