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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당내 라이벌 헤일리까지 꿇렸다… ‘트럼프의 공화당’, 결집 분위기 절정으로

입력
2024.07.17 17:3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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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워키 전당대회 2일 차 ‘충성 경쟁’
이민·범죄 바이든 성토에 청중 환호
트럼프 이틀 연속 등장… 통합 행보

니키 헤일리 전 주유엔 미국대사가 16일 미 위스콘신주 밀워키 파이서브포럼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 참석해 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 연설을 하고 있다. 밀워키=권경성 특파원

니키 헤일리 전 주유엔 미국대사가 16일 미 위스콘신주 밀워키 파이서브포럼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 참석해 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 연설을 하고 있다. 밀워키=권경성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대선 후보로 옹립한 미 공화당 전당대회의 결집 분위기가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당내 경선에 마지막까지 남아 대세에 저항하고 하차 뒤에도 한동안 굴복을 거부했던 니키 헤일리 전 주유엔 미국대사마저 피격 뒤 쇼맨십으로 결정적 승기를 잡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결국 무릎을 꿇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틀 연속 대회장에 나와 한때 라이벌들의 ‘충성 경쟁’을 즐겼다.

고개는 숙이지 않은 헤일리

공화당 전당대회 이틀째인 16일(현지시간), 대회장인 위스콘신주(州) 밀워키 파이서브포럼의 연단에 오른 인물 중 가장 시선을 모은 주인공은 역시 헤일리 전 대사였다. 사실 그는 3월 경선 포기 뒤 두 달이 지나서야 뒤늦게 ‘11월 대선 때 트럼프에게 투표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당 대선 후보 자격을 여전히 의심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헤일리 전 대사는 비로소 강력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내게 통합의 이름으로 전당대회에서 연설해 달라고 요청했다”며 “트럼프는 내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을 위해 우리는 트럼프와 함께 가야 한다”는 표현이 그의 입에서 나왔을 때 귀빈석에서 연설을 듣던 트럼프 전 대통령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헤일리 전 대사는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조 바이든 대통령 재임기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잇달아 침공한 사실을 소개하며 “트럼프가 강하고 터프하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에 그가 대통령일 땐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공격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했다.

니키 헤일리 전 주유엔 미국대사가 찬조 연설 중인 16일 미 위스콘신주 밀워키 파이서브포럼 공화당 전당대회 행사장의 대형 스크린에 미소를 띤 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얼굴이 잡히고 있다. 밀워키=권경성 특파원

니키 헤일리 전 주유엔 미국대사가 찬조 연설 중인 16일 미 위스콘신주 밀워키 파이서브포럼 공화당 전당대회 행사장의 대형 스크린에 미소를 띤 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얼굴이 잡히고 있다. 밀워키=권경성 특파원

다만 자존심은 지켰다. 자신이 트럼프 전 대통령 의견에 100% 동의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 것이다. “미국을 구하려면 통합된 공화당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라는 게 헤일리가 설명한 ‘전향 명분’이다. 그는 “우리는 통합된 당에 그칠 게 아니라, 다양한 배경·경험을 가진 사람들을 받아들여 당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며 극성 팬덤(열광적 지지자 집단)에 주로 의존하는 트럼프식 집권 전략을 에둘러 비판하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시큰둥한 표정이 화면에 잡혔다.

애초 헤일리 전 대사는 지난 13일 발표된 연사 명단에는 없었다. 그러나 같은 날 ‘트럼프 피격’ 사건 이후 연사로 추가됐다.

“트럼프를 실망시키지 말자”

반대로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의 ‘트럼프 찬가’는 노골적이었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2020년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패한 뒤 유일한 ‘대항마’로 부상했던, 하지만 당내 경선 과정에서 ‘트럼프 대세론’을 극복하지 못했던 인물이다. 그는 이날 “트럼프는 미국을 위해 일어섰지만 악마 취급을 당하고, 소송과 기소를 당하고 거의 목숨을 잃을 뻔했다”며 “우리는 그를 실망시킬 수 없고 미국을 실망시킬 수 없다”고 외쳤다.

론 디샌티스 미국 플로리다 주지사가 찬조 연설 중인 16일 위스콘신주 밀워키 공화당 전당대회 행사장 내 대형 전광판이 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추고 있다. 밀워키=권경성 특파원

론 디샌티스 미국 플로리다 주지사가 찬조 연설 중인 16일 위스콘신주 밀워키 공화당 전당대회 행사장 내 대형 전광판이 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추고 있다. 밀워키=권경성 특파원

‘미국을 안전하게’가 주제였던 이날 행사에서는 연사들이 바이든 행정부의 이민·범죄 정책을 집중 성토하자 청중들은 환호했다. 극우 성향인 케리 레이크 전 TV앵커가 불법 이민 문제를 부각하며 “해법은 간단하다. ‘바이든 침공’을 중단시키고 장벽을 건설하는 것”이라고 하자, ‘빌드 더 월’(장벽을 세워라)이, 브레나 버드 아이오와주 법무장관이 “민주당 정부가 경찰 예산을 줄였다”고 하자 ‘백 더 블루’(경찰 지지 구호)가 장내를 뒤흔들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 둘째 며느리인 라라 트럼프 공화당 전국위원회 공동의장은 이날 마지막 연사로 나서 시부를 ‘사자’로 묘사했다. 라라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여러분을 보호하고 여러분의 가족을 보호하며 이 나라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할 것”이라고 보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총상을 입은 오른쪽 귀에 붕대를 감은 채 대회장을 찾았다. 행사가 끝날 때까지 찬조 연설을 들었다. 불편한 관계였던 헤일리 전 대사가 연사진에 포함돼 있었던 만큼 통합 행보로 해석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 장남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는 이날 행사장 인근에서 미국 온라인 매체 액시오스가 주최한 대담에 참석해 부친이 유세 도중 총격을 당한 뒤 연설 원고의 논조를 온건한 방향으로 바꾸는 등 태도가 달라졌다고 전했다.

밀워키(미국 위스콘신주)= 권경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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