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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스, 48시간 만에 '대체 불가능' 대선 후보 급부상한 3가지 방법은?

입력
2024.07.25 18:28
수정
2024.07.25 18:36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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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후보 선출 당내 분란 잠재운 발 빠른 전략
② '흑인 진보 여성' 정체성으로 선명한 행보
③ 우스꽝스러운 이미지에서 '밈통령' 부상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24일 인디애나주 인디애나폴리스에서 열린 '제타 파이 베타' 행사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인디애나폴리스=AFP 연합뉴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24일 인디애나주 인디애나폴리스에서 열린 '제타 파이 베타' 행사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인디애나폴리스=AFP 연합뉴스

48시간. 현직 대통령 대선 후보 사퇴라는 초유의 상황에서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압도적인' 민주당 대선주자로 안착하는 데 걸린 시간이다.

21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 발표 후 민주당은 일사불란하게 '해리스 지지'로 대오를 재정비했다. 당내 영향력이 큰 거물들은 '통합'을 주문했고, 해리스 부통령이 내세운 선명한 구호에 지지자들은 결집하기 시작했다. "완벽한 48시간", "잘 조율된 연쇄 반응 같았다"는 게 24일 미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한 미국 정계의 평가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존재감이 미미하다는 평을 듣던 해리스 부통령은 어떻게 이렇게 빠르게 대선주자로 자리매김했을까.

① 물밑 작전으로 민주당 접수

NYT에 따르면 해리스 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 발표 직후 당내 영향력 있는 거물에게 전화를 걸어 지지를 요청하기 시작했다. 10시간 동안의 통화만 100건에 달했다. 통화 목록은 전직 민주당 대통령은 물론이고 의회 지도부, 주지사 등 잠재적 경쟁자와 당 고위 인사를 총망라했다. 새로운 후보 선출 방식을 두고 민주당이 사분오열하던 시점이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부부가 포문을 열었다. 바이든 대통령 사퇴 후 90분 만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에 '해리스 지지'를 표명했다. 해리스 부통령으로부터 전화를 받고 나서다. NYT는 이 지지 선언이 '당 전체에 통합의 때가 왔다'는 신호탄이 됐다고 분석했다.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 배우 조지 클루니도 지지 대열에 가세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생중계 대국민 연설은 '통합'에 쐐기를 박았다. 국민들에게 재선 도전 포기를 설명하기 위해 24일 카메라 앞에 앉은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의 결정이 '젊은 정치인에게 리더십을 넘기고, 국민을 통합하기 위한 것'임을 강조했다. 또 해리스를 "힘 있고 터프하며 유능하다"고 치켜세웠다.

② 선명한 메시지로 유권자 접수

24일 미국 인디애나주 인디애나폴리스에서 열린 흑인 여대생 클럽 '제타 파이 베타' 행사에서 흑인 여학생들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연설을 경청하고 있다. 인디애나폴리스=AFP 연합뉴스

24일 미국 인디애나주 인디애나폴리스에서 열린 흑인 여대생 클럽 '제타 파이 베타' 행사에서 흑인 여학생들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연설을 경청하고 있다. 인디애나폴리스=AFP 연합뉴스

미국에서 가장 진보세가 강한 '캘리포니아주(州) 출신'에다 흑인 여성이라는 해리스 부통령의 정체성은 그 자체로 강력한 메시지를 발신한다. 여기에 선명한 행보로 지지층을 빠르게 결집시켰다는 게 외신들의 평가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인디애나주 인디애나폴리스에서 흑인 여대생 클럽인 '제타 파이 베타' 행사에 참석해 다시 한번 여성의 임신중지(낙태)권을 옹호했다. 흑인 여성은 민주당의 핵심 지지층임은 물론이고, 임신중지권을 보장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이 폐지됨으로써 합법적이고 저렴한 임신중지에 접근하지 못해 가장 피해를 입는 집단이다.

'집 나간 집토끼'를 다시 불러들이기 위한 중동 정책 변화도 감지된다. 상원의장이기도 한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미국 의회에서 열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상·하원 합동연설에 이례적으로 불참했다. 전쟁에 반대하는 민주당 지지자들은 바이든 대통령의 친(親)이스라엘 정책에 반대해 이탈 조짐을 보였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해리스는) 젊고 진보적인 마이너리티 유권자의 지지를 더욱 확고히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③ Z세대 밈으로 온라인 접수

틱톡에서 유행 중인 해리스 부통령의 밈. 틱톡 캡처

틱톡에서 유행 중인 해리스 부통령의 밈. 틱톡 캡처


그간 미국 정치에서 SNS를 장악한 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었다. 재임 중에는 쉴 새 없이 트위터를 발신했고, 2021년 대선 불복 의사당 폭동으로 트위터에서 퇴출된 뒤에는 자신이 설립한 트루스소셜에서 선동을 이어갔다. '고령' 바이든 대통령은 주로 넘어지는 장면이 조롱용 '밈(meme·맥락 없이 유행하는 온라인 콘텐츠)'으로 공유됐을 뿐 딱히 온라인에서 존재감을 나타내진 못했다.

그런데 해리스 부통령이 민주당 후보로 확실시되자 과거 그를 조롱하기 위해 사용됐던 밈들이 호감과 지지의 의미로 바뀌어 온라인 공간에서 재유행하기 시작했다. '코코넛 나무' 밈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연설 도중 해리스 부통령은 "요즘 애들은 방금 코코넛 나무에서 떨어진 것 같다"고 말하며 호탕하게 웃었는데, 당시 뜬금없고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희화화하는 데 사용됐다. 하지만 지금 Z세대(1990년대 중후반∼2000년대 초반 출생)는 '코코넛'과 '야자수' 이모티콘으로 해리스에 대한 지지를 표출하고 있다.

틱톡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끄는 영국 가수 찰리XCX가 "해리스는 장난꾸러기"라 언급하자, 캠프는 SNS 계정 이미지를 찰리XCX를 상징하는 라임색으로 발 빠르게 바꿨다. 찰리XCX의 노래 '브랫(BRAT·버릇없는 녀석)'을 배경음악으로 만든 한 틱톡 영상은 조회수 120만 회를 기록 중이다. CNN방송 정치평론가 반 존스는 "해리스는 24시간 만에 '민망함'에서 '쿨함'으로 바뀌었다"며 "한 세대 전체가 (해리스의) 모든 콘텐츠를 가져와 틱톡 비디오로 재탄생시켰다"고 분석했다.

이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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