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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전공의 지도 거부" 의료공백 와중에도 '그들만의 리그' 고집하는 교수들

입력
2024.07.22 19:2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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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하반기 전공의 추가모집 시작됐지만
연세대 "학풍 공유하는 제자·동료 아니다"
고려대 "전공의 돌아올 자리 지켜낼 것"

22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 2024년 신입 전공의 모집 홍보물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22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 2024년 신입 전공의 모집 홍보물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의대 증원에 반발해 수련병원을 이탈했다가 끝내 사직한 전공의들의 공백을 채우려 하반기 추가모집이 22일 시작됐지만, 대형 병원을 중심으로 교수들이 새로 들어오는 전공의는 제자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반발하며 진통을 예고하고 있다. 상황이 변하면 기존 전공의 제자들이 돌아올 자리를 보전해두려는 의도로 풀이되지만, 학연이나 근무연을 같이 하지 않는 전공의를 배척하면서 지나친 엘리트주의, 순혈주의를 드러내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무엇보다 가뜩이나 적은 것으로 예상되는 전공의 추가모집 지원자가 교수들의 '지도 거부' 방침에 더욱 줄어들면서 의료공백이 고착화할 거란 우려가 나온다.

주요 의대 교수들은 이날도 잇따라 하반기 수련 모집에 지원한 전공의들을 가르치치 않겠다고 선언했다. 연세대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성명을 내고 "새로 지원한 전공의들은 학풍을 함께할 제자와 동료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성균관대 의대 교수 비대위도 입장문을 통해 "하반기 전공의 모집 신청에 진료과 교수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반발했다. 앞서 가톨릭대 의대 영상의학교실 교수들은 지난 20일 "후반기 입사하는 전공의에 대해 지도 전문의를 맡지 않고 교육과 지도를 거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모두 빅5 병원(5대 상급종합병원)을 수련병원으로 둔 의대다. 고려대의료원 교수 비대위도 이날 같은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교수들은 전공의 추가모집 보이콧 이유로 '사직한 기존 전공의들의 복귀'를 내세웠다. 연세대 비대위는 "추가모집 정원은 우리 세브란스 전공의를 위한 자리"라며 "자리를 비워두고 그들이 당당하고 안전하게 돌아올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려대 비대위는 "전공의들이 돌아올 자리를 지켜낼 것이고 이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서울대병원은 추가모집 신청 단계에서부터 사직 전공의 인원의 25%가량만 신청해 사직자 자리를 비워두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의료계 안팎에서는 이들 '명문 의대' 교수들의 엘리트주의, 순혈주의가 도가 지나치다고 지적했다. 자교 출신 전공의를 우대하는 관습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이다. 전공의 이탈에 이어 교수 집단 휴진으로 환자들이 큰 불편을 겪는 상황에서 교수들이 수련을 재개하려는 전공의들에게 '텃새'를 부리는 건 의사 직업윤리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빅5 병원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전공의 추가모집의 권역 제한을 풀면서 지방 전공의들이 수도권 주요 병원에 지원할 수 있게 됐지만, 소위 '낮은 대학' 출신의 전공의를 가르치는 건 이곳 교수들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연세대 비대위는 입장문에서 "우리 전공의 자리를 세브란스와 전혀 상관없는 이들로 채용하게 된다면, 그것은 정부가 (전공의가 아닌) 병원 근로자를 고용한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교수들이 채용 과정에서 지원자의 적격성 등을 문제 삼아 탈락시키는 방식으로 추가모집을 보이콧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런 상황이 만연할 경우 하반기 전공의 모집인원은 당초 수련병원들이 정부에 모집하겠다고 신청한 인원을 한참 밑돌 가능성도 있다.

보건복지부 산하 수련환경평가위원회는 이날 각 수련병원에 하반기 전공의 추가모집 인원으로 총 7,645명을 배정했다. 레지던트 5,120명(1년 차 1,446명, 상급연차 3,674명)과 인턴 2,525명이다. 앞서 110개 병원이 신청한 7,707명(레지던트 5,150명, 인턴 2,557명)보다는 다소 적다.

분위기가 이렇다 보니 전공의 추가모집을 통해 하반기 수련이 시작되는 9월부터 의료공백을 어느 정도 메우겠다는 정부 구상은 통하지 않을 거란 비관론이 벌써부터 제기된다. 서울 시내 수련병원 관계자는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 지원할 경우 '꼬리표'가 붙지 않겠느냐"며 "과연 지원자가 있을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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