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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올백 논란' 서초동의 시간은 마무리... 이제 여의도의 '특검 논란' 거세질까

입력
2024.09.07 09:0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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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여사 명품백 의혹사건 복기]
①2022년 9월 최재영 목사 선물로 시작
②검찰총장 '신속 수사' 지시 전담팀 구성
③'특혜조사' 의혹 또 다른 논란으로 발전
④이원석, 수심위 회부로 사건 흐름 전환

김건희 여사가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기조연설을 경청하고 있다. 뉴욕=뉴시스

김건희 여사가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기조연설을 경청하고 있다. 뉴욕=뉴시스

헌정 사상 최초의 현직 대통령 배우자 기소로 이어질 수도 있었던 김건희 여사 명품가방 수수 의혹에 대한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 논의가 종료됐다. 검찰 수사팀에 이어 외부 전문가들까지 '김 여사를 기소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면서, 9개월 동안 이어진 명품가방 논란은 조만간 검찰의 불기소 처분으로 마무리될 전망이다. 그러나 '서초동' 차원에서의 법적 처분은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겠지만, '여의도'에선 검찰의 결론을 수용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여전하고 특별검사 수사 필요성 주장이 나오고 있어 논란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도대체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이 어떤 점에서 논란이 됐고 어떠한 갈등이 이어지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사건의 발단부터 수심위 결론에 이르기까지의 주요 사건을 복기해 봤다.

①발단: 2022년 9월 디올백 선물

이 사건은 2022년 9월 13일 재미교포인 최재영 목사가 서울 서초구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을 방문해 김 여사에게 디올(DIOR) 가방을 건네면서 시작됐다. 이날 최 목사가 명품가방을 건네는 장면은 소형 카메라에 고스란히 녹화됐다. 인터넷 매체 서울의소리 측이 촬영을 기획했다.

몰래 촬영된 동영상이 공개된 건 가방 전달 후 14개월이 흐른 지난해 11월 27일이다. 선물 전달 후 1년이 지나자 서울의소리는 최 목사가 촬영한 김 여사 접견 영상을 보도했고, 다음 달 초 윤 대통령과 김 여사를 청탁금지법 위반, 뇌물수수 등 혐의로 고발했다. 보수 성향 시민단체들은 최 목사를 청탁금지법 위반, 주거침입, 위계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고발하면서 맞불을 놓았다. 그러나 논란의 정도에 비해 검찰 수사는 지지부진했고, 결국 정치권에선 특별검사에게 김 여사 사건을 맡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비등했다.

②전개: 이원석 "신속·철저" 지시

이원석 검찰총장이 6일 오전 외부 일정을 마치고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복귀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이원석 검찰총장이 6일 오전 외부 일정을 마치고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복귀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수사에 속도가 붙은 건 4·10 총선 이후다. 임기 종료(9월 15일)를 넉 달여 앞둔 이원석 검찰총장은 5월 3일 송경호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의 주례 보고를 받고 명품가방 수수 의혹 사건 전담수사팀 구성을 지시했다. "증거와 법리에 따라 신속하고 철저하게 수사해 진상을 명확히 규명하라"고도 당부했다. 이에 따라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김승호)는 같은 검찰청 소속 다른 부서 검사 3명을 추가 투입하는 등 수사팀을 보강해 본격 수사에 나섰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이 5월 인사를 단행하면서 새 지휘부로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박승환 1차장검사를 맞이한 수사팀은 박차를 가했다. 이 총장은 김 여사 소환조사 가능성에 대해 "법 앞에 예외도, 특혜도, 성역도 없다"(6월 3일)고 강조해 수사팀에 힘을 실어줬다.

김건희 여사 명품가방 수수 의혹 일지. 그래픽=박구원 기자

김건희 여사 명품가방 수수 의혹 일지. 그래픽=박구원 기자


③절정: 출장조사, 특혜조사 논란

수사팀은 조사 끝에 '직무관련성과 대가성 등에 비춰 범죄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 다만 마지막 관문인 김 여사 조사를 놓고 이 총장과 수사팀은 갈등을 빚었다. 7월 20일 서울중앙지검이 정부 보안청사에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명품가방 수수 의혹 사건에 대해 김 여사를 조사했는데, 이는 이 총장에게 사전에 보고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피의자를 검찰청사에 부르지 않고 검사가 직접 보안청사로 이동해 조사를 했고, 이 과정에서 검사가 휴대폰을 제출하는 일까지 있어 특혜조사 논란이 불거졌다.

특혜 및 성역 없는 수사를 강조해왔던 이 총장은 뒤늦게 조사를 보고받고 대노해 진상 파악을 지시했고, 수사팀 검사가 사의를 표명하는 등 갈등의 골은 깊어졌다. 수사 공정성에 대한 여론의 의심은 더 짙어질 수밖에 없었다.

취임식에 참석한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정다빈 기자

취임식에 참석한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정다빈 기자


④결말?: 수심위의 결론

특혜조사와 봐주기 논란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결국 이 총장은 지난달 23일 "더 이상의 논란이 남지 않도록 매듭짓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수심위에 직권 회부했다. 수심위는 검찰의 공소권 독점과 남용을 견제하기 위해, 수사와 기소 과정을 점검하고 검찰 외부 전문가에게 △수사 계속 △공소 제기 △불기소 처분 여부 등을 심의하도록 하는 제도다.

수심위는 변호사, 교수, 언론인, 종교인 등 각계 외부인사로 구성되는 만큼, 법리뿐 아니라 국민 법감정까지 변수에 두고 사안을 심의한다. 실제 역대 회의를 보면 결과가 공개된 12건 중 8건은 수심위가 수사팀과 다른 의견을 의결했을 정도로, 검찰 수사팀과 다른 방향으로 의견을 낸 경우가 더 많았다. 다만 이번에는 수심위도 검찰 수사팀의 불기소 의견에 수긍했다. 청탁금지법상 '공직자 배우자 처벌 조항'이 없는 상황에서, 기소를 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검찰 측 주장이 받아들여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의 불기소 처분이 나오면 법적 처리는 마무리 되지만, 이 사건이 가지는 정치적 폭발력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분위기다. 금품 제공자인 최 목사나 김 여사 사법처리를 주장해온 야당은 수심위 결론이나 검찰 처분을 수긍하지 않을 게 확실해 보인다.

당장 이날 수심위 논의 결과가 나온 직후 더불어민주당은 "수심위가 뻔한 결정을 내렸으니 답은 특검뿐"이라는 반응을 내놓았다. 가방을 건넨 최 목사는 다양한 혐의로 검찰과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는데, 그가 사법처리될 경우 금품을 받은 사람은 쏙 빠지고 준 사람만 처벌을 받는 모양새가 되어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도 높다.


역대 주요 검찰수사심의위원회 결과. 그래픽=이지원 기자

역대 주요 검찰수사심의위원회 결과. 그래픽=이지원 기자


정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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