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 '성조기 소각' 시위에 "반유대주의 자리 없다"… 트럼프 공격 선제 차단

친팔 시위대, 네타냐후 연설 항의로 성조기 소각
"친하마스 수사는 혐오스러운 일… 용납 안돼"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24일 인디애나주 인디애나폴리스에서 열린 흑인 여성 공동체 제타 파이 베타 주최 행사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인디애나폴리스=AP 뉴시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미국 의회 연설에 항의하는 친팔레스타인 시위대가 성조기 소각 시위를 벌인 데 대해 강도높게 비판하면서 "반유대주의는 있을 자리가 없다"고 강조했다. 유력한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로 떠오른 만큼, 반유대주의 문제에 거리를 둬 경쟁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공격 빌미를 내주지 않으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미 CBS 방송 등에 따르면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성명에서 "성조기를 불태운 것을 규탄한다"면서 "성조기는 국가로서 미국의 가장 높은 이상을 상징하며 미국의 약속을 표상한다. 결코 그런 식으로 모독돼선 안된다"고 밝혔다.

해리스 부통령은 "평화적으로 시위할 권리는 지지한다"면서도 "분명하게 말하지만 반유대주의, 증오, 모든 종류의 폭력은 미국에 있을 자리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어제 비애국적인 시위대의 비열한 행동과 위험하고 증오로 가득 찬 수사를 목격했다"며 "이스라엘을 전멸시키고 유대인을 죽이겠다고 맹세한 하마스와 연계되는 모든 개인을 규탄한다"고 말했다. "친하마스 낙서나 수사는 혐오스러운 일이며 미국에서 이런 일은 용납돼선 안된다"고도 강조했다.

전날 친팔레스타인 시위대는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의회 연설에 항의해 시위를 벌이는 과정에서 워싱턴 유니온역 앞에 게양된 대형 성조기를 내려 불태운 바 있다. 일부 시위대는 성조기가 걸려 있던 자리에 팔레스타인기를 대신 걸기도 했다.

그러자 공화당은 이를 즉각 비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수치스러운 광경"이라고 밝혔다. 일부 공화당 하원의원들은 전날 밤 유니온 역을 찾아 성조기를 다시 거는 게양식을 개최하기도 했다. 이처럼 공화당 측이 성조기 소각 문제를 반유대주의와 연결시켜 정치 공세를 벌일 조짐을 보이자, 해리스 부통령 역시 과격한 친팔레스타인 시위를 발빠르게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공화당원이나 보수파였다면 그들은 당장 구속돼 징역 10∼20년에 처할 것"이라며 "이 부패한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그들에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위용성 기자 up@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