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공수처 '해병 카톡방' 개설자 소환… "구명 로비 없었다" 의혹 부인

대통령 경호처 출신 송모씨 출석
'VIP 발언'한 이종호 이어 두 번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현판. 공수처 제공

해병대원 사망 수사외압 의혹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의 진원지였던 단체대화방을 만든 전직 대통령 경호처 직원을 소환 조사한 것이 확인됐다. 그는 공수처에 나와 구명 로비 의혹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 수사4부(부장 이대환)는 22일 경호처에서 일했던 해병대 출신 송모씨를 불러 로비 의혹 등에 대해 조사했다. 송씨는 지난해 5월 3일 해병대 출신 지인들을 불러 '해병대 1사단에서 골프 및 저녁 모임을 갖자'는 취지로 '멋쟁해병'이라는 대화방을 개설했다.

당시 초대된 인물 중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공범인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 현재 수사외압 사건 피해자 박정훈 대령 변호인인 김규현 변호사(공익신고자) 등이 포함됐다. 지난해 7월 채모 상병 사망사건이 일어난 뒤 이 전 대표는 김 변호사와 통화하면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사의 표명 소식을 전한 뒤 "'내가 사표 내지 마라, VIP한테 이야기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가 해당 통화 녹취 등을 알리면서 구명 로비설이 불거졌다.

공개된 녹취를 보면, 이 전 대표는 임 전 사단장의 사의 표명 소식을 송씨로부터 들었다고 말했다. 송씨는 대화방 멤버 중 유일하게 임 전 사단장과 친분이 있고, 임 전 사단장이 연락 사실을 인정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공수처는 로비설의 진위를 따져보기 위해 송씨를 직접 부른 것으로 해석된다.

송씨는 조사 과정에서 '임 전 사단장과 인연이 있고, 채 상병 순직 책임을 사단장까지 묻는 것이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해서, 임 전 사단장을 구명할 능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항간에 떠도는 구명 로비는 생각조차 해 본 적 없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해 8월 2일 임 전 사단장 사의 표명 관련 보도를 본 뒤 위로 차원에서 메시지를 보내고 답장을 받지 못한 것을 제외하면, 사건 당시 임 전 사단장과 통화한 사실도 없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앞서 공수처는 19일 이 전 대표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 전 대표는 자신이 김 변호사와 나눈 대화 녹취와 관련해 "허풍"이라는 입장이다. 공수처 조사에서도 구명 로비 의혹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