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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쓰나미 덮친 용산 전자상가… "영업정보 샐까 봐 피해 호소도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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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서울 용산구의 한 상가 복도 양쪽에 컴퓨터 본체와 부품을 담은 상자가 가득 쌓여 있었다. 대부분 티몬이나 위메프 등 전자상거래(이커머스)를 통해 팔리는 상품들이다. 이곳에서 7년째 컴퓨터 판매점을 운영하고 있는 황모씨는 "코로나19를 거치며 방문객이 급격히 줄어 지금 용산에서 장사하는 컴퓨터 업체들은 백이면 백 이커머스로 제품을 판다"고 말했다.
티몬·위메프 정산 지연 사태로 수많은 중소 판매자(셀러)들이 줄도산 위험에 처한 가운데 가전제품이나 컴퓨터 등을 파는 용산 상가 셀러들의 자금난이 특히 심할 거란 우려가 나온다. 다른 제품에 비해 단가가 비싸 피해금도 많을 수밖에 없어서다. 위메프와 티몬이 최근 고가 전자제품을 저렴하게 파는 행사를 집중적으로 열어 피해를 더 키웠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약 10명의 직원들을 두고 있는 A사의 경우 이달 중순까지만 해도 티몬 할인 행사에 참여해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제품을 1,000개 이상 팔았다. 그러나 며칠 전부터 판매대금이 정산되지 않아 급히 영업을 중단했다. A사가 티몬에 받아야 할 6, 7월 판매대금만 약 6억 원에 달한다. 이 회사 임원 김모씨는 "이런 사태가 벌어질 줄은 꿈에도 모르고 월요일까지 상품을 배송했다"면서 "지금은 고객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주문 취소를 부탁하고 있다"고 울상을 지었다.
A사와 같은 셀러들은 주로 선정산대출을 이용했기 때문에 사태가 장기화하면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다. 선정산대출은 이커머스 플랫폼이 판매자에게 정산해 줘야 하는 대금을 은행이 미리 대출해 주고, 정산일에 은행이 해당 플랫폼으로부터 대신 상환받는 대출 상품이다. 하지만 은행들은 현재 선정산대출 취급을 잠정 중단한 상황이다. 김씨는 "은행은 어떻게든 빌려준 돈을 받으려고 할 텐데 당장 몇 억을 갚으라고 하면 답이 없다"면서 "이 일대 중소 업체들은 티몬과 함께 망할 위기에 처했다"고 한탄했다.
이처럼 암담한 상황에서 상인들은 적극적으로 피해를 호소하지도 못한 채 쉬쉬하고 있다. 수백 개 업체가 빽빽하게 들어서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고 있어 피해 상황이 알려지는 건 '영업 정보' 누출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황씨는 "다른 기업과 계약을 맺고 컴퓨터 부품 등을 공급하면서 이커머스로 직접 판매하기도 하는 이른바 '총판급' 업체들은 이번 일로 타격이 엄청나다"면서도 "소식이 알려지면 거래가 다 끊길 텐데 어떻게 입을 열겠냐"고 분위기를 전했다. 상인회 관계자는 "정확히 말해줄 수는 없으나 피해 상황은 알려진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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