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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장 거취 표명' 대신 '감찰부 조사'... 검찰 수뇌부 갈등 불씨 여전

입력
2024.07.22 18:10
수정
2024.07.22 20:53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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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여사 출장조사 후폭풍]
이창수 지검장, 총장 대면보고서 사과
검찰총장, 감찰부에 "진상 파악" 지시
'감찰 전 단계'지만 실제 감찰 가능성

이원석 검찰총장이 22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민생침해범죄 대응 강화방안 모색을 위한 세미나를 마친 후 승강기를 통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이원석 검찰총장이 22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민생침해범죄 대응 강화방안 모색을 위한 세미나를 마친 후 승강기를 통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서울중앙지검이 검찰총장에게 알리지도 않고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를 '출장 조사'한 것에 대해, 이원석 검찰총장이 감찰 기구를 통한 진상 파악을 지시했다. 총장의 거취 표명(사의)이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감찰까지 거론되던 것과 비교하면, 검찰 수뇌부 갈등이 최악으로 치닫는 상황은 일단 피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검찰청 감찰부의 조사 결과에 따라 본격 감찰로 전환하거나 징계로 이어질 가능성은 열려 있어,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살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2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 총장은 이날 오전 10시 30분 이 지검장을 불러 김 여사를 조사한 경위를 보고받았다. 대면 보고는 약 한 시간 동안 상세하게 이어졌다고 한다. 이 총장은 ①총장 보고 없이 ②제3의 장소에서 ③비공개 조사한 것을 두고 이 지검장을 질책했다고 한다. 김 여사에 대한 '특혜 없는 수사'를 안팎으로 강조해 왔는데, 이런 원칙과 지시를 이 지검장이 어겼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지검장은 "죄송하다"며 거듭 사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면 보고 이후 이 총장은 대검 감찰부에 "총장 보고 없이 김 여사를 조사한 경위에 대해 진상을 파악하라"고 지시했다. '진상 조사'는 감찰에 비해선 한 단계 낮은 수준의 조사다. 징계를 염두에 두고 진행되는 감찰과 달리 사실관계 파악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김 여사 측과 소환일정을 조율한 과정 등에 대해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한 뒤, 상응하는 '조치' 여부를 판단하려는 것으로 읽힌다.

검찰총장이 '감찰'이 아닌 '진상 파악'을 택하며, 일단 사태가 파국으로 가는 상황은 피했다. 이 총장 입장에선 검찰 내부 갈등이 폭발하거나 김 여사 사건의 수사에 지장이 생기는 것을 막으려 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검찰 조직 수장인 총장과 최대 검찰청을 이끄는 서울중앙지검장 간 갈등이 봉합된 것은 아니라는 평가가 많다. 언제든 감찰로 전환될 수 있어, 갈등은 언제든 다시 불거질 수 있다. 감찰부서 경험이 있는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실무에 있어서 감찰과 진상조사는 감찰사건번호가 붙느냐 정도의 차이"라며 "김 여사 조사 방식에 대해 총장과 지검장이 이미 논의했던 게 맞다면, 총장 결단에 따라 충분히 문제 삼을 수 있는 사안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및 명품가방 수수 의혹과 관련해 20일 서울 종로구 소재 보안청사에서 김 여사를 대면조사했다. 조사는 오후 1시 30분 시작됐으나, 총장이 김 여사 조사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조사가 거의 끝난 밤 11시 20분쯤이었다.

서울중앙지검은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이 배제된 도이치모터스 사건 조사를 진행하면서 생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는 입장이다. 도이치 사건의 경우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2020년 10월 수사지휘권 발동으로 총장의 지휘권이 없어 서울중앙지검 자체 판단으로 조사를 진행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명품가방 수수 사건은 김 여사 측이 조사를 피하는 상황이라, 어쩔 수 없이 도이치 조사를 시작한 다음 명품가방 조사로 옮겨갈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이 총장에게 보고하려 했으나, 보안청사 특성상 수사팀 휴대폰 소지가 제한돼 보고가 늦어졌다는 설명이다.

이날 출근길에서도 이 총장은 "(김 여사 조사와 관련해) 일선 검찰청에서 어떠한 보고도 받지 못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법 앞에 예외도, 특혜도, 성역도 없다 말했는데, 이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며 사과했다.

최동순 기자
정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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