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바이든 사퇴에 더 캄캄해진 '두 개의 전쟁'… 안도·불안 뒤섞인 유럽

입력
2024.07.23 07:00
수정
2024.07.23 13:44
5면
구독

[바이든 후보 전격 사퇴]
대선 후보로 권력 이양... 불확실성↑
'우크라 지원' '중동 관리' 어려워질 수도
유럽 "바이든 결단" 찬사... 내심 '복잡'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3일 미국 델라웨어주 러호버스비치에서 대국민 연설을 마친 뒤 퇴장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11월 미국 대선 민주당 후보직에서 사퇴한다고 21일 밝혔다. 러호버스비치=AF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3일 미국 델라웨어주 러호버스비치에서 대국민 연설을 마친 뒤 퇴장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11월 미국 대선 민주당 후보직에서 사퇴한다고 21일 밝혔다. 러호버스비치=AF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올해 11월 열리는 대선의 민주당 후보직을 사퇴하면서 '두 개의 전쟁' 전망은 더 어두워졌다. 미국의 권력이 차기 대통령 후보 중심으로 짜인다는 것은 당분간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외교·안보 정책상 불확실성이 커진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로서는 미국의 강력한 지원을 기대하기 어려워졌고, 가자지구에서 무리하게 전쟁을 이어가는 이스라엘을 견제할 리더십도 사라지게 됐다.

유럽 등 미국 우방국의 지도자들은 불안과 안도가 뒤섞인 표정을 짓고 있다. '고령 리스크'에 휩싸인 바이든 대통령이 물러나면서 서방의 단합을 중시하는 민주당이 판세를 흔들 전기를 마련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민주당 후보 교체가 곧 승리를 담보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가운데)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1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해 조 바이든(맨 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있는 쪽을 바라보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가운데)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1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해 조 바이든(맨 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있는 쪽을 바라보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차기 권력 줄타기+지원 동력 유지... 우크라 '과제'

바이든 대통령은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흔들림 없이 우크라이나를 군사적·경제적으로 지원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통한 서방의 지원이 일관되게 이어지도록 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차기 권력을 포기한다는 것은 우크라이나의 강력한 지원군이 사라진다는 뜻이다. 이에 우크라이나로서는 '우크라이나 지원 반대파'인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에 대비해 '줄타기'를 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게다가 '권력 공백기'에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 흐름이 꺾이지 않도록 관리까지 해야 하는 이중 과제를 떠안게 됐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 사퇴 이후 낸 성명에도 복잡한 심경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자유를 위한 투쟁을 지속적으로 지원해 줘 감사하다"면서도 "미국의 지속적이고 강력한 리더십이 사악함(러시아)의 승리를 막아내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지켜보자"며 말을 아꼈다.

베냐민 네타냐후(왼쪽) 이스라엘 총리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서로를 안으며 인사하고 있다. 텔아비브=로이터 연합뉴스

베냐민 네타냐후(왼쪽) 이스라엘 총리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서로를 안으며 인사하고 있다. 텔아비브=로이터 연합뉴스


'마이웨이' 네타냐후... 바이든 '관리' 가능할까

가자지구에서 무리한 전쟁을 이어가고 있는 이스라엘을 견제하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휴전하고, 인질 협상에 진지하게 임하라'는 바이든 대통령의 압박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잘 통하지 않던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힘마저 빠진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을 방문 중인 네타냐후 총리가 23일 갖는 바이든 대통령과의 회담이 향후 이스라엘 태도를 가늠할 자리가 될 전망이다.

리더십이 부재한 상황에서 격화하는 중동 정세를 어떻게 관리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친(親)이란 세력인 예멘의 후티 반군과 이스라엘이 본토 공격을 나란히 주고받은 가운데 후티는 "이스라엘에 대한 대규모 보복 공격이 불가피하다"(야히아 사리 대변인)며 으름장을 놓은 상태다.

유럽 "미국민에 최선의 결정" 말했지만... '복잡'

유럽 정상들은 바이든 대통령의 노고에 감사하며 용단에 박수를 보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그는 지금까지 그랬듯 미국에 최선의 이익이라고 믿는 결정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고,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덕분에 미국과 유럽은 가까운 협력 관계를 유지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동맹국에도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는 트럼프 전 대통령 재집권 우려는 걷히지 않았다. 범유럽 싱크탱크인 유럽외교관계위원회의 연구 책임자인 제러미 샤피로는 "유럽은 바이든 사퇴에 상당한 안도감을 느끼면서도 상당히 불안해하고 있다"고 AP통신에 말했다.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

관련 이슈태그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