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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 멸종의 궤도를 선택한 인류

입력
2024.07.25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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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5 인류의 자발적-비자발적 멸종- 1


기원전 400~300년 로마 시대의 대리석 부조. 인류는 출산을 기피함으로써 자발적 멸종을 선택한 것일지 모른다. Science Museum Group Collection, London

기원전 400~300년 로마 시대의 대리석 부조. 인류는 출산을 기피함으로써 자발적 멸종을 선택한 것일지 모른다. Science Museum Group Collection, London

네안데르탈인의 멸종 원인에 대해서는 여러 가설이 있지만 프랑스 엑상프로방스대 연구진은 2019년 ‘왜’가 아니라 ‘어떻게’, 즉 네안데르탈인이 어떤 양상으로 멸종에 이르렀는지를 인구통계학적 모델링 기법으로 분석해 그 결과를 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에 발표했다. 인구집단의 출산율이 2%씩만 줄어도 1만 년 내에 멸종하고, 유아 생존율이 0.4% 감소해도 마찬가지 파국을 맞게 된다는 거였다. 연구진은 인구가 5,000명 미만이 되면 멸종으로 간주했다.

결혼-임신-출산 기피는,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인류가 직면한 세계적 현상이다. 유엔 경제사회이사회 최근 통계에 따르면 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출산하는 평균 자녀의 수)은 1950년 4.84명에서 2021년 2.23명으로 격감했고 2100년이면 1.59명이 될 전망이다. 인구를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는 데 필요한 출산율, 즉 대체출산율은 약 2.1명. 유엔은 2021년 현재 전 세계 국가 중 약 절반(46%)이 대체출산율 이하의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고 2100년이면 97%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인류는 이미 자발적 멸종의 궤도에 진입했고, 벼랑 끝을 향해 네안데르탈인보다 더 서둘러 내닫고 있다.

임신-출산 기피는 고소득 국가일수록 대체로 심화-가속화하고 있다. 출산-보육 보조금, 육아휴직 연장, 세금 인센티브 등 일부 국가가 시도한 출산 장려 정책들도 단기적인 효과는 보였지만 저 추세를 장기적으로 반전하는 데는 실패해왔다. 반면에 세계에서 아프리카 등 저소득 지역 출산 비율은 2021년 18%에서 2100년 35%에 이를 전망이다. 신생아 3명 중 1명이 아프리카 등 지역에서 태어난다는 의미이고, 인류의 인구학적 미래가 거기 달려 있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물론 아프리카의 (출산율의) 앞날도 지금 같지는 않을 것이다.(계속)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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