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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엿 먹어라"로 끝났나 했던 트럼프·네타냐후, 4년 만에 만난다

입력
2024.07.2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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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트럼프 리조트서 회동
"네타냐후 요청으로 성사"
과거 트럼프 "배신감" 토로
"중동 평화" 선거 활용할 듯

도널드 트럼프(왼쪽) 당시 미국 대통령이 2019년 3월 워싱턴 백악관에서 골란고원에 대한 이스라엘의 주권을 인정하는 포고문에 서명한 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바라보며 웃고 있다. 워싱턴=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왼쪽) 당시 미국 대통령이 2019년 3월 워싱턴 백악관에서 골란고원에 대한 이스라엘의 주권을 인정하는 포고문에 서명한 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바라보며 웃고 있다. 워싱턴=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하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만난다. 한때 중동정책과 관련해 '찰떡 공조'를 자랑했지만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으로 사이가 틀어진 이후 첫 만남이다. 국제사회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스트롱맨'들은 대선 정국과 전쟁 국면에서 이뤄지게 된 이번 만남을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네타냐후 제안에 성사된 회동

트럼프 전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오는 26일 플로리다주(州) 팜비치에 있는 자신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비비(네타냐후 총리의 별명) 네타냐후를 맞이하길 고대한다"며 회동 계획을 밝혔다. 그는 "나의 첫 임기 동안 우리는 지역(중동) 평화와 안정을 확보했고, 역사적인 아브라함협정(2020년 9월 당시 트럼프 대통령 주재로 이스라엘이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등과 맺은 국교 정상화 협정)에 서명했다"며 "우리는 다시 그렇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두 사람이 마지막으로 만난 건 당시 아브라함협정 서명 때였다.

네타냐후 총리는 24일 미 상·하원 합동 연설에 이어 25일 바이든 대통령,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도 차례로 회담을 갖는다. 하지만 국제사회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만남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가자 전쟁 접근 방식 등을 두고 바이든 대통령과 갈등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네타냐후 총리가 일찌감치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을 밀고 있다는 분석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날 미 워싱턴포스트는 이스라엘 전문가를 인용해 "네타냐후 총리는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소통을 재개하려고 노력해 왔다"며 "지난 수개월 동안 미국의 전례 없는 군사·외교적 지원에도 불구하고 바이든을 폄하해 온 네타냐후 총리는 트럼프의 재선을 바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분석에 힘을 보탰다. 이번 회동도 네타냐후 총리 측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먼저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미국 의회 연설을 하루 앞둔 23일 친팔레스타인 시위대가 워싱턴 캐논 연방하원 빌딩에 집결하자 경찰이 이들을 감시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미국 의회 연설을 하루 앞둔 23일 친팔레스타인 시위대가 워싱턴 캐논 연방하원 빌딩에 집결하자 경찰이 이들을 감시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친이' 트럼프, 대선 패배 후 돌변

네타냐후 총리 입장에선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과거 재임 시절 이스라엘의 국제사회 '대변인' 노릇을 했다는 비판을 받을 정도로 친(親)이스라엘 입장을 보였다. 그는 예루살렘에 대한 이스라엘의 일방적 관할권을 인정하지 않던 국제사회의 반대를 무릅쓰고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고 미국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옮겼다. 또 이스라엘과 원수지간인 이란과의 핵 합의를 일방적으로 탈퇴했다. 네타냐후 총리 입장에선 든든한 후원자나 다름없는 역할을 해준 사람이 트럼프 전 대통령이다.

하지만 2020년 11월 미 대선은 모든 걸 바꿔놨다.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패배를 인정하지 않은 상황에서 네타냐후 총리가 자신과 '40년 지기' 바이든 당선자에게 축하 메시지를 전한 게 '화근'이 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듬해 4월 한 인터뷰에서 이를 언급하며 "엿이나 먹어라(F**k him)"라는 비속어로 네타냐후를 맹비난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 네타냐후와의 만남을 자신이 중동 평화에 기여할 적임자임을 강조할 기회로 엿보는 분위기다. 그는 이날 팔레스타인자치정부(PA)의 마흐무드 압바스 수반이 유세장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 이튿날인 지난 14일 암살 시도를 우려하는 내용으로 자신에게 보낸 서한을 공개하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네타냐후와의 만남을 기대하며 중동의 평화를 더 고대한다"고 전했다.

조아름 기자
손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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