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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학원에 문항 팔아넘긴 현직교사들… 한 문제에 30만원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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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입시학원으로부터 최대 수억 원에 이르는 금품을 받고 문제를 팔아넘긴 현직 교사들이 대거 적발돼 검찰에 넘겨졌다. 이 중에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실시하는 대학수학능력시험 6월 모의평가(모평) 검토에 참여한 뒤,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문제를 만들어 사교육 업체에 넘긴 교사도 있었다. 이들은 문제 한 개당 최대 30만 원씩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중대범죄수사과는 22일 사교육 카르텔 관련 1차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7월 교육부 수사의뢰와 자체 첩보 등을 토대로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학교·학원 관계자 등 69명을 입건했고, 이번에 1차로 현직 교사 24명을 위계에 인한 공무집행방해와 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입시학원의 현직 교사 매수 정황이 경찰 수사에서 실제로 확인된 것이다. 문항 판매에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가 적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탐구영역 과목의 현직교사인 A씨는 2019년부터 지난해 11월까지 대형 입시학원에 수능 관련 사설 문항을 제작·제공한 대가로 2억5,400만 원을 받아 챙겼다. A씨는 지난해 5월 '2023학년도 6월 모평' 검토진으로 참여해 알게 된 정보를 이용해 문항 11개를 제작했고, 이 문항들을 모평 전 업체 두 곳에 판매했다.
탐구영역의 경우 해당 문제의 주제인 특정 '키워드'를 알면 문제 풀기가 한층 쉬워지는데, A씨는 확보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문항을 제작해 적중률을 높였다. A씨에게는 정부출연기관법 위반 혐의가 추가로 적용됐다. 정부 출연 연구원인 평가원의 의뢰를 받아 업무를 수행하면서 알게 된 비밀을 유출한 혐의(정부출연기관법 34조)다.
경찰 수사 결과 A씨처럼 문항을 학원에 판매하고 돈을 받은 교사가 11명, 특정 학원과 문제공급 독점 계약을 맺고 계약금을 받은 교사가 3명이었다. 문제는 난이도에 따라 개당 최대 30만 원에 판매됐고, 전속계약금으로 최대 3,000만 원을 받은 교사도 있었다. 이들 중 일부를 포함해 상업용 수험서 집필 사실을 숨기고 대학수학능력시험이나 모의평가 출제의원으로 참여한 교사도 19명이나 됐다. 평가원 규정에 따르면, 최근 3년 내 수능 관련 상업용 수험서 집필은 출제위원 선정 결격사유에 해당한다. 수험서에 수록된 문항과 비슷한 유형이 실제 시험에 출제될 경우 문제의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은 해당 사실을 숨기고 허위 심사자료를 제출해 출제위원으로 선정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문항 판매가 독버섯처럼 퍼져 사회적으로 더는 용납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며 "문항 판매 사실을 숨긴 채 출제위원으로 참여해 시험의 공정성과 형평성을 해할 우려를 초래했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지난 1년간 사교육 카르텔 관련 광범위한 수사를 벌여왔다. 피의자와 참고인 105명을 상대로 조사를 벌이는 한편, 입시업체와 교사 주거지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경찰은 이번에 불송치 결정한 5명을 뺀 나머지 입건자 40명에 대해서도 신속하게 수사를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추후 조사에 따라 입건자가 늘어날 수도 있다"며 "나머지 교사 등에 대한 범죄사실을 확인하고 수사를 마치는 대로, 금품을 주고 문제를 사들인 공여자(학원 강사와 대형 입시업체)도 송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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