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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새벽부터 이어진 '환불런'… 수백 명 위메프 본사 몰려가

입력
2024.07.25 16:03
수정
2024.07.25 16:44

위메프 본사 인파 몰려 혼잡, 진입 통제
새벽 환불 소식에 휴가 등 급히 달려와
지방 거주자들 "우린 어떡해?" '발동동'

이커머스(전자상거래) 플랫폼 큐텐 그룹의 계열사 위메프와 티몬의 판매대금 정산 지연 사태가 발생한 가운데 25일 서울 강남구 위메프 본사가 상품 환불을 요청하는 고객들로 붐비고 있다. 박시몬 기자

이커머스(전자상거래) 플랫폼 큐텐 그룹의 계열사 위메프와 티몬의 판매대금 정산 지연 사태가 발생한 가운데 25일 서울 강남구 위메프 본사가 상품 환불을 요청하는 고객들로 붐비고 있다. 박시몬 기자


"오늘 내가 돈 다 받고 돌아간다!"

25일 오후 1시 서울 강남구 삼성동 위메프 본사 앞. 낮 최고기온이 34도를 오르내리는 데다 습도까지 높은 날씨에 수백 명의 사람들로 50m 넘는 긴 줄이 만들어졌다. 티몬·위메프 정산 지연 사태가 터진 뒤 환불을 받으려는 소비자들이었다. 이날 새벽 위메프 본사를 찾은 소비자들이 날밤을 꼴딱 지새운 끝에 환불을 받아갔다는 소식이 퍼지며 한달음에 달려온 사람도 많았다. 급히 반차를 냈다는 직장인 윤태준(37)씨는 "부모님 환갑을 맞아 가족여행을 가려고 했는데 돈 300만 원이 그냥 날아가게 생겼다"며 "직접 오지 않으면 환불받기 어려울 것 같아 만사 제쳐두고 달려왔다"고 토로했다. 이 모습은 '돌려막기'로 상품권 사업을 하다 대규모 '환불 대란'이 발생했던 2021년 '머지포인트' 사태를 떠올리게 했다. 실제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머지포인트 사태 때도 직접 찾아온 사람 위주로 환불이 이뤄졌다", "밤을 새우더라도 환불을 받아가겠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위메프 본사 300명 넘게 모여

환불을 받으려는 피해자들을 향해 위메프 관계자가 환불 순서 번호를 외치고 있다. 박시몬 기자

환불을 받으려는 피해자들을 향해 위메프 관계자가 환불 순서 번호를 외치고 있다. 박시몬 기자

이날 오후 3시쯤 위메프 본사 1층 내부는 300명 넘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처음엔 도착하자마자 임시 서류에 결제자명과 예약번호, 계좌번호 등을 적고 대기하다 직원이 20~30명씩 호명하면 맞은편 사무실로 이동해 관련 상담이 진행됐다. 그러나 대기예정 시간에 대한 안내가 따로 없고, 서류에 접수시간도 기입하지 않으면서 "언제까지 기다리라는 거냐", "순번대로 진행은 되는 거냐"는 원성이 빗발쳤다. 직원들은 환불을 신청할 수 있는 QR코드를 안내하고, 안전사고를 우려해 출입을 통제하기도 했다.

환불을 받은 사람들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집으로 발걸음을 돌렸고 대기자들은 부러운 표정으로 지켜봤다. 곧 태어날 아이와 여행을 가려고 위메프에서 상품을 구매했다는 김모(28)씨는 "걱정이 태산이었는데 일단 돈을 받았으니 다행"이라고 안도했다. 오전 6시부터 기다려 11시가 넘어 환불을 받은 최정식(67)씨 역시 "3대가 함께 모처럼 떠나는 여행에 차질이 생겼지만 환불이라도 받아 그나마 다행"이라고 털어놨다.

경기 포천시에서 왔다는 김모(40)씨는 3년 전 머지포인트 사태 때도 피해를 봤다고 한다. 그는 "그때랑 상황이 비슷하길래 바로 서울로 왔다"며 "5년 넘게 위메프를 이용했는데 이런 일은 상상도 못 했다"고 한숨을 쉬었다. 수도권 거주민은 사정이 그나마 낫다. 지방에 사는 이들은 멀리서 발만 동동 굴렀다. 피해자 450여 명이 모인 오픈 채팅방에선 '도착하면 늦을 것 같다', '지방인들은 어쩌라는거냐', '본사 근황 좀 공유 부탁한다'는 글이 끊이지 않고 올라왔다.

뿔난 피해자들 "소비자 보호 대책 필요"

환불 요청자들의 이름과 예약번호, 계좌번호 등이 적힌 종이를 들고 있는 위메프 관계자의 모습. 박시몬 기자

환불 요청자들의 이름과 예약번호, 계좌번호 등이 적힌 종이를 들고 있는 위메프 관계자의 모습. 박시몬 기자

답답한 심정에 위메프 본사를 찾은 티몬 피해자들도 보였다. 티몬은 강남구 신사동 본사 건물울 폐쇄한 상태다. 티몬에서 350만 원 상당의 여행 상품을 구매했다는 임모(30)씨는 "내일이 출국이었는데 속상해 죽겠다"면서 "회사가 파산한다는 소리만 흘러나오니까 미쳐버리기 일보직전"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양 사 피해자들 간 실랑이도 벌어졌다. 한 티몬 피해자가 직원에게 "왜 위메프만 먼저 해주냐"고 소리치자 옆에 있던 위메프 피해자가 "우리 다 똑같은 피해자"라고 맞받아쳐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피해자들은 한목소리로 이 지경까지 몰고 온 사측과 제대로 관리감독을 하지 않은 정부에 원망을 쏟아냈다. 이모(47)씨는 "무서워서 온라인에서 쇼핑할 엄두가 안 난다"며 "물건 하나를 사는 데 이커머스 업체의 재무제표까지 확인해야 하는 것이냐"고 꼬집었다. 이어 "머지 사태를 겪고도 비슷한 일이 또 일어났다. 정말 법적으로 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는 조치가 취해져야 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피해 구제와 더불어 전자상거래상 판매자와 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 구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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